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워인터뷰 - 문정희 시인은

“내가 나에게 ‘너 성공했다’ ‘너 장해’라고 말할 수 있는 순간이 있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시인으로 살았다는 거예요. 나는 잔재주가 많아요. 호기심도 많고. 연극도 하고 싶었고 영화감독도 되고 싶었어요. 그런데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것이 힘이 되는 시대, 아무것도 없는 시를 지키면서 끝까지 사랑했어요.”

“언제나 시인이고 싶다”고, “이 시대 가장 팔팔 뛰었던 시인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문정희 시인은 1947년 전남 보성에서 태어나 진명여고를 거쳐 동국대 국문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1965년, 진명여고 재학 중 첫 시집 ‘꽃숨’을 냈는데, 여고생이 시집을 낸 것도 한국 최초지만 미당 서정주(1915∼2000)의 서문이 들어가 화제가 됐다. ‘꽃숨’이란 제목도 ‘아름다운 첫 숨결’이란 뜻으로 미당이 지어 줬다. 그 뒤 1969년 월간문학 신인상에 당선돼 등단한 뒤 고독, 자유, 여성, 사랑, 생명 등의 시적 화두를 특유의 에너지와 삶에 대한 통찰로 풀어내 왔다. 특히 ‘여성의 언어로 시를 쓴 시인으로 남고 싶다’는 그의 말처럼 가부장적 사회의 폭력성을 정면 비판하면서도 모성으로서의 여성성, 생명의 근원으로서의 여성을 품어왔다. 시집 ‘남자를 위하여’ ‘오라, 거짓 사랑아’ ‘작가의 사랑’ ‘오늘은 좀 추운 사랑도 좋아’ 등을 출간했다. 문학평론가 최진석은 ‘오늘은 좀 추운 사랑도 좋아’의 작품 해설에서 “그는 항상 다른 시로 태어났다. 시를 낳을 적마다 다른 시인이 되었고, 태어난 시로 인해 또 다른 시인으로 변모해왔다”고 평했다.

현대문학상, 소월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이용악문학상 등을 받았다. 스웨덴 시카다상을 수상하고, 14권의 시집이 11개 언어로 번역되는 등 해외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8월 이탈리아에서 ‘바느질하는 바다’가 출간됐고, 시선집 ‘지금 장미를 따라’가 중국에서 출간될 예정이다. 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동국대 석좌교수, 한국시인협회장 등을 역임했고, 임기 3년의 국립한국문학관장에 임명돼 2025년 개관을 준비 중이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