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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최첨단’ 반도체 패권전쟁… 한국은 ‘후진적’ 기업 뒷다리 잡기

  • 입력 2022-12-29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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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성진의 Deep Read - 반도체특별법과 한국경제

후퇴한 K칩스법, ‘언 발에 오줌 누기’… “세수 감소 불가” 논리로 세액공제 인상 반대한 기재부 한심
대만 - 韓 - 日 잇는 對中 자유 라인은 반도체전쟁의 최전선… 글로벌 공급망 재편속 ‘경제안보’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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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칩스법’(반도체특별법)이 여야의 초안에서 대폭 후퇴한 채 국회를 통과하면서 미래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세계 각국이 최첨단 반도체 패권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자국의 반도체산업 육성과 지원에 전력을 다하고 있지만, 한국만 정부의 단견과 정치권의 편견으로 전쟁 수행의 첨병인 기업 뒷다리를 잡는 후진성과 전근대성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K칩스법, 언 발에 오줌 누기

지난 23일 국회를 통과한 ‘K칩스법’에 따르면 반도체·배터리·바이오 등 국가첨단전략산업 시설투자에 대한 대기업의 세액공제 규모는 당초 여당 안(20% 공제)은 물론 야당 안(10% 공제)에도 미치지 못한 8%였다. 기존 6%에서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으로 ‘찔끔’ 상향된 것이다.

이번 결과에 대해 4대 반도체학회와 국민의힘 반도체특위 민간위원 전원은 ‘반도체 빙하기가 왔다’ ‘언 발에 오줌 누기’ 등으로 비판했다. 여당 반도체특위 위원장을 맡은 양향자 무소속 의원은 “생태계 구축이 상당히 위축될 것”이라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국회 통과 법안은 윤석열 정부가 표방해 온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라는 국정 목표와도 배치된다. 특히 이번 K칩스법 처리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게 윤석열 정부의 기획재정부라는 게 충격적이다. 기재부는 여당 안, 즉 대기업 20%가 통과될 경우 2024년 법인세 세수가 2조6970억 원 감소한다며 반대했다고 한다.

기재부의 주장은 단기적인 세수 감소 효과만 보는 데서 나온 것이다. 산업, 특히 첨단산업에 대한 지원은 단순히 세액 감소라는 차원이 아니라 세원(tax base) 증가로 오히려 세수가 얼마나 증가할 것인가 라는 ‘승수효과(multiplier effect)’를 고려해야 한다. 시설투자에 대한 세액공제는 이미 실현된 투자에 대한 지원이기 때문에 생산이 증가할 것이 확실해진다. 따라서 일반 법인세 인하보다도 세원 증가 효과가 더욱 명확하다.

더 중요한 건 치열한 기술패권의 시대에 반도체 부문에 대한 지원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해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 같이 반도체산업이 중요한 시점에 다른 국가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적은 지원으로 세계 최대의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국제 무대에서 경쟁하게 한다면 이는 돌이킬 수 없는 심각한 정책 실패가 될 수 있다.

◇반도체 패권 전쟁

반도체는 현재는 물론 미래에도 경제성장의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품목이다. 당장 컴퓨터 및 스마트폰과 통신장비에 필수적인 부품이면서 동시에 로봇, 자율 주행차, 인공지능 등 제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산업 발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반도체는 국가안보의 자산이자 우리 산업의 핵심이다. 반도체산업이 지금의 경쟁력을 더 확장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힘을 합쳐 제도적 여건을 만들어나가야 한다”고(6월 7일 국무회의 모두발언) 강조한 것도 이런 중요성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와 같은 세계 최고의 반도체 기업을 갖고 있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의 발표에 의하면 지난 10년 동안 반도체산업의 수출은 2010년 515억 달러에서 2021년 1295억 달러로 약 2.5배 증가했다. 전체 수출에서의 비중은 약 19.9%였다. 2021년 기준 제조업 부문 전체의 전년 대비 성장률은 7.6%였는데 반도체산업은 29.4%나 됐다.

반도체산업에 대한 지원이 더욱 절실한 것은 최근 미·중 기술 패권 경쟁에 의한 ‘경제안보(economic security)’가 화두로 떠오르기 때문이다. 경제안보 인식이 확산하면서 미국과 유럽 등 선진 각국은 싼 제품을 이용하자는 입장에서 인류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끼리 교역하겠다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 공급망 전략 또한 바뀌고 있다. 공통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끼리 가치사슬을 구성하는 것이다. 세계 반도체 기업들은 비교우위를 통해 가치사슬을 선점하고자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각국 정부들의 지원도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바야흐로 반도체 패권 전쟁의 시대다.

