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서울중앙지법 전경. 법원 홈페이지

대리운전으로 2차 가던 중 기름 떨어져
대리기사 보낸 뒤 시동 걸리자 10m 운전
긴급 주유 서비스 신청 뒤 인근 식당서 추가 음주
1심 “추가로 마신 술의 결과로 볼 여지”
“운전 당시 처벌 수치 넘긴 것 증명 안돼”


2차 술자리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기름이 다 떨어진 차를 잠깐 운전하고 추가로 술을 마신 상태에서 경찰이 음주 측정을 해 음주운전으로 기소된 40대가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19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5단독 권영혜 판사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A(42) 씨에게 최근 무죄를 선고했다. A 씨는 지난 2020년 7월 21일 오전 4시 52분쯤 부산 해운대구의 한 도로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052%의 상태로 약 10m 가량 운전한 혐의로 기소됐다.

A 씨는 같은 날 자정 무렵 부산 해운대의 한 술집에서 지인과 함께 맥주 1잔을 마신 후 2차 식당으로 옮기기 위해 대리운전 서비스를 이용했다. A 씨 일행이 탄 차량이 목적지에 거의 다다랐을 때 기름이 바닥나면서 갑자기 도로에 멈춰 섰다. A 씨는 대리운전 기사를 돌려보낸 뒤 시동을 걸기 위해 계속 시도했다. 잠깐 시동이 걸리자 A 씨는 급한 대로 승용차를 운전했는데 차량이 다시 멈춰버렸고, 이에 A 씨는 긴급 주유 서비스를 호출했다.

A 씨는 인근 식당으로 이동한 후 먼저 도착한 일행과 함께 소주 1병을 나눠마시며 긴급 주유 서비스 기사가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A 씨는 곧 도착한다는 기사의 연락을 받고 차량이 있는 곳으로 나갔다가, 때마침 ‘비상등을 켠 차량이 차로 1개를 막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을 만났다. 경찰관은 A 씨에게 음주 측정을 요구했고 호흡 측정 결과 음주 사실이 감지됐다. 하지만 A 씨는 ‘음식점에서 술을 마시고 나왔는데 경찰관이 음주 측정을 한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1심은 A 씨의 혈중알코올농도 수치는 A 씨가 운전행위를 마치고 추가로 술을 마신 데 따른 결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A 씨가 운전할 당시 음주운전 처벌 수치인 0.03%를 상회하는 혈중알코올농도의 상태에 있었음을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조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