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15년만에 기준변경 추진
‘자산 5조원’서 대폭 상향할 듯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2009년부터 시행된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기준(5조 원)을 약 15년 만인 내년부터 상향 조정해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내년부터 공시 의무를 벗게 되는 기업들이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주재한 업무보고에서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이 같은 내용의 ‘2023년 주요업무 추진계획’을 보고했다. 공정위는 내년부터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기준을 자산총액 5조 원 이상이 아닌 명목 국내총생산(GDP)과 연동해 지정하거나 자산총액 기준을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현행 공시대상기업집단은 자산 총액이 5조 원 이상인 기업집단이다.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대규모 내부거래 등을 공시해야 하고 총수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등을 받는다.

공시대상기업집단 기준 변경 이유는 한국경제 규모가 매년 커지면서 공시대상기업집단도 급증했기 때문이다. 현행 5조 원 기준이 처음 시행된 2009년에 공시대상기업집단 수는 48개였으나 지난해 76개로 약 58% 증가했다. 명목 GDP는 1205조 원(2009년)에서 2072조 원(2021년)으로 72%가량 불어났다.

공정위는 내년부터 상호출자와 순환출자 금지 등의 규제를 받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자산 총액 10조 원 이상의 대기업) 기준을 자산총액 10조 원 이상이 아닌 명목 GDP의 0.5% 이상인 집단을 지정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이에 맞춰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기준도 손을 본다. 윤수현 공정위 부위원장은 “GDP의 0.2% 또는 0.3%로 할 수도 있고 자산 기준액을 6조 원이나 7조 원으로 늘리는 방법도 있다”며 “(학계·법조계·이해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기업집단 정책네트워크의 의견을 듣고 저희도 연구해서 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전세원 기자 jsw@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