이미지 크게보기 목관 앙상블 ‘레 벙 프랑세’. 왼쪽부터 에릭 르 사주(피아노), 엠마누엘 파후드(플루트), 폴 메이어(클라리넷), 라도반 블라트코비치(호른), 질베르 오댕(바순), 프랑수아 를뢰(오보에). 마스트미디어 제공

목관 5중주는 인간의 숨소리로 빚은 최고의 아름다움이란 찬사를 받는다. 오보에, 플루트, 클라리넷, 바순, 호른이 저마다 인간의 목소리와 닮아 있어서다. 세계적인 목관 앙상블 ‘레 벙 프랑세’가 내달 1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공연에서 "인간의 목소리들이 만들어내는 화합의 세계로 초대하겠다"고 장담하는 이유다.

레 벙 프랑세를 이끄는 클라리네티스트 폴 메이어는 24일 서면 인터뷰에서 "목관 5중주는 하나의 음악에 베이스, 바리톤, 테너 역할을 하는 남자 목소리와 알토, 소프라노 역할을 하는 여자 목소리가 다 들어있다"며 "목관 앙상블은 여러 목소리들이 만들어내는 화합"이라고 말했다. 그는 "악기 여러 대가 같은 음을 연주하는 오케스트라보다 하나의 악기가 주어진 파트를 연주하는 목관 5중주 소리가 훨씬 명확하다"며 "각각의 악기가 내는 소리를 발견하는 즐거움이 있다"고 강조했다.

레 벙 프랑세로선 5년 만의 내한이다. ‘프랑스의 바람’이란 뜻의 레 벙 프랑세는 저마다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에 소속된 프랑스 출신 ‘관악기 스타’들이 모여 있다. 베를린 필하모닉의 최연소 수석 플루티스트 에마누엘 파후드, 프랑스 최고 문화 훈장인 문화예술공로훈장을 받은 클라리네티스트 폴 메이어, 파리국립오페라 수석 오보이스트로 입단했던 프랑수아 를뢰, 파리오페라극장 수석 바수니스트 질베르 오댕이 주축을 이룬다. 여기에 호르니스트 라도반 블라트코비치와 프랑스 피아니즘을 잘 보여주는 피아니스트 에릭 르 사주가 함께 한다.

이미지 크게보기 클라리네티스트 폴 메이어. 마스트미디어 제공

메이어는 "각 분야에서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는 훌륭한 연주자들이 모인 것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각자 개성 넘치는 활동을 했다가 다시 모였을 때, 각자의 새로운 경험들이 다른 멤버들의 경험과 맞물리고 공유되는 순간이 온다"며 "그게 바로 우리를 새로운 경지에 다다르게끔 하는 결합인 것 같다"고 자랑했다.

프랑스 출신으로 구성된 레 벙 프랑세는 ‘프랑스 국가대표’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이들이 생각하는 프랑스 음악의 특징이 궁금해졌다. 메이어는 "프랑스 음악엔 색이 가득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러면서 "프랑스 음악엔 많은 감정이 있지만, 결코 강하게 밀어붙이지 않고 다소 얌전하고 단정한 방식으로 다룬다"며 "그 겸손함은 유머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레 벙 프랑세는 이번 공연에서 프랑스 음악의 진보적인 발전을 추구한 6인조로 불리는 다리우스 미요와 풀랑크의 작품을 들려준다. 현존하는 프랑스 최고의 작곡가인 에릭 탕기의 신곡도 연주한다. 메이어는 "현대음악이지만 전통 클래식 음악에 가깝다"며 "새로운 스타일의 ‘변화’를 보여주는 곡"이라고 소개했다.

앙상블은 독주회나 오케스트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생소한 게 사실이다. 메이어는 "영화나 책에서 다양한 장르를 경험하고 즐기듯이 음악에도 다양한 선택권이 있다"며 "가볍게 즐기는 마음을 가지고 각 악기가 지니고 있는 ‘소리’를 발견하는 걸 추천한다"고 말했다.

이정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