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8월 서울 은평구 구산동에서 이용자를 태운 아이맘택시 운전기사가 아이가 카시트에 앉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은평구청 제공

■ 로컬인사이드 - ‘양육 환경 개선’ 팔 걷어붙인 은평구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예약
의료기관 갈때 연 10회 무료
내년 2월부턴 도우미도 동행

마음 돌보는 ‘아이맘 상담소’
육아종합지원센터 확대 이전
공공형 실내놀이터도 추진
저출산 문제 타개위해 ‘총력’


“서울 은평구에 임산부와 영유아 가정을 위한 이런 세심한 서비스가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다른 지역에 사시는 분들께도 자랑을 많이 했습니다. 아이맘택시 때문에 은평구에서 이사 가기 싫을 정도네요.”
“급하게 병원 갈 때 너무 유용하게 이용하고 있어요! 일반택시 타면 급브레이크와 급가속을 많이 해서 불편한데 아이맘택시는 정말 안전하고 부드럽게 운전해주셔서 너무 편해요! 다들 최고 드라이버세요!”
지난 2020년 8월 전국 최초로 시동을 건 임산부와 영유아 가정 전용 택시인 ‘아이맘택시’ 이용자들이 남긴 후기다.

은평구에 사는 임산부와 24개월 이하 자녀를 둔 가정은 은평성모병원과 14개 서울권 상급종합병원 등 8㎞ 이내 의료기관에 갈 때 아이맘택시를 연 10회 무료로 탈 수 있다. 출발 30분 전까지만 스마트폰 앱을 통해 예약하면 아이맘택시가 지정한 장소로 온다. 아이맘택시는 큰 유모차를 실을 수 있도록 대형 승합차로 운행하고 차량용 공기청정기를 설치, 매일 차량 내부를 소독하는 등 은평구 특유의 세심한 행정을 보여주는 대표 사업이다.

정성을 쏟은 사업은 구민들도 금방 알아챈다. 사업 대상자가 5900여 명인데 이미 5500여 명이 가입했다. 누적 이용 건수만 2만4000여 건이다. 7월 확인한 만족도 조사 결과 이용자 94.6%가 ‘만족’했다. 2020년부터 3년 연속 이용자 90% 이상이 만족을 표했다. 이에 화답하듯 은평구 역시 9월부터 가톨릭여의도성모병원,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일산차병원 등까지 이용할 수 있도록 거리 제한을 완화하며 아이맘택시 이용 편의를 더욱 높였다. 내년에는 이용자가 많지 않은 오후 시간대 아이맘택시를 이용해 도서관 등에 갈 수 있도록 도착지 범위도 넓힌다. 내년 2월부터는 아이맘택시 이용자가 의료기관에 갈 때 도우미가 동행하는 서비스를 시행한다.

은평구가 양육 환경 개선에 팔을 걷어붙인 이유는 저출산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서다. 어느 사회든 저출산은 난제 중의 난제인데 은평구는 구에서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물론 자녀를 낳은 신혼부부가 은평구에 정주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이기도 하다.

이 밖에도 은평구는 전국 기초 지방자치단체 처음으로 내년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영유아·보육 교직원·양육자를 위한 영유아 마음건강 돌봄시스템 ‘은평 아이맘 상담소’를 구축한다. 매년 1000명을 대상으로 사전검사 후 위험군 약 300명을 선별해 심층 상담을 제공하는 구조다. 2026년까지 약 8억 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구는 장애·다문화·한부모 등 취약 양육자와 학대 피해를 본 아동을 우선순위에 둘 예정이다. 내년부터 적용되는 어린이집 교사 대 아동 비율 개선은 부모들이 가장 기다리던 사업이다. 은평구는 관내 어린이집 30개소를 대상으로 0세 반은 교사 대 아동 비율을 1 대 3에서 1 대 2로, 3세 반은 1 대 15에서 1 대 10으로 개선한다.

역촌동 구립 행복한숲어린이집에 조성되는 은평구 공공형 실내놀이터는 아이들이 날씨와 미세먼지 등에 영향받지 않고 뛰놀 수 있는 공간이다. 내년 본격 운영되는 공공형 실내놀이터에는 트램펄린이나 미끄럼틀, 그물놀이와 같은 기존 놀이시설 외에도 가상현실(VR) 스포츠 프로그램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한 체험시설이 조성된다. 안전·돌봄 전문 인력도 배치돼 있어 아이와 부모 모두가 마음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다.

