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도 168%로 ‘포화상태’
백남준아트센터는 90% 육박
대거 택지개발로 발굴 폭증탓

의정부=김현수 기자 khs93@munhwa.com

경기지역 박물관 수장고가 가득 차 관내 유물들이 갈 곳을 잃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대규모 택지개발이 진행되며 유물 발굴량이 폭증한 탓으로, 수장고를 확장할 예산이 세워지지 않으면서 유물관리에 적신호가 켜졌다.

9일 경기도에 따르면 경기지역 유물 88% 이상을 보관 중인 경기문화재단 산하 박물관 5곳의 수장률이 한계에 다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수장고는 유물과 미술작품의 수집·보존·전시를 담당하는 시설이다. 지난 2021년 기준 경기도박물관 수장률은 적정 수장률(80%)의 두 배에 달하는 195.3%(5만6000여 점)이었으며 경기도미술관 수장률도 168%(664점)를 기록했다. 두 박물관은 포화상태를 넘어섰으며 다른 박물관 수장률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전곡선사박물관의 경우 2015년 46%이던 수장률이 2021년 90%로 치솟았고, 백남준아트센터와 실학박물관도 90% 안팎의 수장률을 기록했다.

도내 기초 지방자치단체가 관리 중인 공립박물관의 수장률도 심각한 상태다. 남양주시립박물관은 수년간 진행돼 온 다산·별내 신도시 개발로 유물 2000여 점을 수용하면서 수장고가 모두 찼다.

유물 5만여 점을 보관할 수 있는 수원박물관과 수원광교박물관도 각각 수용률이 94.7%, 86.9%에 이르며 포화 위험에 직면했다.

이처럼 유물의 체계적인 관리를 담당해야 할 수장고가 부족한 현 상황에서는 소장품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렵고, 일부 유물과 미술품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2018년 고양시 덕양구 도내동 공사현장에서 구석기 유물 4만7000여 점이 무더기로 발굴됐지만 이를 수용할 박물관 수장고가 없어 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에 보관돼있는 상태다.

지난해 경기도의회 행정사무 감사에서 수장고 포화 문제가 지적됐지만 관련 예산을 편성하지 못하면서 관내 유물의 외부 유출사례가 되풀이될 전망이다.

도 관계자는 “도내 수장고가 부족해 외부로 유물이 유출되는 사례가 있기에 도에서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며 “우선 도내 수장고 상황을 파악하고, 유물관리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올해 전담반을 꾸려 대응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