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역전’ 기간도 길어질 듯
한국은행, 인상기조 유지 불가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 단행에 한·미 기준금리 역전 폭은 22년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확대됐다. Fed가 내년 최종금리 전망치를 5.1%로 높이고 긴축 기조를 장기간 유지할 방침이어서 역전 기간은 어느 때보다 길고 역전 폭도 깊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역전 폭이 커지면 외국 자본 이탈과 원·달러 환율 급등, 물가 상승 등을 부추기고 자칫 외환 및 금융시장 불안을 촉발할 수 있어 한국은행도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내년 상반기까지는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Fed가 빅스텝을 단행한 15일 기준 한국(3.25%)과 미국(4.25∼4.50%)의 기준금리 격차는 상단 기준 1.25%포인트로 벌어졌다. 1.25%포인트는 2000년 10월 1.50%포인트 이후 가장 큰 금리 역전 폭이다. 처음 역전된 1999년 6월과 2021년 2월 사이 역전 폭은 5개월간 1.50%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이후 세 차례 역전 시기의 금리 차이는 0.75∼1.00%포인트 사이를 오갔다. 더욱이 Fed가 내년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치는 2월 2일 다시 한 번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역전 폭은 당장 1.50%포인트 이상으로 벌어질 수 있다.

내년 1월 13일 새해 첫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앞둔 한은도 역전 폭을 적정 수준에서 관리하기 위해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전망이다. 금융권에서는 한은이 한·미 기준금리 역전 폭을 1.25%포인트 안팎에서 관리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 경우 국내 최종금리는 한은의 대다수 금융통화위원이 예상하는 3.50%를 넘어 3.75% 이상으로 오를 가능성이 있다.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1월 24일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을 결정한 뒤 최종금리 수준에 대한 질문에 “대다수 위원이 3.50%를 제안했다”고 답한 바 있다.

다만 가파른 긴축에 따른 경기침체와 금융발작 가능성을 고려해 인상 폭을 최소화하는 차원에서 베이비스텝을 위주로 통화정책을 펼 가능성이 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내년에 한은은 Fed 행보나 외환시장 반응보다 향후 침체와 자금시장 불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긴축 속도를 조절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역전 폭만 보고 금리 인상 폭을 정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