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미국의 백금 기념주화. 미 조폐국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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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재무장관 "한도 상향 안 하면 금융위기"
WP, 한도 회피할 수 있는 7가지 방법 소개
‘1조’ 백금 동전 등…실현 가능성은 낮아




미국 연방정부가 정부 재정의 부채 한도 문제로 압박을 받고 있는 가운데 조 바이든 대통령과 하원 공화당이 한도 상향을 두고 대치하자 미국 전문가들은 정부가 합법적으로 신규 자금을 조달할 다양한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29일(현지시간) 바이든 행정부가 하원 공화당의 협조 없이도 부채 한도 자체를 우회할 7가지 방법을 소개했다. 그러나 ‘꼼수’로 치부될만한 방법들도 포함돼 있어 실현 가능성에는 물음표가 붙기도 한다.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 한도는 미국 정부가 빌릴 수 있는 돈의 총액에 상한을 둔 것으로 지난 2021년 12월 의회에서 31조3810억 달러(약 3경8755조5350억 원)로 설정했다.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은 지난 13일 의회에 서한을 보내 연방정부 부채가 상한선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부채 한도 확대나 한도 적용 유예를 요청했다. 미 정부는 차입금으로 미 국채에 대한 이자 등을 지급하기 때문에 한도를 늘리지 않을 경우 채무 불이행 사태에 직면할 수 있지만, 일단 재무부가 이런 사태를 지연할 특별 조치를 시행해 6월까지는 시간을 번 상태다.

이러한 부채 한도를 회피할 수 있는 방법으로 우선 가장 이목을 끄는 방안 중 하나는 미 재무부가 기념주화인 백금 동전을 액면 1조 달러(약 1235조 원)짜리로 발행해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에 예치하는 방법이다. 미국 법은 조폐국이 기념주화 판매로 수익을 얻는 것을 허용하면서 백금 동전의 액면 가치와 수량에 대해서는 재무부 장관에서 전권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Fed가 이 동전을 예치 받을지는 불투명하다. 앞서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은 지난 22일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Fed가 동전을 받을 의무가 없다는 입장을 언급한 바 있다. 미 의회조사국(CRS)도 2021년 보고서에서 동전 발행이 재정과 통화 정책의 분리 원칙에 위배되며 의회의 권한과 미 달러에 대한 신뢰를 약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한 가지 방법으로는, 바이든 행정부가 의회가 승인한 정부 예산을 법대로 집행하려면 부채 한도를 초과할 수밖에 없다고 선언하는 방법도 있다. 정부 예산을 집행하는 것도 대통령의 법적 의무이기 때문인데 이 경우 부채 한도와 정부 예산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바이든 대통령이 헌법 14조를 인용해 부채 한도를 무시할 수도 있다. 미 헌법 14조의 4항은 ‘연방정부의 공채(公債)는 꼭 갚아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 때문에 일부 학자는 의회가 부채 한도를 상향하지 않으면 위헌이라고 주장한다.

다양한 금융 기법도 부채 한도를 회부할 수 있는 방법으로 거론된다. 우선 재무부가 만기가 없는 영구채를 발행하는 것이 그 중 하나다. 영구채는 원금을 상환하지 않고 영구히 이자만 지급하는 채권이다. 부채 한도에는 원금 금액만 포함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정부가 영구채를 발행하면 한도를 늘리지 않고도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재무부가 할인된 가격에 거래되는 기존 국채를 구매해 부채 총액을 줄이는 방법도 있다. 예를 들어 코로나19 확산 시기에 저금리에 발행한 국채는 이후 Fed가 금리를 거듭 인상한 탓에 현재 유통시장에서 액면가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재무부가 Fed에 선금을 달라고 하는 방법도 거론된다. Fed는 연준이 보유한 국채에 지급되는 이자 수입을 정기적으로 재무부에 이전하는데 이전 시기를 앞당기면 정부 재정에 여유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학계 일부에서는 백악관이 불필요한 국유지를 경매에 내놔 당장 필요한 현금을 조달하고 부채 한도 문제가 해결된 이후 다시 사들이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 또한 일종의 시간 벌기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런 방법 모두 일정 부분 금융·정치·법적 논란에 휘말릴 수 있어 백악관이 추진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 소속인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은 내달 1일 만나 연방정부의 부채 한도 상향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다. 그러나 매카시 의장은 29일 미 CBS 방송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어떤 (지출 삭감) 논의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을 알지만 우리의 모든 정부가 타협안을 찾도록 설계됐다는 게 매우 중요하다"며 "부채 한도를 상향하면서 걷잡을 수 없는 지출을 통제할 합리적이며 책임 있는 방안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반면 백악관은 정부 지출을 축소하라는 공화당 요구에 부채 한도 상향이 유일한 영구 해법이라고 맞서 왔다. 옐런 장관은 전날 악시오스 인터뷰에서 정부의 채무 불이행 가능성이 우려된다며 이런 우려가 현실화할 경우 "우리는 금융 위기에 부닥칠 것이며 미국의 경기가 침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