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협상 결렬 민주노총 산하 서울교통공사 노조원들이 29일 저녁 회사와의 노사 교섭이 결렬된 직후 협상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뉴시스

■ 안전운임제 완전폐지 검토

대통령실 “대충 끝내기협상땐
파업 악순환 계속된다” 판단
민노총 ‘정부 길들이기’ 행태에
결코 밀리지 않겠다 의지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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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30일 화물연대와 서울지하철노조, 철도노조의 잇단 파업이 물류를 볼모로 잡아 국가경제를 흔들려는 ‘정치 파업’으로 보고 “가용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단호히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특히 민주노총이 합의 직전 상태인 서울지하철 노사 협상에 개입해 파업을 유도한 것은 정권을 흔들려는 의도가 다분하다는 게 대통령실과 여권의 시각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윤 대통령은 화물연대 파업을 대충 끝내기 위해 협상하면 악순환이 결코 끝나지 않는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며 “법과 원칙대로 대응할 것”이라고 전했다. 민주노총이 정부를 길들이기 위해 국민 경제를 인질로 잡고 위협하는 행태에 결코 밀릴 수 없다는 뜻이다. 윤 대통령은 이를 위해 “가용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라”고도 지시했다.

정부는 기존의 ‘안전운임제 3년 연장’ 방침을 바꿔 안전운임제를 완전히 폐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안전운임제는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도입한 핵심 노동 정책 중 하나다. 민주당 등 야권은 정부와 화물연대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안전운임제를 연장하는 법안을 제출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야당의 법안에 대한 거부권을 통해 안전운임제를 폐지하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회에서 협의한 법안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전운임제는 화물차주가 지급 받는 최소한의 운임을 규정해 이들의 적정 임금을 보장하는 정책이다. 그러나 정부 관계자는 “화물차주들의 운임을 올리면 개인사업자인 이들은 오히려 더 많이 운전해 소득을 높이려 하는 경향이 있다”며 “안전운임제가 정말 안전을 담보하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화물차 운전자들의 안전운행을 위해 ‘일정 시간 운전 후 휴식’을 법에 명시하는 대체법안을 만드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도 “일률적인 운임이 시장경제 원칙에 어긋나고 물류비 인상, 물가 인상의 부작용을 초래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정부는 운송거부자들에 대해 유가보조금을 유예하거나 제외하는 방안도 들여다보고 있다. 현재 화물차 허가제를 특정 차종에 대해서만 등록제로 바꾸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다. 등록제로 바꿔 시장 진입 문턱을 낮추면 시장 경쟁이 심화하고 운임이 낮아지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정부가 차제에 운송사업체 구조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페이퍼컴퍼니 같은 회사들을 이참에 적발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또 경찰력을 총동원해 비조합원에 대한 불법 행위를 적발할 방침이다. 전체 화물차주에 대한 화물연대 소속 비율이 미미한 만큼 불법행위만 적발해도 파업 효과가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김윤희 기자 wor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