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박의승 성지우종합건설 회장이 지난 3일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사무실에서 올해 라운드를 즐기며 맛본 생애 첫 앨버트로스와 네 번째 홀인원 기념패를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오해원 기자

■ 우리 직장 高手 - 박의승 성지우종합건설 회장

파5홀에서 드라이버샷 한뒤
두번만에 홀 안에 넣어 신기

대우건설 영국 주재원때 입문
레슨 3번 받고 9홀 코스 돌아
5년만에 ‘80대 초반’ 스코어

요즘도 골프 교본 보며 연습
에이지 슈팅이 마지막 목표

박의승(69) 성지우종합건설 회장은 구력 38년 차 베테랑 골퍼다. 대우건설 영국 주재원으로 근무하던 1985년 3월 처음 골프채를 잡아 지금까지 꾸준하게 골프를 즐기고 있다. 40년에 가까운 구력을 자랑하는 박 회장은 올해 아마추어골퍼로서 경험하기 어려운 진귀한 기록을 맛봤다. 지난 4월 21일 지인과 봄맞이 라운드에 나섰던 강원 춘천의 라비에벨 듄스코스에서 생애 첫 앨버트로스를 경험한 데 이어 더위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7월 1일에는 경기 이천의 비승대체력단련장에서 생애 네 번째 홀인원까지 거푸 달성했다.

기준 타수보다 3타 적게 홀아웃하는 앨버트로스는 보기 드문 기록이다. 파4홀에서 티샷한 공이 곧장 홀에 들어가는 홀인원, 또는 파5홀에서 두 번째 샷을 홀에 넣어야 한다. 깃대가 보이는 상황에서 티샷하는 파3홀에서의 홀인원(이글)보다 더욱 경험하기 어려운 기록으로 꼽힌다. 실제 미국 골프 통계에 따르면 아마추어 골퍼가 파3홀에서 홀인원을 기록할 확률은 1만2500분의 1 정도로 본다. 하지만 앨버트로스는 무려 100만 분의 1까지 치솟는다. 아마추어 골퍼는 물론, 프로 골퍼도 경험하기 어려운 진기록이다.

지난 3일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사무실에서 만난 박 회장은 지난봄과 여름의 짜릿했던 기억을 생생하게 풀었다. “아웃코스 2번 홀에서 힘을 빼고 드라이버를 쳤는데 내리막의 도움을 받아서 굉장히 멀리 나갔다. 나이가 있다 보니 고반발 채를 사용하지만 그날따라 드라이버가 250m 가까이 날아갔다. 그러고는 5번 유틸리티를 잡고 그린 앞 연못만 넘기자는 생각으로 쳤는데 말 그대로 ‘인생샷’이 나왔다”고 활짝 웃었다. 이어 “방향이 좋았다고만 생각하고 그린에 갔더니 공을 찾을 수 없었다. 계속 공을 찾고 있는데 동반자가 홀 안에 있는 공을 확인하고 알려줬다. 앨버트로스는 생각도 못 했다. 연못만 넘기고 칩샷으로 붙이려는 생각이었는데 예상 밖의 장타가 나왔다”고 덧붙였다.

앨버트로스의 짜릿한 손맛을 채 잊기도 전에 홀인원까지 연이은 행운이 찾아왔다. 비승대체력단련장은 9홀을 두 바퀴 도는 코스로 박 회장은 그린이 내려다보이는 3번 홀에서 피칭 웨지를 잡고 힘껏 휘둘렀다. 티잉 구역을 힘차게 떠난 공은 홀 안에서 발견됐다. 한창 골프를 열심히 하던 2004년 일본 홋카이도의 사토레제컨트리클럽과 2007년 용인 한성컨트리클럽, 2008년 지산컨트리클럽에 이어 오랜만에 찾아온 생애 네 번째 홀인원이었다. 당시만 해도 열정적으로 골프에 빠져 살았을 때지만 무려 14년 만에 찾아온 홀인원은 감사한 선물이었다.

대우건설에서 34년, 삼성물산에서 7년여를 근무한 박 회장은 국내외의 원자력 발전소와 천연가스 및 석유 저장시설 등을 수주하고 만드는 역할을 총괄했다.

그 덕에 유럽과 중동은 물론, 아프리카 등까지 ‘마당발’을 자랑한다. 고령에도 여전히 왕성한 사회활동을 하는 비결이다. 오랫동안 수많은 사람을 만나 일하며 철저하게 지켰던 자신과의 약속은 바로 ‘명분과 논리 속에 원칙을 지킨다’는 것. 이는 박 회장의 골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지금도 그의 골프는 철저하게 규정에 따르는, 이른바 ‘PGA룰’이다.

런던의 한 골프숍에서 당시 골프선수들이 사용하는 골든램의 투어그라인드 아이언 세트와 감나무(퍼시몬) 우드를 덜컥 사서는 단 30분씩, 3번의 레슨을 받고 9홀 코스를 처음 경험했다. 처음 18홀을 경험할 때는 파 5홀에서 12타 만에 홀에 골프공을 넣는 등 140타를 치기도 했다. 하지만 업무 외 시간을 쪼개 연습과 라운드에 매진해 빠르게 실력을 키워 5년 만에 80대 초반까지 골프 실력을 끌어올렸다. 여름이면 밤 10시까지 낮처럼 훤한 런던에 살며 다양한 코스를 경험한 효과였다. 여기에 집 뒷마당에서 어프로치 연습에 매진한 덕에 자신보다 멀리 드라이버를 보내는 동반자와 함께 라운드를 하면서도 더 좋은 결과를 뽐낼 수 있었다.

주재원 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서는 골프 실력이 서서히 퇴보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영국에서와 달리 연습 없이 매주 주말 라운드만 다닌 탓이다. 그래도 2011년 한 프로골프대회의 프로암 경기에 참가해 드라이버를 278m나 날렸을 정도로 감각은 여전했다. 172㎝에 77㎏의 날렵한 체구를 자랑하는 박 회장의 골프 전성기였다. 하지만 줄기만 하는 골프 실력 때문에 박 회장은 처음 골프를 배우던 시절 구매했던 골프 교본을 다시 꺼내 기초를 다듬었다. 박 회장은 “요즘도 라운드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책을 꺼내본다”고 했다.

박 회장은 동반자의 골프에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 웨이트 트레이닝과 수영 등으로 체력을 관리한다. “나이를 먹을수록 몸은 안 좋아지는데 최소한의 힘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내기 위해선 아프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할 수 있는 한 골프를 오래 즐기겠다는 목표까지 세웠다. 75세로 시작해 80세로 늘었던 목표는 최근 85세까지 더 연장됐다. “나이가 있다고 으레 포기하는 친구들이 있다. 목표를 세우고 열심히 운동하는 것이 내 인생의 즐거움이다. 골프를 하며 경험할 수 있는 건 다 해본 것 같다. 그래서 에이지슈팅을 내 골프를 마무리하는 목표로 잡았다”며 활짝 웃었다.

오해원 기자 ohwwh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