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2019~2020시즌 혼다클래식에서 PGA투어 데뷔 첫 우승 트로피를 든 임성재. AP뉴시스

외적인 성장에만 집중했던 미국프로골프(PGA)투어가 예상 밖의 변수를 만났다. 무려 41년간 동행했던 든든한 후원사가 등을 돌렸다.

미국 매체 골프위크는 지난 18일(한국시간) 여러 소식통을 인용해 일본 자동차 기업인 혼다가 2023년에 만료되는 PGA투어 후원 계약을 갱신하지 않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혼다는 1982년부터 이 대회를 후원했다. PGA투어와 가장 오랫동안 함께한 후원사다. 9년의 짧은 역사 동안 네 차례나 이름이 바뀌었을 정도로 안정적이지 않았던 대회 운영은 50년 역사 중 무려 41개 대회 개최를 함께한 혼다와 만나 안정감을 찾았다. 임성재가 2020년 3월 PGA투어 첫 승을 거둔 대회도 혼다클래식이었다. 하지만 2024년부터는 새로운 스폰서와 함께 역사를 이어가게 됐다.

혼다가 PGA투어 대회 후원을 중단하기로 한 배경에는 역설적으로 최근 LIV골프인비테이셔널(LIV)과 경쟁하며 급성장한 PGA투어의 몸집 불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혼다클래식은 2015년엔 남자골프 세계랭킹 상위 25명 중 15명이 출전할 정도로 비중이 큰 대회였다. 당시 4대 메이저대회와 월드골프챔피언십(WGC), 페덱스컵 플레이오프를 제외한 일반 대회 중엔 출전 선수의 세계랭킹을 합산한 평가지수(Strength of Field)가 플레이어스챔피언십과 메모리얼토너먼트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

그동안 이 대회에서 우승한 선수만 해도 헤일 어윈(미국)을 시작으로 프레드 커플스(미국), 닉 프라이스(짐바브웨), 마크 캘커베키아(미국), 비제이 싱(피지), 파드리그 해링턴(아일랜드), 어니 엘스(남아프리카공화국),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애덤 스콧(호주), 리키 파울러, 저스틴 토머스(이상 미국) 등 PGA투어를 수 놓았던 스타가 즐비하다. 한국 선수 중엔 임성재에 앞서 2009년 양용은도 우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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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최근 들어 혼다클래식의 위상이 낮아졌다. 플레이어스챔피언십이 5월에서 3월로 개최 시기를 앞당겼고, 한국 기업인 현대자동차가 후원하는 제네시스오픈이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와 손잡고 2019∼2020시즌부터 제네시스인비테이셔널로 격상되며 위기가 커졌다. 결국 2020∼2021시즌엔 세계랭킹 상위 50명 중 5명만이 혼다클래식에 출전했다.

2022∼2023시즌도 크게 다르지 않다. 총상금 규모가 840만 달러인 혼다클래식은 개막 전 WM피닉스오픈, 제네시스인비테이셔널(이상 총상금 2000만 달러), 종료 후 아놀드파머인비테이셔널(총상금 2000만 달러)과 플레이어스챔피언십(총상금 2500만 달러)에 끼인 대회다. PGA투어는 LIV에 대항하기 위해 총상금을 2000만 달러 이상 준비한 17개 대회를 특급대회로 분류해 세계랭킹 상위선수의 출전을 보장했다. 혼다클래식은 특급대회 사이에 끼어있는 만큼 중하위권 선수가 경쟁하는 대회로 열릴 가능성이 크다.

PGA투어의 한 현역 선수는 골프위크와 인터뷰에서 "충실한 후원자를 잃는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그들의 사업이 어려움을 겪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내린 결정 때문에 후원자를 잃게 된 것"이라며 "아마도 그들(혼다)은 ‘당신(PGA투어)이 우리에게 잘못을 했으니 이제 그만두겠다’고 이야기하는 셈"이라고 아쉬워했다.

오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