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적발한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 전 이사의 매관매직 행태는 문재인 정권의 부정부패가 어떤 지경까지 이르렀는지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문 전 대통령이나 정권 실세와 가까운 사람이 ‘낙하산’으로 기관장을 차지하고, 그 주변 인사들로 요직을 채운 뒤, 다시 주변 세력들과 온갖 이권을 거래하는 ‘부정부패 카르텔’의 민낯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더구나 개발도상국 공적 원조를 담당하는 코이카에까지 이런 일이 자행된 것으로 보면, 이번에 드러난 사례는 빙산의 일각일 개연성이 크다.

6일 감사원 발표에 따르면, 송모 씨는 2018년 2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코이카 사회적가치경영본부 이사를 맡으면서 임직원 22명으로부터 선임·승진·전보 등을 대가로 3억8500만 원을 받았다. 6400만 원을 받고 시민단체에서 함께 근무한 A 씨를 코이카 자회사 대표이사로 선임하기도 했다. 손혁상 현 코이카 이사장은 대학 교수 시절이던 2020년 4월 송 씨에게 자녀 학비 명목으로 1000만 원을 줬고 같은 해 12월 이사장에 선임됐다는 점에서 더 기막히다. 송 씨는 문 전 대통령이 변호사 시절 활동했던 부산 YMCA에서 사무총장을 지냈고, 2017년 이미경 당시 코이카 이사장이 적폐청산을 위해 만든 혁신위원회에서 활동한 뒤 이듬해 코이카 상임이사에 임명됐다.

유사한 구조로 자행된 비리는 현재 수사 중인 것만 해도 부지기수다.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은 공무원 등에게 청탁해 정부지원금 배정, 마스크 사업 인허가, 임직원 승진을 알선해준다며 9억5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에게 부탁해 CJ그룹 계열사 상근 고문으로 취업한 의혹도 받는다.

허인회 씨는 2020년 8월 생태계 보전 협력금 반환 사업 대행사 등의 부탁을 받아 국회의원 등에게 청탁·알선하는 대가로 수억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위안부 돕기 활동을 하면서 보조금을 부정 수령하고 개인 계좌를 이용해 모금한 돈을 임의로 사용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윤미향 의원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국가 기강과 국민 신뢰를 훼손하는 부패 고리는 ‘몸통’까지 추적해 엄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