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13일 밤과 14일 오전 중국 베이징의 바바오산 화장장 입구에 장의 차량이 길게 늘어서 있다. 트위터 캡처

화장장 이용, 일주일 이상 대기해야…中 주민들, 국가 감염통계보다 발열 환자 통계 신뢰

베이징=박준우 특파원

‘제로 코로나’ 정책을 사실상 포기한 이후에도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나오지 않고 있는 중국에서 수도 베이징(北京) 등의 화장장이 밀려드는 시신들을 처리하지 못해 몸살을 앓고 있다. 신규 확진자 수의 지속적 감소와 발열 환자 급증 등으로 인한 의료 시설 마비가 계속 등장하면서 중국 주민들이 정부 통계에 대한 신뢰를 점점 잃어가고 있다.

14일 트위터 등에는 수도 베이징 바바오산(八寶山) 등지의 화장장 앞에서 영구차들이 길게 늘어선 채 내부 진입을 하지 못하고 있는 동영상이나 사진 등이 올라왔다. 이날과 다음날인 14일까지 코로나 관련 사망자는 10일째 ‘0’을 기록 중이지만 사망자들을 처리하는 장례식장과 화장장 등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것. 에포크타임스 등에 따르면 베이징 둥자오(東郊) 장례식장의 경우 정상 화장 예약이 21일까지 잡혀 있으며 하루에 200여 구의 시신을 처리하고 있는 중이다.

한 장례식장 직원은 “지금까지 이렇게 바빴던 적이 없다”고 밝혔다. 퉁저우(通州)나 바바오산 등 다른 장례식장도 사정은 비슷해 화장에만 일주일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병원 장례식장의 경우에도 인원들이 대거 코로나19에 감염돼 업무가 적체되는 등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자들은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날씨가 추워지면서 사망자가 느는 데다 발열 등 전염병이 많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정부 발표와 달리 실제 코로나19로 추정되는 사망 사례가 크게 많다는 것이다. 베이징시 방역 당국은 전날 코로나19 예방 및 통제 브리핑에서 “새로운 방역 정책 시행 이후 코로나19 신규 감염자와 유전자증폭(PCR) 검사 건수가 모두 감소했으나 발열 환자와 독감 유사 사례가 크게 늘고, 120 응급 구조 요청도 증가했다”고 밝혔다.

지난 11일의 경우 진료를 받은 발열 환자는 2만2000명으로, 일주일 전보다 16배 늘었고, 120 구조 요청은 정점이었던 지난 9일 하루 동안 3만1000건에 달해 평소보다 6배 증가했다. 중국은 또한 그동안 코로나19 확진자에 포함시키지 않고 별도 집계해왔던 무증상 확진자 발표를 14일부터 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상황에 정부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고 있다. 방역 완화 이후 코로나19 신규 감염자가 급감했다는 방역 당국의 발표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최근 발열 환자 수를 ‘코로나19 확산 지표’로 보는 중국인들이 늘고 있다. 발열 환자 상당수가 코로나19 감염자들일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14일 쓰촨(四川)성 화시(華西)대에서 한 의대생이 밀려드는 환자 속에 과로로 숨진 것으로 파악되면서 의료진과 주민들의 불만은 더욱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