보다 장기적으로 은평구는 안정적인 보육 환경을 만들기 위해 구립 어린이집을 확충하고 있다. 구립 어린이집은 안정적인 재정 지원이 이뤄져 교사와 운영자가 더욱 안정감 있게 근무할 수 있다. 지난 8월 문을 연 불광1동 솔숲어린이집은 은평구 90번째 구립 어린이집이다. 은평구는 2023년까지 6개 구립 어린이집을 추가로 개원, 2026년까지 총 100개를 만들 계획이다. 육아 서비스를 종합 지원하는 육아종합지원센터는 확대 이전한다. 현재 센터는 서오릉 인근에 있어 접근성이 떨어지고 공간도 협소하다.

은평구는 센터를 구산역 인근에 새롭게 짓는 공공복합시설로 확대 이전해 보육교육실, 공공 키즈카페, 공동 육아방 등의 시설을 갖출 계획이다. 공공복합시설은 2025년 6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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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로 다른 플랫폼서 진행되는 교육과 환경, 함께 묶어 체계적 관리”

김미경 은평구청장

재선 구청장으로서 농익은 행정을 펼치고 있는 김미경(사진) 은평구청장은 이번 임기에 교육과 환경을 두 개의 축으로 구정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김 구청장은 지난 9일 집무실에서 문화일보 기자와 만나 “그동안 공교육과 평생학습을 별개의 것으로 생각해 왔는데 최근 독일과 프랑스에 가서 보니 평생학습 내에 공교육이 들어 있다는 걸 느꼈다”며 “해외의 경우 ‘지속가능도시’ ‘탄소중립’ 관련 교육이 유치원 때부터 매우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었다”며 교육과 환경을 연계한 정책을 예고했다.

해당 정책의 거점은 도서관이다. 현재 은평구에는 구립도서관이 8개 있고, 작은 도서관이 76개 있다. 김 구청장은 “평생교육 배움터 30개가 아니라 도서관 전체를 다 배움터로 만들 것”이라며 “환경은 물론 복지 관련 교육을 제각기 플랫폼에서 진행하고 있는데 전체를 다 묶어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행정가로서 김 구청장의 관록을 엿볼 수 있다는 대목이다.

김 구청장이 최근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분야는 아무래도 안전이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이후 달라진 우리 사회의 단면이기도 하다. 김 구청장은 “안전을 위해서라면 과한 대처가 낫다”며 “수능 날에도 수험생들이 거리로 쏟아져나올 것에 대비해 구내 대면회의는 물론 은평경찰서장, 소방서장 등과 소통하며 만반의 준비를 했다”고 말했다. 가까이에서 김 구청장을 겪는 구청 직원들은 그를 ‘∼라면 구청장’이라고 부른다. ‘내가 장애인이라면’ ‘내가 노인이라면’ ‘내가 부모라면’ 등의 생각에 기반을 둬 정책을 설계하기 때문이다.

김 구청장은 “은평구민이 태어나면서부터 돌아가시는 그날까지 구청장이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 자리의 무거운 책임을 너무나 잘 알고 있어 많은 생각을 하다 보니 그런 별칭이 붙었다”고 말했다. 구청 직원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달 북한산 화재로 구청 직원 400여 명이 산불 진화에 투입, 오후 8∼9시 어둠이 내려앉았는데 산에서 가장 늦게 내려온 사람이 김 구청장이었다. 김 구청장은 “큰불은 소방에서 끄지만, 잔불은 구청에서 담당한다”며 “불을 끈 후 직원들이 안전하게 하산하는 것까지가 내 책임이기 때문에 먼저 내려가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구청장의 이 같은 행보에 직원들의 충성도 또한 한층 높아졌다는 게 은평구청 직원들의 설명이다.

안정적이면서도 촘촘한 행정력을 뽐내고 있는 김 구청장은 여전히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는 “구청장으로서 한 바퀴를 돌고 나니 초선 때보다 확실히 마음의 여유가 생겼는데, 보이는 것도 많아져 몸은 더 바쁘게 지낸다”며 웃어 보였다. 김 구청장은 “그동안 준비해 왔던 것이 이번 임기에 많이 완성된다”며 “발전하는 은평을 체감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정혜 기자 leaf@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