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제2회 김우중의료인상 수상자인 이정옥 반월도보건진료소장. 대우재단 제공

33년간 섬마을 진료소 지킨 이정옥 소장 ‘김우중 의료인상’
이효민 국경없는의사회 활동가, 10년간 남수단등서 환자 치료

이정옥 전남 신안군 반월도보건진료소장과 이효민 국경없는의사회 활동가가 9일 대우재단이 제정한 ‘제2회 김우중 의료인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 상은 고 김우중 대우 회장이 출연해 시작된 대우재단의 도서·오지 의료사업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지난해 제정됐다.

간호사인 이정옥 진료소장은 지난 1989년 진도군 대마도보건진료소에 처음 부임한 이후 33년간 의사가 없는 8개 보건진료소를 지켰다. 1992년부터는 신안군 섬마을 보건진료소장을 지냈다. 발품을 팔아 마을 지도를 그리고 거동이 불편한 독거노인을 주기적으로 방문했으며 주민들이 편하게 보건진료소를 드나들도록 다양한 일상 프로그램을 발굴해 운영해왔다.

“보건진료소는 전국 어디나 마찬가지로 단순히 아파서 진료하기 위해 오는 공간이라기보다는 동네 사랑방이며, 종합민원시스템이라고 보면 돼요.”

일상 속 보건활동을 이어온 이 소장은 특히 보건진료소 내에 찜질방을 설치했다. 찜질방은 신안군수 제안으로 주민들이 일한 뒤 땀을 빼는 휴식 공간으로 만들었다.

“주민들 입장에서는 정말 잘 생긴 거 같아요. 찜질방 오시면 때도 밀어드려요. 깨끗하게 씻고, 따뜻한 데서 차 마시고, 놀다 가시니까 혼자 계시는 분들은 교류 하시려고 오시는 분들도 많아요”

이효민 활동가는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로, 2012년부터 10여 년간 나이지리아, 팔레스타인, 남수단, 파키스탄,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등 의료 소외지역에서 환자의 생명을 살려왔다. 그는 “처음 활동지에 갔을 때 어떤 무력감을 느꼈다”고 했다 현장에는 약이라든지 이런 시설 같은 게 없기 때문이다.

“첫 미션이 나이지리아였고, 모성건강 프로젝트였는데 조혼 풍습으로 10대 초반이 아이를 낳고 이런 상황이 굉장히 많았어요. 아무리 우리가 이 사람들을 치료를 하고 응급 수술을 한다고 해도 교육이나 문화적인 개선이나 이런 것들이 되지 않으면 언 발에 오줌누기가 아닌가 하는 회의감이 들기도 했습니다.”

이미지 크게보기 제2회 김우중의료인상 수상자인 이효민 국경없는의사회 활동가. 대우재단 제공

대우재단은 이와 함께 광주소년원에서 의료 지원을 펼쳐온 김해송 김해송이비인후과 원장, 해외 의료봉사를 펼친 대한한의약해외의료봉사단, 장애인을 대상으로 무료 치과 치료를 진행해온 송파구방이복지관 이웃사랑치과봉사회에 의료봉사상을 수여했다. 또 어린이 심장수술, 소년원 청소년 선도 등 인술을 꾸준히 실천해 온 이상재 전 완도대우병원장에게 공로상을 주기로 했다.

아울러 ‘워크 스루’ 코로나19 진단 방식을 개발한 김상일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장,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으로서 일반 환자와 이동 동선을 분리 설계한 연정화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감염관리부 팀장, 충청권역에 소아환자 코로나19 거점병원의 기틀을 마련한 꿈크는아이병원, 거제도 최초로 해외 유입 코로나19 환자 대응 시스템을 구축한 이태석 의정부을지대학교병원 응급의료센터장은 특별상 수상자로 뽑혔다.

시상식은 이날 연세대 대우관에서 열리며 김우중 의료인상 수상자에게는 각 3000만 원, 의료봉사상과 특별상 수상자에게는 각 1000만 원의 상금 등 총 1억5000만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한편, 1978년에 고 김우중 대우 회장의 출연금 50억 원으로 설립된 대우재단은 김 회장의 뜻에 따라 의료시설이 없었던 무주, 신안, 진도, 완도 등 도서·오지에 대우병의원을 설립해 산부인과, 소아과, 내과, 외과 등 총 450만여 건의 진료를 진행했다. 국가 보건서비스가 강화되면서 대우재단은 2000년대 초 국내 의료사업을 종료하고, 현재는 저소득국 중심으로 해외 의료봉사 및 보건의료인 육성을 진행 중이다. 이 밖에도 대우재단은 대우학출총서, 아트선재센터, 대우꿈동산, 행복나눔섬지역센터, GYBM 등사업을 40여 년간 중단 없이 이어가고 있다.

박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