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25일 서울 종로구 혜화역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탈시설 확대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하고 있다. 뉴시스

■ 서울시 ‘거주시설’ 지원 병행

주거 선택권 등 침해한다 판단
‘종일돌봄’ 중증장애인 등 고려
기존 자립금·공공일자리 유지
1인1실 보호시설 등 추진 계획

서울시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지하철 불법시위를 계기로 장애인 ‘탈시설’ 지원 일변도 정책을 폐기하고 ‘탈시설’과 ‘거주시설’이 양립하는 방향으로 장애인 정책을 대대적으로 뜯어고친다.

시설 폐쇄·축소를 유도하는 지금의 탈시설 정책은 오히려 시설을 이용하려는 장애인 주거 선택권을 침해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장애인 이동권 보장과 함께 탈시설 정책 확대를 강하게 요구했던 전장연 입장에선 불법시위가 오히려 화를 부른 셈이다. 서울시의 이번 정책 전환이 탈시설 정책에 중점을 두면서 2025년부터 단계적으로 연 740명을 자립시켜 2041년 장애인의 지역사회 전환을 마무리한다는 중앙정부 정책에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26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올해 수립하는 ‘제3차(2023∼2027년) 장애인거주시설 탈시설 추진계획’에서 장애인 탈시설과 시설 지원 방안을 균형 있게 담을 계획이다. 탈시설은 장애인이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 일원으로 살도록 유도하고 자립을 지원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존 1차(2013∼2017년)·2차(2018∼2022년) 때는 각각 600명, 800명을 목표 탈시설 인원으로 정해놓을 만큼 강력하게 추진했다. 2009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시설에서 나온 장애인은 1258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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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올해 기존 탈시설 지원 정책인 △자립정착금(1인당 1500만 원) 지급 △주택·공공일자리 지원 △3년간 활동지원서비스 월 120시간 추가 등은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동시에 시설 지원에도 나선다.

시설에 사는 장애인이 사생활을 보호받을 수 있도록 일부 시설을 1인 1실로 바꾸고, 고령장애인을 위한 요양보호 전담케어 시설을 확보하는 게 주 내용이다. 시설을 의료, 돌봄 등 필요한 서비스를 충분히 받으며 만족도 높은 생활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게 시의 취지다. 탈시설 정책의 문제를 찾고 만족도를 확인하기 위한 탈시설 장애인 전수조사도 벌인다.

그동안 탈시설 정책은 24시간 돌봄이 필요해 시설 이용을 원하는 중증 발달장애인 등과 보호자의 요구를 외면해 왔다.

그들의 주거 선택권 박탈은 탈시설 정책의 핵심 가치인 유엔장애인권리협약 19조 ‘장애인은 특정한 주거형태를 취할 것을 강요받지 않는다’에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특히 그간 탈시설은 의사능력이 부족하고 장애 정도가 심한 장애인을 우선해 추진해 왔다. 자립에 필요한 사회적 비용은 많이 들지만 성공 가능성은 낮은 구조다. 일부 시설에서는 의사 능력이 부족한 중증 장애인을 강제 퇴소 시켰다는 논란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장애 종류와 정도 등 적합한 탈시설 대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전장연의 산하 단체가 지난해 서울시에서 받은 탈시설 사업 관련 보조금은 231억7800만 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관련 사업 총 보조금 1418억3300만 원 가운데 16.3%를 차지한다.

민정혜 기자 leaf@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