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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연예안진용기자의 그여자 그남자

사과할 줄 아는 중전 · 어미 이해하는 왕자… 서로에게 ‘슈룹’ 이 되다

안진용 기자
안진용 기자
  • 입력 2022-11-29 08:52
  • 수정 2022-12-22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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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이미지 크게보기 tvN ‘슈룹’의 화령(사진 왼쪽)과 성남대군(오른쪽)은 중전과 세자라는 위치를 떠나 어미와 아들로서 서로를 이해하고 진심으로 화합한다. 아들을 세자로 책봉시키기 위한 어미의 고군분투를 담은 ‘슈룹’은 ‘조선판 SKY캐슬’이라 불렸다.



■ 안진용기자의 그여자 그남자 - 드라마 ‘슈룹’의 엄마 화령과 4명의 대군

버팀목이던 세자 잃은 중전
대비 · 후궁들 권력욕속 택현전쟁
슬픔과 두려움 감정조차 사치로
왕자들 세자책봉 위해 동분서주

개성 강한 천방지축 왕자들
반항아 차남 · 성 정체성 숨긴 4남
자신 허물로 인정한 엄마와 화해
중전 뜻따라 ‘왕세자’ 되려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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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렵지 않으십니까?” 세자가 죽고, 새로운 세자를 책봉하기 위한 ‘택현’을 앞두고 왕자들은 어미인 중전 화령(김혜수)에게 이렇게 묻는다. 후궁의 소생이 세자가 되면 중전과 그 아들들은 목숨을 부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화령은 답한다. “엄마도 두렵지, 한데 우리 대군들을 보니 하나도 안 무섭구나.” 화령은 조선의 국모다. 하지만 그 이전에 다섯 아들을 둔 ‘아들 엄마’다. 그래서 ‘그 여자’는 두려워할 여유조차 없다.

한 배에서 나왔지만 제각각 뚜렷한 개성을 가진 다섯 왕자를 건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그의 모습은 요즘 자식 교육에 목매는 여느 엄마들과 다르지 않다. ‘슈룹’이 ‘조선판 SKY캐슬’이라 불리는 이유다.

요즘 시대에 다섯 아들을 키운다고 하면 누구나 입을 떡 벌릴 노릇이다. 하지만 조선 시대 중전이라면 다르지 않을까? 왕좌의 곁을 지키며 시중드는 신하들에게 둘러싸여 있을 터이니. 하지만 그 자리는 항시 위태롭다. 권력욕에 눈먼 이들은 세자의 자리를 호시탐탐 노린다. 정적에게 권력을 빼앗긴다는 것은 곧 멸문을 뜻하는 것이니 왕자들을 채찍질할 수밖에.

화령에게는 든든한 왕세자가 있었다. 장자 계승 원칙에 따라 왕세자가 된 장남은 어질고 박식하다. 동생들이 본받을 존재다. 하지만 더없이 든든한 큰아들이 하루아침에 앓아눕더니 결국 세상을 떠났다. 화령에게는 두 가지 임무가 생겼다. 독살이 의심되는 왕세자의 억울함을 밝히는 동시에, 남은 네 왕자 중 한 명이 세자로 책봉되도록 가르쳐야 한다.

photo이미지 크게보기 화령의 속을 끓게 만드는 ‘슈룹’의 네 왕자.


하지만 ‘그 남자들’은 제멋대로다. 차남인 성남대군은 반항아의 전형이다. 건방지고 삐딱하다. 죽은 형을 대신해 장자 역할을 해야 하지만 좀처럼 엄마 손에 잡히지 않는다. 3남인 무안대군은 트러블메이커다. 능청스럽고 꾀도 많다. 밉진 않지만 철도 없다. 4남 계성대군은 조용하고 예술가적 기질이 강하다. 딸같이 엄마에게 살갑게 대하는 아들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비밀이 있다. 5남 일영대군은 막내답다. 학문과는 담을 쌓았지만 늘 긍정적이다. 화령은 지각대장인 막내를 제시간에 맞춰 종학에 들여보내기 바쁘다.

화령은 부지런히 궁을 누비며 왕자들을 좇는다. 늦잠 자는 왕자들을 직접 깨우고, 여색에 빠진 왕자를 다그친다. 하지만 공부만을 강요하는 맹목적인 엄마는 아니다. 궁궐 구석진 전각에 마련된 계성대군의 비밀 공간에서 화장 도구, 머리 장식, 저고리와 치마 등을 본 후 화령은 이를 불태운다. “제 모든 것을 없애셨습니다. 창피하고 부끄러워 그리하셨습니까?”라고 묻는 계성대군에게 화령은 계성대군이 여장한 모습을 담은 초상화를 건네주며 “언제든 네 진짜 모습이 보고 싶거든 그림을 펼쳐서 보거라”라고 말한다. 또한 “딸이 생기면 주려 했던” 어머니의 비녀를 계성대군에게 물려준다.

화령이 보여준 또 다른 참 어미의 모습은 인정과 사과다. 이는 화령과 성남대군의 관계에서 드러난다. 갑자기 교육에 열을 올리는 화령에게 성남대군은 “변하셨다. 저는 괜찮지만 동생들에게 헛된 희망을 주지 말라”고 말한다. 하지만 세자의 몸 상태를 아는 화령에게 교육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형이 죽은 뒤 차기 계승자인 원손마저 모함에 의해 폐서인되는 과정을 지켜본 성남대군은 그제야 어미의 속내를 깨닫고 세자가 되기 위한 본격적인 준비를 시작한다. 어릴 적 민가에서 자라야 했던 아픔을 겪은 성남대군에게 화령은 “엄마라 해서, 어른이라 해서 항상 맞은 것은 아니야. 미안하다”고 뒤늦게 사과하고, 성남대군은 “이제 미안해하지 마십시오. 궁 안에서 자라 세상 물정 모르는 순진한 왕자들보다 훨씬 더 잘 자라지 않았습니까?”라고 답한다. 내 배에서 나왔다고 내 말에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탯줄의 단절과 함께 모자가 두 인격체로 분리되듯, 모자를 종속이 아닌 수평 관계로 보는 화령과 그런 어미를 이해하는 성남대군의 화해는 ‘슈룹’이 궁극적으로 설파하려는 바다.

‘슈룹’에는 또 하나의 흥미로운 모자 관계가 등장한다. 대비(김해숙)와 왕 이호(최원영)다. 후궁 출신인 대비는 서자인 이호를 왕좌에 앉힌 인물이다. 과거 대비는 태인세자를 죽게 만든 후 이호를 세자로 책봉시켰다. 그리고 대비는 서자 신분으로 왕이 된 이호의 열등감을 교묘하게 자극해 또다시 왕좌를 주무르려 한다. 중전과 대비의 대립은 서슬 퍼렇다. 대비는 손자인 성남대군을 해하려 하고, 중전은 아들을 지키기 위해 시어머니인 대비를 공격한다. 중전과 대비, 며느리와 시어머니로서가 아닌 어미 대 어미로 맞선 두 사람의 대화에서는 한기가 느껴진다. 화령이 “아직 수의보다는 당의가 어울리신다. 얼른 털고 일어나셔서 제 아들이 왕위에 오르는 걸 보셔야지요”라고 경고하자, 대비는 “왕세자는 내가 정합니다. 그러니 잘 지켜보세요. 내가 누굴 세울지”라고 맞받아친다.

슈룹은 ‘우산’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숱한 어미들이 아들이 맞을 비를 막아주는 우산 역할을 자처한다. 과연 어느 어미의 우산이 더 넓고 강할까? 종방을 한 주 앞둔 ‘슈룹’의 관전포인트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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