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2020년 예정했던 준공 시기를 10년 더 연장해 개발이 진행 중인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11공구 모습. 인천경제자유구역 전체 공정률은 현재 86%로 사업을 마무리 못한 상태다. 하지만 인천시는 경제자유구역을 확대 지정할 방침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제공

"지역 간 불균형·원도심 공동화·보호구역 훼손"…논란 불 보듯 뻔해


인천=지건태 기자



인천시가 사업성 부족으로 수년째 개발하지 못한 땅을 경제자유구역(FEZ)으로 지정해 사업을 이어갈 방침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수도권 규제에 따른 FEZ 추가 지정 가능성이 낮은 데다 주변 부동산 시세만 올려 원도심의 공동화 현상을 부추길 수 있어 벌써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인천은 현재 송도·영종·청라 등 3곳에 여의도 42배 크기인 122.42㎢의 FEZ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전국 9개 FEZ의 전체 면적 271㎢에 45%를 차지하는 규모다.

26일 인천시에 따르면 강화군 화도·길상·양도면 등 강화남단(18.92㎢)과 중구 인천내항 일원(3.01㎢), 연수구 송도유원지 주변(1.65㎢) 등 3곳을 FEZ로 추가 또는 확대 지정키로 하고, 각각의 사업에 필요한 타당성 검토와 개발계획수립 등 절차에 착수했다. 최소 2~3년이 소요되는 외부기관 용역에만 100억 원이 넘는 예산이 반영됐다. 인천FEZ 내 첨단산업과 바이오, 반도체 등 기업을 유치할 산업부지가 부족하다는 이유다.

그러나 시가 이번에 추가 지정하려는 FEZ 부지 대부분은 사업성이 없어 10년 넘게 개발이 지연되거나 자연·문화유산으로 보호받는 곳이다. 특히 송도유원지 주변 부지는 A 건설사가 2015년 아파트 신축사업을 조건으로 테마파크를 조성하겠다며 매입했지만, 현재까지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FEZ로 지정되면 시가 이 땅을 현 시세로 수용해야 해 특혜 시비가 일 수 있다. 재개발 사업이 추진 중인 인천내항 일원도 경인고속도로 지하화 등 도시재생 사업과 맞물려 수년째 답보상태다. 강화남단은 문화재와 갯벌 보호구역이 인접해 있어 환경단체 등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하다.

이 때문에 시가 특별법을 내세워 무리하게 개발사업을 추진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날 이 같은 내용의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업무보고를 받은 인천시의회 산업위원회 소속 의원 상당수도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정해권 인천시의회 산업위원장은 "수도권 규제를 받는 인천에 FEZ를 추가 지정하는 것은 지역 간 균형발전을 도모한다는 법 취지와도 맞지 않을뿐더러 지역 내 원도심의 공동화를 부추길 수 있다"고 말했다.

FEZ는 외국인투자와 기업유치를 촉진하고 나아가 국가경쟁력 강화와 지역 간 균형발전을 목적으로 한 특별법에 근거해 해당 지역 시·도지사가 요청하고,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지정한다. FEZ로 지정되면 각종 법령에 근거한 규제에서 제외될 뿐 아니나 법인세 등 세제 혜택이 주어진다.

국내 1호 FEZ로 지정된 인천FEZ의 계획인구는 지정 당시 17만 세대에서 21만 세대로 늘었다. 반면 인천FEZ 내 입주업체는 최근 5년간 786개 늘었고 이중 외국인 투자업체는 71개(9%)에 불과하다. 인천FEZ가 외국기업 유치보다 아파트 위주의 신도시로 전락했다는 비난을 듣는 연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