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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자가 되어가는 풍경 - 김혜린

  • 입력 2023-01-02 09:07
  • 수정 2023-01-02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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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일러스트 = 송재우 기자


■ 시


물레 위에서 점토를 돌린다
선생님은 마음의 형태대로 도자기가 성형된다고 말했다
점토가 돌아가는 물레가 있고
물레는 원을 그린다
물레가 빚어내는 바람이 원의 형태로 부드럽게 손을 휘감는다

생각하는 동안 점토는 쉽게 뭉그러지고
도자기는 곡선이지만 원은 아닌 형태로 성형된다
가끔 한쪽으로 기울고 일그러진다

그러는 동안 창밖의 개들은 풀밭 위를 빙글빙글 돈다
꼬리를 쫓으며 도는 개의 주변으로 풍경이 둥글게 말린다
부드럽고 단단한 개의 몸속에서 튀어나오려 하는 수백 개의 동그라미들

개들을 보면 사람은 마음속으로 무엇을 그리며 사는지 궁금해졌다

이 동네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잘 재단된 옷을 입고
같은 사이즈의 길을 걷는다

지도를 보지 않아도 언젠가 집으로 연결되는 길에서
길을 잃는 방법을 잃어버린 동네에서
구획이 잘 나누어진 길을 직선으로 가로지른다

어느새 공원은 개들이 풀어놓은 동심원으로 가득 찬다

나는 원을 그리는 법을 배운다
꼬리에 시선을 두고 여백에 시선을 두고 선에 시선을 두고

시선을 한 곳에 집중하면 더 많이 돌 수 있다
넘어지지 않을 수 있다

누군가 내 손끝과 반대쪽 손끝 사이의 거리를 잰다
선은 아름답게 구부러져 있다

원이 아닌, 모든 곡선을 그리고 있다

아직 백자가 어떤 모형으로 구워질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나는 정성 들여 유약을 칠한다

어디가 끝인지 알 수 없는 길에서
여기가 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마음은
희고 맑다

어느새 풍경은 백자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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