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군사용 AI는 ‘양날의 검’ 박진(오른쪽 두 번째) 외교부 장관이 16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한국·네덜란드 공동 주최로 열린 ‘군사적 영역에서의 책임 있는 인공지능(AI)에 관한 장관급 회의’(REAIM 2023)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한국 등 60여 개국은 이번 회의에서 군사용 AI 논의 집중과 다자간 협력을 촉구하는 내용의 ‘공동 행동 촉구서’에 서명했다. 외교부 제공

■ 61개국 ‘군사AI’ 공동행동 채택

“전쟁 등 급박한 상황서 필요”
“대량살상 우려 엄격한 규제”
참가국들끼리 의견 엇갈려

한국, AI 활용 강군육성 추진
로봇 전투체계 등 구축 진행

군사 부문 인공지능(AI) 문제를 다루는 첫 장관급 국제회의 개최는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서 AI의 군사적 이용으로 떠오른 AI 윤리 문제 대책의 시급성을 국제사회가 인지하고 해결책 마련에 머리를 맞대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한국과 네덜란드 정부 공동주최로 열린 이번 회의에서 참여국들은 향후 군사용 AI에 대한 논의에 집중하고 다자간 협력을 촉구하는 공통 의제에 합의했다.

네덜란드 헤이그 월드포럼에서 16일(현지시간) 열린 ‘군사적 영역에서의 책임 있는 인공지능에 관한 장관급 회의’(REAIM 2023) 이틀째 토론에서 참가자들은 군사용 AI가 기회와 위험성이 병존하는 ‘양날의 검’이라는 점에 동의하면서도 무게중심을 어느 쪽에 둘지를 놓고는 의견이 엇갈렸다. 오노 아이헬스하임 네덜란드 국방총장은 “(군사 작전 등) 급박한 상황에서 신속한 의사결정이 필요하고 그 파급력이 비교적 작을 경우에는 AI 기술의 확실성이 높지 않더라도 의사결정에 활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프란스 오싱하 네덜란드 라이덴대 교수는 “기계가 특정 사람이나 목표물을 겨냥할지 말지 결정할 경우 윤리적, 법적 우려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아녜스 칼라마르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도 “인간 개입 없이 스스로 표적을 결정하는 완전자율 무기시스템은 금지돼야 하고 대량살상 효과가 있는 자율무기도 엄격한 규제를 받아야 한다”며 국제조약 마련을 촉구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이날 토론 후 열린 폐막식에서 “AI가 군사적으로 악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나아가야 한다”며 “이는 특히 핵·미사일 등 북한의 대량파괴무기(WMD) 프로그램 위협에 직면하고 있는 한국에 더욱 중요하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국제사회는 위험을 완화하며 AI를 활용할 방법을 찾기 위해 함께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행사에서 공동주최국인 한국과 네덜란드를 비롯해 미국, 중국, 일본 등 61개국 대표단이 서명한 공동 행동 촉구서(call to action)도 공개됐다. 대표단은 “각국이 군사 영역에서 책임 있는 AI에 대한 국가 차원의 틀, 전략과 원칙을 개발하도록 권고한다”고 촉구했다. 제2차 REAIM 회의는 한국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한편, 한국 국방부는 ‘국방혁신 4.0’ 계획에 따라 AI 기반 첨단과학기술 강군 육성을 추진 중이다. 국방부는 국방 전 분야에 AI를 적용하고 디지털 전환 가속, 네트워크 기반의 AI 탑재 무인·로봇 전투체계 운용 기반 구축 등을 진행 중이다.

김유진 기자 klu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