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15일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고, 교통·수도요금 등 공공요금을 긴급 동결하는 한편 가스·전기요금 인상은 속도 조절에 나서기로 했다. ‘난방비 폭탄’ 등 급속한 생활물가 인상으로 민심이 악화된 데 따른 고육책으로 이해되지만, 지속 불가능한 임시 방편일 뿐이다. 오히려 국민에게 심각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설명하고 에너지 절약과 고통 분담을 호소하는 게 옳은 방향이다. 요금을 제때 현실화하지 않으면 시장을 왜곡하고, 한국전력·가스공사·교통공사의 손실만 더 키운다.

무역적자 감소를 위해 절실한 에너지 절약에도 역행한다. 실제로 2월 들어서도 에너지 수입은 폭증했다. 지난 1∼10일 사이 원유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44.9%, 가스 수입은 86.6% 늘었다. 물론 강추위 영향도 있었다. 하지만 난방비 인상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과소비에 제동이 걸리지 않는 게 더 문제다. 국제 가격이 예상과 달리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것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봄부터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층 확대될 조짐이고, 코로나 해제 이후 중국의 본격적인 리오프닝으로 국제 원유·가스 가격은 오히려 강세 경향이다. 날씨가 풀릴 때까지 견디면 될 거라는 낙관론이 무색해졌다. 한여름은 어떻게 넘길 건가.

현재 진행형인 전기·가스·교통 등 3대 민생요금 문제는 탈원전을 외친 문재인 정부 5년간 공공요금을 억눌렀던 정책 실패 탓이 크다. 그런데 윤 정부마저 전철을 밟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 공기업 부채로 떠넘기는 것은 포퓰리즘일 뿐이다. 민생 경제가 엄중하지만, 무리한 공공요금 억제보다 단계적 정상화가 필요하다. 내년 총선에 더 다가가는 하반기에는 공공요금 인상에 따른 정치적 부담이 더 커질 것이다. 지나친 정부 개입은 윤석열 정부의 자유시장 철학과도 맞지 않는다. 자칫 문 정부가 깔아놓은 물가 ‘수류탄’을 ‘핵폭탄’으로 키우는 무리수가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