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2022년 12월 19일 서울 중구 삼일대로에 있는 근대황실공예문화협회 전시관 입구에서 주강현(왼쪽) 전 국립해양박물관 관장과 필자. 필자 제공

■ 고맙습니다 - 주강현 전 국립해양박물관장

주강현 전 국립해양박물관 관장님은 1990년대 문화재전문위원으로 활동하실 때 무형문화재 종목 및 장인 지정 등에 해박한 지식으로 현안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을 하셨습니다. 문화재전문위원 중 그렇게 비판적인 위인들이 없었기에 어떤 분인가 궁금하여 일산 자택을 찾아간 게 인연이 됐습니다.

그 뒤 2020년 부산에 있는 국립해양박물관장으로 활동하실 때 박물관 전시유물을 구매하는데 나전칠기 공예품, 가구들이 많다며 심사를 요청해왔습니다. 그래서 유물 구매에 따른 감정, 가격 평가 등을 하기 위해 박물관을 찾은 적이 있었는데 이때가 두 번째 상면이었습니다.

주 전 관장님은 “이 회장님은 언제나 나전칠기 공예문화에 애정이 진하고 넘쳐나 관계자들에게 한번 초청해 보시라 했습니다”라며 정겨운 너털웃음을 터뜨리셨습니다. 해양학자요, 전 세계 해상국가를 돌며 50여 편의 논문과 66권의 해양 관련 저서를 펴내신 분이라 딱 맞는 자리로 오셨구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너무나 고지식해서인지 얼마 후 부산지역 언론에 오르내리더니 해고되셨습니다. 그 뒤 2년간의 법정싸움 끝에 모두 승소한 정의파요, 이 시대에 보기 드문 청렴결백한 학자이기도 합니다. 원리원칙만 따지다 보니 조직사회에선 이단아로 취급받은 게 뻔한 거였지요.

평소 ‘대한민국은 바다 규모가 육지보다 큰데 왜 모두 좁은 땅에만 관심을 두는지 이해가 안 간다’며 해양강국의 나래를 과감하고도 좀 더 다양하게 펼치자고 주장하셨습니다.

그동안 ‘등대의 세계사’ ‘환동해 문명사’ ‘제국의 바다 식민의 바다’ ‘명태를 찾습니다’‘강치야 독도야 동해바다야 ’등 66권의 해양 관련 서적을 발행해 제주대에서 후학을 양성하시다 요즘은 석좌교수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제주에 가지고 있는 대지에 조그마한 집을 지어 자개 연구도 할 겸 역사와 전통이 깊은 나전칠기 문화에 대해 공부해 보시겠다니 저로서는 반갑고도 큰 원군을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깊은 바닷속에서 자라는 소라, 그리고 전복, 진주들의 알맹이가 고급식품을 제공한 후 버려지는 껍데기를 이처럼 아름답고도 멋들어지게 잉태해내는 장인들이 제대로 예우를 받아야 하는데 너무 아쉽기만 하다고 합니다.

조개껍데기는 원시시대부터 인간들의 장신구로, 근세에 들어서면서는 화폐로, 프랑스 파리에선 자개단추, 십자가, 합죽선 손잡이만으로도 자개박물관을 세워 운영하고 있는데 ‘우리는 이렇게 귀한 자개 문화가 요즘 너무 천시받는 것 같다’며 아쉬워하는 것도 한국역사민속학회 회장을 지낸 분다운 의식이십니다.

지난 3년여 기간 동안 코로나19 영향으로 거의 존폐위기에 놓여있는 나전과 옻칠공예 분야에 이렇게 폭넓고 세심한 전문지식을 가지고 계신 학자분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저변확대에 도움이 되고 싶다 하시니 이 얼마나 기쁜 일입니까.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이칠용 사단법인 근대황실공예문화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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