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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디자이너의 토끼의자·킹콩조명… 실용성 이상의 귀여운 매력

  • 입력 2023-01-20 08:34
  • 수정 2023-01-20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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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그림 4 토끼(Rabbit) 의자, 2016.



■ 최경원의 지식카페 - (23) 디자인계 디즈니 조반노니

토끼 귀 잡고 올라타거나 귀 등받이로 뒤로 앉을수도… 편리하진 않지만 집안 인테리어 소품 욕심
랜턴 쥐고 있는 고릴라의 팔이 위아래 움직이며 높이 조정… 조명과 고릴라 연결시킨 상상력에 감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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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참 많은 디자이너들이 있다. 그중 이 디자이너의 작업을 보고 있노라면 생각이 사라지고 디자인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게 된다. 쓰임새를 모르겠는데, 그것을 뛰어넘는 무언가가 강렬하게 끌어당겨 디자인에 흡수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미학에서는 이것을 미적 감흥, 감정이입이라고 표현한다. 과연 이 디자이너는 어떤 마술을 쓰고 있는 것일까? 일단 그가 디자인한 봄보 의자(그림 1)를 살펴보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림 1 미래적으로 보이는 봄보(Bombo) 의자, 1996.



아마 누구든 이렇게 생긴 의자를 한 번쯤 봤거나 앉아 봤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의자는 세상에서 가장 짝퉁이 많이 만들어진 디자인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대중적인 인기가 많았던 의자인데, 등받이가 없는 단순한 모양일 뿐이지만 공기압 실린더로 높이가 조절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첨단 공학 기술로 만들어진 듯한 느낌을 준다. 거기에다 목 부분이 잘린 와인 병을 뒤집어 놓은 듯한 플라스틱 부분과 금속 레버, 발받침의 어울림이 대단히 쿨하고 미래적인 이미지를 자아낸다.

그 때문인지 이 의자는 나오자마자 각종 SF 영화에 등장했고, 그런 상징성과 더불어 의자가 가진 조형적 매력이 대중적인 인기를 불러일으켰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 의자를 생산한 가구 회사가 디자이너 스테파노 조반노니에게 공기 피스톤이 창고에 많이 있는데 이를 해결할 순 없는지 조언을 구하는 바람에 이 의자가 디자인됐다는 사실이다. 디자이너가 아이디어를 낸 게 아니라 재고 처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 공기 압력 피스톤으로 높이를 조절하는 의자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 덕분에 가장 잘 팔리는 의자가 탄생하게 됐고, 가구 회사나 디자이너 모두에게 축복이 됐다. 이 의자를 보면 디자이너가 매우 낭만적이고 공상적인 세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미지 크게보기 그림 2 퍼스트(First) 의자, 2006.



퍼스트 의자(그림 2)는 매우 심플한 형태라서 기능주의적으로 보기가 쉽다. 하지만 이 의자는 다른 재료의 투입 없이 하나의 재료와 형태로 등받이, 좌석, 다리가 다 만들어져 있다. 플라스틱 기술의 발전 덕분이기도 한데, 플라스틱 판을 잘라서 의자 모양으로 휘어 놓은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앞쪽의 다리 폭에 비해 뒤쪽 다리의 폭이 넓게 만들어져 있다. 하지만 이 의자는 이런 모양으로 만들어진 금형에서 사출했다. 디자이너가 일부러 플라스틱 판을 잘라서 휘어 놓은 것처럼 보이게 디자인한 것이다. 단순하게 생겼지만 디자이너의 재미있고 낭만적인 마음이 잘 표현돼 있다.

이미지 크게보기 그림 3 유유(Yuyu) 의자, 2000.



유유 의자(그림 3)는 공간을 최소한으로 차지하는 등받이 없는 의자인데, 여러 개를 적층할 수도 있어서 넓지 않은 실내 공간에서 사용하기에 아주 적합하다. 그런 기능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 의자는 마치 애완동물처럼 다가온다. 등받이는 없지만 허리로 살짝 올라간 면에 손잡이 구멍이 있는데, 그 모양이 이상하게도 매력적이다. 네 개의 다리도 아래로 갈수록 좁아지는 형태라서 의자가 매우 가벼워 보이기도 하지만 마치 강아지나 고양이가 주인을 바라보며 서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래서 이 의자가 있는 것만으로도 분위기가 환해지고 기분이 좋아진다. 이 의자는 주인의 마음까지도 움직인다.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색상도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어서 공간의 분위기를 더 잘 꾸밀 수 있다. 작은 의자이지만 이 안에 풍부한 정서를 담아내는 디자이너의 존재감이 아주 잘 느껴진다. 조반노니는 이렇게 시간이 갈수록 낭만적인 경향을 많이 보여줬다. 그는 원래 이탈리아 북부에서 태어나서 르네상스 중심지에 있는 피렌체대에서 건축을 공부했고, 밀라노에 있는 도무스 아카데미에서 디자인을 공부했다. 이후 1980년대에 킹콩 프로덕션(King Kong Production)이라는 디자인 스튜디오를 설립하며 특유의 낭만적인 디자인을 펼쳐 나갔다.

1980년대 중반에 거장 안드레아 브란치(Andrea Branzi)와 알레산드로 멘디니(Alessandro Mendini), 에토레 소트사스(Ettore Sottsass) 등을 만나면서 그의 디자인은 더욱 탄력을 받아 깊이를 더해갔고, 특히 세계적인 주방용품 메이커 알레시(Alessi), 플라스틱 가구로 유명한 마지스(Magis)와 수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뛰어난 디자인 작업물을 만들게 된다. 그러다가 2016년에 퀴부(Qeeboo)라는 제품 디자인회사를 설립해 자신만의 낭만주의적인 디자인 세계를 보다 더 파격적으로 펼쳐나가고 있다.