◇對중국 자유 전선

반도체 패권 전쟁의 최전선은 다름 아닌 대만-한국-일본을 잇는 대(對)중국 자유 라인이다.

미국은 현재 중국의 반도체 제조 능력을 봉쇄하기 위해 반도체 제조 장비의 수출을 통제하고 있다. 장차 반도체 설계 기술과 설계 인력에 대한 통제도 예측된다. 미국은 동아시아 지역에 집중된 파운드리와 메모리 생산의 지정학적 위험을 분산하려 삼성전자와 대만 TSMC 공장의 미국 이전과 신축을 추진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자국에 반도체 공장을 지으면 25%의 세액공제를 해주는 것을 포함, 2800억 달러(약 365조 원) 규모의 ‘반도체과학법’에 서명했다.

대만도 반도체 기업의 연구·개발(R&D) 세액공제율을 15→25%로 상향하는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대만은 특히 미·중 전략경쟁 속에서 미국과의 반도체 동맹을 강화하고 미국과 일본 등에 반도체 공장을 신축 중이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TSMC는 최근 120억 달러(약 15조9000억 원)를 들여 미 애리조나에 건설하게 될 반도체 공장 기공식을 했다. 일본도 미국 IBM과 대만 TSMC와 연대해 소재·부품·장비 경쟁력을 바탕으로 과감하게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미국의 제재와 봉쇄 전략에 밀린 중국도 반도체산업 살리기에 사활을 걸었다. 자국 반도체산업 육성을 위해 2025년까지 1조 위안(약 187조 원)을 반도체산업에 지원키로 한 데 이어 반도체 기업 공정 수준에 따라 법인 소득세를 50%에서 100%까지 감면하기로 했다.

이 와중에 유독 한국만 정체됐다. 전문인력 양성, 인허가 간소화 등도 사실상 무산 단계다. 애초 ‘K칩스법’의 첨단산업특별법 개정안에는 ‘수도권 대학의 정원 규제와 무관하게 반도체 등 전략산업 관련 학과의 정원을 늘린다’는 내용이 담겼지만, 당정 협의 과정에서 ‘수도권 대학 특혜’ 논란이 일면서 대학 내 정원에서 조정하는 방향으로 후퇴했다.

◇세수 확보와 세원 확대

한국이 반도체 패권 전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차별적 기술과 제품을 확보하고 미래를 내다보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정부의 임무는 법률을 만들고 예산을 투입하고 인력을 키우는 일이다. 윤석열 정부의 기재부가 세액공제 확대를 반대하면서 변명이라고 내놓은 ‘세수 확보’ 문제는 반도체산업이 발전해 경제성장을 견인하면서 발생시키는 ‘세원 확대’로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책위의장

■ 용어설명

‘경제안보’란 경제성장이나 국부를 국가 안보와 연결해 바라보는 개념. 코로나19 팬데믹, 우크라이나전쟁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면서 각국이 경제안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

‘승수효과’란 경제 변량이 변화를 거듭하면서 최종적으로 최초 변량보다 큰 효과를 가져오는 것. 세액공제를 확대하면 세수감소가 아닌 경제성장→소득증대→세수증대를 가져오는 것이 그 사례.

■ 세줄요약

K칩스법, ‘언 발에 오줌 누기’ : 대폭 후퇴한 형태로 국회를 통과한 ‘K칩스법’은 ‘언 발에 오줌 누기’임. 반도체 투자 기업 세액공제 대폭 인상에 세수 감소를 우려해 반대한 기재부는 승수효과를 보지 못한 단견.

반도체 패권 전쟁 : 윤석열 대통령은 “반도체는 국가안보의 자산이자 우리 산업의 핵심”이라고 함. 지금은 미·중 경쟁에 의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경제안보’가 화두인 시기이며, 반도체 패권 전쟁의 시대임.

對중국 자유 전선 : 반도체 패권 전쟁의 최전선은 대만-한국-일본을 잇는 자유 라인임. 온 세계가 최첨단 반도체 전쟁을 수행하는 와중에 한국만 전쟁 수행의 첨병인 기업 뒷다리를 잡는 후진성 속에 파묻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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