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은행 ATM 찾는 서민들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의 돈 잔치’로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고 당부한 가운데 14일 오전 서울 시내에서 한 시민이 시중은행의 현금인출기(ATM)를 이용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학자금·재취업 지원금도 얹어
“이자에 허리 휘는데 돈 퍼주나”

이사회,경영진 견제·감시아닌
지주회장 연임 들러리 비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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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것을 두고 사회적 뭇매를 맞고 있는 은행권을 두고 ‘역대급 돈 잔치’로 역풍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이사회를 ‘거수기’로 만들고 최고경영진의 연임을 위한 ‘참호’로 활용해온 금융권의 낡은 관행도 비판 기류 확산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최근 희망퇴직을 실시하면서 1인당 적게는 6억∼7억 원, 많게는 10억 원 이상의 퇴직금을 지급했다. 대부분 법정 퇴직금에 3억∼4억 원의 특별 퇴직금을 얹어주고 학자금·재취업 지원금·건강검진 비용까지 제공했다. 비대면 전환에 따른 지점 감소 등의 이유로 희망퇴직을 장려하기 위한 조치이지만, 매년 반복되는 연례행사로 굳어지면서 ‘이자 장사로 돈 잔치를 벌인다’는 눈총을 받고 있다.

평균 연봉이 이미 1억 원을 돌파해 ‘꿈의 직장’으로 불리는 시중은행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바탕으로 직원들에게 기본급의 300∼400%에 해당하는 성과급을 지급할 예정이다. 실적을 고려하면 올해 성과급 규모는 역대 최대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참고로 지난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순이익은 약 15조8500억 원에 달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자 이익만 보면 약 39조68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약 14.3% 증가했다. 경제계의 한 관계자는 “집값 폭등을 견디다 못해 뒤늦게 빚을 내 집을 산 ‘영끌족’이나 코로나19 사태를 대출로 버텨온 소상공인·영세 자영업자 등이 최근 강도 높은 긴축과 금리 인상의 여파로 이자 부담에 허리가 휘고 있다”면서 “이들 입장에서 보면 위화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지주의 이사회가 거수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금융회사 사외이사를 역임한 한 관계자는 “주인 없는 금융회사에서 경영진을 견제, 감시해야 할 이사회에 들어가 보면 반대 목소리를 낼 수 없는 분위기”라며 “금융지주 회장의 ‘셀프 연임’을 위한 들러리를 서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 이제는 변화된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