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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간 31주년 특집

“글로벌 시장 주도 없인 생존 못한다” R&D 올인
반도체·모빌리티·넷제로·바이오 등 과감히 투자

최태원(SK그룹 회장)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달 17일 한국경영학회와 ‘신(新)기업가정신 확산’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자리에서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빠른 추격자) 전략으로 선진국에 진입했지만 더는 이 전략을 쓰기 어렵다”고 역설했다. 지난 9월 26일 울산포럼에서는 탄소중립과 관련해 “‘퍼스트 무버(First Mover·선구자)’로서 성공한다는 생각으로 해결 방안을 찾으면 다른 곳에도 적용해 사업 기회로 만들 수 있다”고 ‘퍼스트 무버’ 전략을 내세웠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도 평소 임직원들에게 “내연기관차 시대에 우리는 패스트 팔로어였지만, 전기차 시대에는 출발선이 똑같다”며 “압도적 성능과 가치로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가 돼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1일 재계에 따르면,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퍼펙트 스톰(초대형 복합 위기)’을 극복하기 위해 기업들이 연구·개발(R&D)과 투자에 ‘올인’하고 있다. 이를 통해 퍼스트 무버로 도약하겠다는 것이다. 앞선 기술력으로 세계 시장을 주도하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 바이오 등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역량을 확보하고 있긴 하지만 기술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며 “여전히 한국이 뒤처진 분야도 적지 않은 만큼, 규제 완화 등을 통해 기업들이 하루빨리 퍼스트 무버로 올라서게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과감한 투자와 앞선 기술력으로 후발 주자들의 추격을 따돌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지난 2017년부터 가동을 시작한 경기 평택캠퍼스를 6라인까지 건설하고,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제2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을 만든다. 올해 세계 최초 3나노 양산을 시작한 삼성전자는 오는 2027년까지 1.4나노 공정까지 완성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SK그룹은 ‘넷제로(탄소 순배출량 제로)’를 생존과 미래 성장을 위한 핵심 과제로 선정하고 친환경 분야에서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13일 창립 60주년 기념식에서 ‘미래 친환경 에너지를 선도하는 글로벌 그린 에너지 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는 비전을 공개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혁신을 통해 자동차업체에서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압도적인 기술력으로 내연기관차에 이어 전기차 시장에서도 글로벌 3위 업체로 부상했다. 소프트웨어 투자를 강화하고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미래 항공모빌리티 등 신사업과 연계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LG그룹은 환경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트렌드에 발맞춰 관련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LG화학이 플라스틱 생태계 친환경 순환고리 구축에 앞장서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수소사업 퍼스트 무버’ 전략을 펼치고 있다. 철강 부문에서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활용해 탄소 배출을 줄이는 동시에 수소사업 가치사슬을 구축할 계획이다. 한화그룹은 우주항공과 친환경 에너지 분야 퍼스트 무버를 목표로 한다. 현대중공업그룹은 디지털과 친환경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글로벌 조선산업 혁신을 선도하고 있다.

김성훈·장병철·이근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