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 = 전승훈 기자

■ 콘텐츠 업계 ‘저작권법 개선’ 목소리

드라마 · 예능 프로그램 제작때
회당 음악 30 ~ 100곡씩 들어가
TV ‘방송’ - OTT ‘전송’ 개념
저작권료 지불방식 달라 ‘시끌’

OTT, 일일이 권리자 찾아다녀
제작비 상승 · 경쟁력 저하 우려
업계 “우리도 사후정산 적용을”
VOD포함 ‘보상 청구권법’ 시급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통한 콘텐츠 공급 및 시청이 활발해지면서, 콘텐츠 내 음악 사용에 대한 보상 청구권 제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관련 업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음악 사용료를 사후 정산하는 현행 저작권법은 TV를 기반으로 한 ‘방송’에 국한되기 때문에 ‘전송’ 개념에 해당되는 OTT 콘텐츠의 음악 사용은 이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현재 TV(방송)나 OTT(전송) 등을 통해 공개되는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에는 회당 적게는 30∼40곡, 많게는 100곡 이상의 기성 음악이 삽입된다. 방송 콘텐츠의 경우, 가수와 같은 실연자들과 음반사에 지급하는 음악 저작인접권료를 보상금 지급 단체에 일괄 정산하는 방식으로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방송이 노출된 후 사후 정산해도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는 재방송에도 해당된다.

하지만 이 같은 콘텐츠가 TV와 같은 ‘방송’ 개념의 플랫폼이 아닌 OTT나 인터넷TV(IPTV)를 통해 ‘전송’될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현 저작권법은 관련 조항의 범위를 ‘방송’에 국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콘텐츠여도 TV에서 노출될 때는 음악 저작인접권료를 사후 정산하면 되지만, OTT 플랫폼에서 노출될 때는 각 권리자에게 사전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이 같은 법 개정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OTT 업계 관계자는 “방송과 전송은 저작권법상의 구분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프로그램을 서비스할 때 ‘방송’은 사후 일괄 처리가 가능하고, 방송 직후 또는 방송 중 OTT 플랫폼을 통해 전송 형태로 공개되는 주문형비디오(VOD·video on demand) 콘텐츠는 저작인접권자에게 각각 미리 허락을 받아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전송 보상금 제도를 방송뿐만 아니라 전송에도 포괄적으로 도입하는 것은 권리자들이 합당한 저작권료를 받는 동시에 이용자들의 사용 처리 과정을 효율화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만약 현행법을 개정하지 않고 OTT 플랫폼에서 노출되는 콘텐츠에 사용되는 음악 저작인접권에 대한 권리를 사전 처리해야만 할 경우 △제작 일정 장기화 및 제작비 상승 △권리자 배분 수익 감소 △해외사업자 대비 열악한 콘텐츠 라이브러리로 경쟁력 저하 등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OTT 업계에서는 부득이하게 신규 콘텐츠에 포함된 음악 사용료의 사전·사후 정산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콘텐츠 사용을 둘러싼 잡음이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이를테면 팝송에 대한 권리를 갖고 있는 해외 퍼블리싱 업체들이 사전 허락 없이 사용된 콘텐츠에 대해 법적 문제를 제기하며 피해 보상을 요구할 수도 있다.

또 다른 OTT 업계 관계자는 “음악 실연자는 대부분 신탁 단체를 통해 일괄 접촉이 가능해 사전 처리할 수 있지만, 음반제작사는 각각 권리자를 찾아 허락을 받고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사전 승인을 받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이 때문에 각 콘텐츠 제작사에서는 사전 허락을 받기 위해 하루 종일 전화를 돌리는 작가를 따로 두는 등 인력 손실도 적잖다”고 토로했다.

이런 심각성을 인지한 업계의 법 개정을 위한 논의도 지속적으로 진행 중이다. OTT 이용자가 급격히 증가하며 콘텐츠 소비 방식에서 방송과 전송의 경계가 무의미해졌기 때문에 사후정산 제도가 방송과 전송, 두 영역에 모두 적용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 8월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가 주최한 ‘OTT와 방송산업의 활성화를 위한 저작권 제도 개선 제언’ 세미나에서도 VOD를 포괄하는 새로운 보상 청구권법 도입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해당 세미나의 발제를 맡은 김용희 동국대 교수는 “저작권법 75조(방송사업자의 실연자에 대한 보상)와 82조(방송사업자의 음반제작자에 대한 보상)의 개정을 통해 보상 내용에 OTT·IPTV에 서비스되는 VOD를 포함하는 ‘전송 보상 청구권 제도’의 도입이 시급하다”면서 “‘전송 보상 청구권’ 제도를 도입해 관련 사항을 법률로 명확하게 정의해 현행법의 불명확성을 개선하게 되면 방송과 전송 서비스 간 차별적 행위가 해소되고 관련 사업의 균형적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