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폭격으로 우크라 발전소 1／3 파괴
수도 키이우 등 각 지역에서 순환 정전 실시
겨울 앞두고 난방 안되는 “인도주의적 위기” 발생 우려

이미지 크게보기 땔감용 나무를 베는 우크라이나 주민들.AP· 뉴시스

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11일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의 주민들이 인프라 시설을 겨냥한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정전이 된 도심을 걷고 있다. 연합뉴스

러시아의 계속된 공습으로 주요 전력망의 30% 이상이 소실된 우크라이나 정부가 순환정전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겨울철을 앞두고 난방과 온수공급에도 차질을 빚으면서 동사 사고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비롯한 주요 대도시와 각 지역에서 순환정전이 실시됐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날 대국민 연설에서 “주요 전력 소모 시간대에 전력사용을 줄여야한다”며 “나라 전체가 보다 안정적으로 이 기간을 헤쳐나가야한다”고 고통분담을 호소했다.

수도 키이우에선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에 발전소 두 곳이 부서졌고 세 명이 숨졌다. 정전 사태도 잇따라 주민 5만여명이 몇 시간 동안 전기 공급을 받지 못했다. 또 남중부 도시 드니프로와 북동부 도시 수미에서도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에너지 시설이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동부에 자리란 제2 도시 하르키우는 로켓포 8발의 공격을 받았다.수도 키이우에서 서쪽으로 140㎞ 떨어진, 군사기지가 있는 도시 지토미르의 세르히 수코믈린 시장은 에너지 시설에 대한 2차례의 미사일 공격으로 도시 전체의 전기와 물이 끊겼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지난 한 주 동안만 100대 이상의 드론이 발전소, 하수처리장, 주거용 건물, 교량 등 도시 지역의 목표물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키릴로 티모셴코 대통령 부비서실장은 “현재 전국의 상황이 위급하다”면서 “전국이 단전과 단수, 난방 중단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수도 키이우에서는 상점이나 은행 등이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해 실시하고 있는 간판 조명 끄기와 가로등 끄기 등이 시행되고 있으며, 지역별 전력상황에 따라 순환정전이 실시되거나 전력 공급이 아예 끊긴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겨울을 앞둔 우크라이나에서 난방과 전력이 중단돼 ‘인도주의적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WHO는 성명을 통해 “연료나 전력을 사용할 수 없는 것은 집에 난방을 못 한다는 것이므로 생사가 걸린 문제”라고 지적했다. 유엔 인권이사회도 민간 전력시설을 의도적으로 공격하는 것은 전쟁범죄에 해당한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주요 지역에서 전력망 파괴로 열병합 발전소들의 운영도 어려워지면서 난방이 끊기는 지역이 많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서방의 한 정보당국 관계자는 러시아가 장거리 비행체의 폭격으로 우크라이나의 전력망을 파괴해 우크라이나 주민의 전쟁 의지를 꺾으려는 전략을 시도하고 있다며 “이란산 드론이 (러시아군의 전략에서)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가 전쟁에서 지고 있기 때문에 드론을 이용하고 있다며 “러시아는 군사적 패배를 테러로 보상하려 하고 있다. 왜 이런 테러를 하느냐면, 그건 우리를, 더 나아가 유럽과 전세계를 압박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박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