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지상 시험장비 부족
성공 때까지 계속 발사할 것”

미사일 전문가들은 북한이 지난 3일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이 올해 들어 4차례 발사에 실패한 이유에 대해 추력 강화를 급하게 추진하다 기술적 결함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화성-15형보다 추력을 크게 강화할 목적으로 클러스터링(clustering·미사일 결합) 및 고공엔진, 노즐 등 새 기술 접목 과정에서 복합적인 문제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북한이 3일 발사한 화성-17형은 1단과 2단, 2단과 탄두 등 2차례 분리에 성공하면서 일부 기술적 진전은 있었지만 제대로 추력을 얻지 못하고 동해상에 추락했다. 이날 발사된 화성-17형은 고도 1920㎞, 비행거리 760㎞로 탐지됐는데 고각발사를 한 상황과 ICBM임을 고려하면 6200㎞ 정도까지 올라가야 정상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화성-17형의 경우 최고난도 기술이 요구되며, 화성-15형과 달리 1단 클러스터링, 2단 고공 엔진 시뮬레이션, 노즐 설계 등 3가지 중에서 결함이 생겼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장 교수는 “북한은 미사일 선진국처럼 비싼 비용이 들어가는 모사 실험용 지상 시험장비나 시설이 거의 없어 실제 쏘아보면서 결함을 수정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며 “화성-17형 개발 성공 때까지 계속 시험발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액체연료 엔진 화성-15형, 화성-17형과 전혀 다른 고체연료 ICBM 개발 과정에서 발생한 결함인지에 대한 분석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화성-17형의 1단 엔진은 노즐(화염 분사구)이 4개에 달해 화성-15형의 2개보다 2개 더 많다. 화성-15형보다 강해진 1단 추진체 추력에 이어 ‘바통’을 터치할 2단 추진체의 엔진, 즉 고공 엔진에서 노즐 등이 제 역할을 감당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앞서 북한은 2월 27일과 3월 5일 정찰위성 시험발사라고 주장하며 화성-17형을 쏜 적이 있는데 각각 고도가 620㎞, 560㎞에 그쳤다. 3월 16일 발사 때는 고도 20㎞ 미만의 초기 단계에서 폭발했다.

정충신 선임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