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8일 평양 김일성광장 주석단 한 가운데서 북한 인민군 창건일(건군절) 75주년 열병식을 참관하고 있는 김주애(왼쪽), 지난해 8월 10일 평양에서 열린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김여정(가운데) 노동당 부부장, 지난 7일 건군절 기념연회 행사장에 남편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동반입장하고 있는 리설주 여사. 연합뉴스·조선중앙통신·조선중앙TV

北 여성 3인방 ‘3色 역할’

2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주변에서 최근 각종 행사와 한·미를 겨냥한 대형도발에 잇따라 등장하는 여성 3인방의 ‘역할 분담’이 주목받고 있다. 부인 리설주를 비롯해 후계자설이 나오는 딸 김주애, 각종 탄도미사일 발사 때마다 ‘북한 군부의 입’ 역할을 하는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등이 각자 다른 역할을 부여받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보당국은 김 위원장의 퍼스트레이디로 활발한 공개 행보에 나서는 리설주는 북한의 정상국가 이미지를 연출하는 데 동원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리설주는 앞서 남북정상회담과 중국 방문 등에 김 위원장과 동행해 일정을 수행하면서 국제무대에 얼굴을 알렸다. 또 지난해에도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열병식 참관 등에 모습을 드러냈다. 같은 해 10월에는 김 위원장이 직접 지도한 대규모 무력시위 현장에 이례적으로 등장했고, 지난 8일 열린 조선인민군 창건 75주년 열병식에는 김주애와 참석했다.

김주애는 지난해부터 김 위원장과 동행하는 모습이 잇따라 포착됐다. 지난해 11월 화성-17형 시험 발사 현장에서 모습을 드러냈던 김주애는 지난 7일엔 조선인민군 창건 기념 연회에 참석했다. 특히 북한 관영매체에서 김주애의 호칭이 ‘존경하는 자제분’으로 격상된 데다, 김 위원장 부부가 김주애를 가운데에 앉히고 찍은 사진까지 공개돼 후계자설에 불을 지폈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김주애 대동 행보에 대해 ‘백두혈통’이 다음 세대까지 이어짐을 암시하는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또 김주애로 상징되는 미래 세대의 안전을 위해선 핵 개발이 필수적이라는 당위성을 부각하는 목적도 있다는 설명이다.

김주애의 부상으로 ‘위상 변화’설이 제기됐던 김 부부장은 최근 미사일 도발과 함께 다시 대외 스피커로 나섰다. 김 부부장은 열병식 당시 주석단에 앉지 않고 행사장 구석에 있었던 데다 17일 체육경기 관람에서도 뒷줄 가장자리에 앉아 서열이 하락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김주애는 경기장 관람석 중앙에 김 위원장과 함께 앉아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러나 김 부부장이 18일에 이어 20일에도 미사일 발사 관련 담화를 직접 발표해 여전히 대남·대미 메시지를 총괄하며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조재연 기자 jaeye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