조반노니의 디자인 중에서도 가장 임팩트가 강하고 대중적인 아이콘으로까지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 토끼 의자(그림 4)이다. 의자가 토끼 모양이라는 사실이 매우 재미있는데, 토끼의 귀를 잡고 등 위에 올라타거나 귀를 등받이로 해 편안하게 뒤로 앉을 수도 있다. 엄청나게 편리하지는 않아 보이지만 집 안에 가져다 놓고 싶은 욕심이 울컥하고 생기는 의자임은 틀림없다.

어른이 앉을 수 있는 크기와 아이들이 앉을 수 있는 크기가 다르기 때문에 필요한 것을 장만하면 되는데, 집에 오는 사람들에게 큰 자랑거리가 될 만하다. 디자이너가 개인적으로 토끼를 좋아하기도 하고, 토끼가 가진 다산·행운 등의 상징성을 가져다주기 위해서 이런 디자인을 했다고 하는데, 무엇보다 귀엽고 예쁜 모양이 너무나 매력적이다. 그의 낭만적인 디자인 경향이 이 디자인에서 완전히 꽃을 피우고 있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이미지 크게보기 그림 5 콩(Kong) 램프 디자인, 2017.



콩 램프(그림 5)는 영화 ‘킹콩’에서 영감을 받았다고는 하는데, 전형적인 고릴라 모양이 토끼 의자에서처럼 강한 캐릭터성으로 다가오는 디자인이다. 그런데 얼핏 봐서는 이게 무엇인지 알아차리기가 어렵다. 조명이라고는 하는데 고릴라 모양에서 조명의 구조를 끌어내기가 어렵다. 그런데 고릴라의 한쪽 손을 보면 랜턴 같은 모양이 쥐어져 있다. 이 조명은 기능이나 분위기를 살려서 디자인된 것이 아니라 고릴라가 손에 랜턴을 쥐고 원하는 곳에 비춰주는 모양으로 디자인돼 있다.

이것을 디자인이라고 해야 할지 무척 혼란스러운데, 랜턴을 쥐고 있는 고릴라의 팔이 위아래로 움직이면서 조명의 방향이나 높이를 조정하게 돼 있다. 일반적인 조명 디자인을 생각하고 보면 대단히 황당할 수 있지만, 조명과 킹콩을 연결한 그 상상력과 창의력에 감탄을 금하지 못하게 된다. 이 정도면 디자인이 아니라 시라고 할 만하다. 편리한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조명을 사용하면 마음이 충족될 것 같다.

이미지 크게보기 그림 6 앙증맞은 조명 골든 브라더스(Golden Brothers), 2022.



이름과 질감은 매우 럭셔리하지만 이 앙증맞은 조명 골든 브라더스(그림 6)를 본다면 누구나 귀여운 매력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디자이너가 이제 기능을 아예 팽개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 디자인이다. 조명 갓을 보면 분명 조명인 것은 틀림없는데, 그 아랫부분의 모양은 귀엽기 짝이 없는 동자의 모습들이다. 모두 다른 포즈를 취하고 있는데, 아이들이 가질 수 있는 가장 귀여운 포즈들을 취하고 있다. 모두 가지고 싶은 욕구를 한껏 불러일으킨다. 충전 배터리로 작동되기 때문에 전깃줄로부터 독립돼 있는 것도 이 조명의 독립적인 캐릭터성을 북돋우고 있다.

조반노니의 디자인들은 거의 이렇게 귀엽게 흐르는 곡면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디자인만 보면 예쁨과 귀여움으로 가득 차 있는 디자이너로 보인다. 그런데 정작 디자이너의 모습은 너무나 전형적인 아저씨라서 놀라게 된다. 물론 아저씨라고 이런 감각을 가지지 못하리란 법은 없지만 볼 때마다 재미있다. 사실 멋있어 보이는 디자인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많은 편이지만 이렇게 극단적으로 귀엽고 앙증맞은 디자인을 추구하는 디자이너들은 좀처럼 보기 어렵다. 조반노니는 이탈리아 특유의 낭만적인 감수성을 기반으로 시적이고 캐릭터성이 강한 디자인들을 내놓으며 세계 디자인계에 웃음꽃을 활짝 피우고 있다.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어 그런 디자인에 더욱 큰 박차를 가하고 있으니 앞으로 또 어떤 디자인들을 선보일지 자못 기대가 크다.

현디자인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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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테파노 조반노니Stefano Giovannoni(1954∼)

1954년:이탈리아 북부 라스페치아에서 출생
1978년:피렌체대 건축학과 졸업
1984~1985년:에토레 소트사스와 알키미아 그룹 활동
1985년:알레산드로 게리에로로부터 일본에 세워질 알키미아를 위한 설치물 설계 의뢰
1989년:귀도 벤투리니(Guido Venturini)와 공동으로 알레시(Alessi)를 위한 지로톤도(Girotondo) 스틸 트레이 디자인
1991년:파리 퐁피두센터에서 열린 ‘새로운 디자인의 유럽 수도(Le Capitales Europeennes du nouveau design)’ 전시회를 위한 이탈리아관 디자인
2016년:형 파올로와 함께 아이러니하고 재미있는 가구, 램프 및 디자인 개체를 전문으로 하는 브랜드 퀴부(Qeeboo) 설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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