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의장대 사열하는 한·미 국방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이 1월 31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한·미 국방장관 회담을 갖기에 앞서 의장대 사열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 독자핵 여론 누그러뜨리고
핵우산 통해 비확산 원칙 고수
2018년엔 요약본만 한글 번역

미 국방 “전략자산 한국에 더 전개”

미 국방부가 홈페이지에 핵태세검토보고서(NPR) 전문을 이례적으로 한국어로 번역해 공개한 것은 최근 한·미 양국에서 제기되는 한국 핵무장 또는 전술핵 재배치 목소리 확산을 의식한 조치로 파악되고 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핵무장 가능성’을 언급하고 미국에서도 논의의 필요성을 공감하는 발언이 잇따라 나오면서 일단 비핵확산 차원에서 미국 확장억제의 구체적인 실현을 강조하려는 목적이라는 분석이다.

1일 미 국방부 홈페이지에는 지난해 10월 27일 공개한 NPR 원문과 함께 한국어 번역본이 올라왔다. 2018년에 나온 NPR은 21쪽의 한국어 요약본이 제공됐지만 이번에는 42쪽에 달하는 NPR 전체가 번역됐다. 특히 이번 NPR에는 한국 등 핵무기가 없는 동맹이 ‘찢어진 핵우산’에 대한 우려 탓에 자체 핵무장의 길을 걷지 않도록 미국이 제공하는 확장억제(핵우산)의 신뢰성을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미 국방부는 2010년 판에서 스페인어, 러시아어, 아랍어, 중국어, 프랑스어로 요약본을 제공하다 2018년 판에서 스페인어와 아랍어를 빼고 한국어와 일본어 요약본을 추가했다. 이와 관련, 콜린 칼 미 국방부 정책차관은 트위터에서 “NPR은 미국 핵 정책에 대한 포괄적이며 균형 잡힌 접근을 나타낸다. 안전하고 확실하며 효과적인 핵 억제와 강력하고 신뢰할 수 있는 확장억제를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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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최근 한·미 양국에서 한국 핵무장론에 대한 논의가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미국 정책목표 최우선순위인 핵비확산 체제에 균열이 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방한한 미국의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은 이튿날인 31일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가진 한·미 국방장관 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핵 항모와 F-22, F-35 등 전략자산을 더 많이 전개하겠다”며 한국의 안보 불안감을 달래는 모습을 취했다. 이에 따라 한·미는 올해부터 한·미 연합훈련을 예년 규모를 크게 웃도는 연합 실기동 훈련으로 실시하는 한편, 올해 서울에서 개최되는 한미안보협의회의(SCM) 이전까지 북한의 다양한 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맞춤형억제전략(TDS)’ 개정을 완료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이번 한·미 국방장관 회담 공동보도문에는 미국의 확장억제 실행력 강화에 대한 정보공유와 공동기획 및 실행 등을 지속적으로 강화해나가겠다는 선언적 내용만 들어갔을 뿐 구체적 진전 내용이 포함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정충신 선임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