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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 책

동갑
길상효 글│조은정 그림│웅진주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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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라 바카로 시거의 그림책 ‘세상의 많고 많은 파랑’은 강아지와 인간의 삶을 파랑이라는 하나의 색을 중심으로 다룬 감명 깊은 작품이다. 이 책의 영문 원서에는 우리말로는 거의 옮기기 힘든 강한 시적인 특성이 있다. 그림이 똑같아도 원서와 번역본 감상의 차이가 크다. 그래서 그림책에서 글의 역할을 이야기할 때면 이 책을 종종 언급한다.

‘동갑’도 강아지와 사람의 성장을 나란히 따라가는 그림책이다. ‘한 살’이라고 적힌 첫 장면에는 속싸개로 몸을 감싼 갓난아기가 비슷한 몸집의 강아지와 나란히 누워 있다. 본 것 같은 장면이 지극히 평이하다. 그러나 책장을 넘겨 갈수록 마음이 묵직해진다. 강아지는 듬직한 개로 자라고 아기는 어린이로, 소녀로 자란다. 윤여림과 안녕달의 그림책 ‘우리는 언제나 다시 만나’에서도 엄마와 아들, 두 사람의 시간이 멀어져가는 진행을 본 적이 있다. 이 방식은 독자를 뒤흔들기에 식상하다고 생각하면서 계속 책을 읽어나간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 경계와 의심이 와르르 허물어지고 만다. 동물과 깊이 교감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쪽만 도돌이표처럼 움직이는 결말 부분에서 아마도 울게 될 것이다. 제목의 힘을 실감하며 책을 덮는다.

이 책의 정직한 그림은 효과적이다. 그러나 감동의 근원을 보면 서사를 만들고 몇 마디 글로 감정을 설계한 길상효 작가의 몫이 크다. 그림책 ‘산딸기 크림봉봉’과 장편동화 ‘살아남은 여름, 1854’의 좋은 번역자로 먼저 알려졌던 그는 중편 SF(과학소설)인 ‘소년시절’로 제3회 한국과학문학상 가작에 올랐고, 곧이어 ‘깊은 밤 필통 안에서’라는 탁월한 유년동화를 선보이며 비룡소문학상을 수상했다. 아동청소년문학 분야의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고 있는 그의 서사 창작 행보를 보면서 다음 작품을 손꼽아 기다리게 된다. 48쪽. 1만5000원.

김지은 서울예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