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17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관한 새 기록영화 ‘인민의 어버이’에서 속옷차림의 김 위원장이 전용열차 내부에서 보고를 받는 모습을 공개했다. 조선중앙TV·연합뉴스

김정은, 고아원 둘러보다 낡은 밥그릇에
“자기 손자·손녀들이 그런 그릇에 밥을
담아 먹으면 마음이 좋겠나” 간부들 질타
金 통치 활동 부각해 내부 결속 노린 듯




북한에서 인민을 위해 애쓰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기록영화가 새로 제작됐다. 이 가운데 영상 곳곳에서 북한이 경계하는 외국 문물에 관한 내용이 포착되기도 했다.

관련 당국에 따르면 조선중앙TV는 17일 오후 7시부터 약 1시간 40분에 걸쳐 새로운 기록영화 ‘인민의 어버이’를 방송했다. 김 위원장이 북한 주민들의 의식주 문제와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선전하는 내용이었다.

해당 영화에서는 김 위원장이 “인민생활 향상의 돌파구를 다름 아닌 식량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먹거리 해결에 총력을 기울였다며 그가 2019년 보고받은 문서들이 일부 공개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이 보고 받은 문서 중에는 ‘인민들의 식량 형편을 분석한 정형과 대책 보고’를 비롯해 스파게티·샴팡(샴페인)·치즈 공급, 초복날 단고기(개고기) 요리 봉사 실태 등 주민들의 다양한 먹거리에 관한 서류가 포함돼 있었다.

또 이번 영화는 김 위원장이 2014년 애육원과 육아원(고아원)을 둘러보면서 낡은 밥그릇에 가슴 아파하며 간부들에게 “자기 손자·손녀들이 그런 그릇에 밥을 담아 먹는다면 마음이 좋겠는가”라고 질책한 사실도 전했다. 이후 김 위원장이 직접 견본을 살펴본 후 아이들에게 제공한 새 식기에는 일본 캐릭터 ‘헬로키티’를 비롯해 미국 디즈니의 ‘미키마우스’와 ‘백설공주’, 영국 TV만화 ‘기차 토마스’ 등이 그려져 있었다.

이미지 크게보기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17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관한 새 기록영화 ‘인민의 어버이’에서 속옷차림의 김 위원장이 전용열차 내부에서 옥수수 종자를 살펴보는 모습을 공개했다. 조선중앙TV·연합뉴스

이미지 크게보기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17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관한 새 기록영화 ‘인민의 어버이’에서 2014년 김 위원장이 고아원 돌봄시설에 제공하도록 한 식기를 공개했다. 김 위원장의 낡은 그릇 질타에 따라 아이들에게 제공된 새로운 식기에는 일본 캐릭터 헬로키티를 비롯해 미국의 미키마우스 등이 새겨져 있었다. 조선중앙TV·연합뉴스

영화는 시급한 주택난 해결을 위해 김 위원장이 간부들의 만류를 뿌리치는 내용도 다뤘다. 지난해 1월 8차 당대회에서 평양시에 매년 1만 가구씩 건설하기로 결정했으나 간부들이 여러 어려움으로 7500가구로 줄이자고 보고하자, 김 위원장이 절대로 양보할 수 없다고 밀어붙여 결국 김일성 주석의 옛 주택마저 헐게 됐다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 4월 평양 도심 보통강 주변에 다락식(테라스식) 고급 주택단지를 완공했는데, 이곳은 김 주석이 1970년대 주석궁(현 금수산태양궁전)으로 옮기기 전까지 살았던 ‘5호댁 관저’가 있던 곳이다.

이번 영화는 특히 간부들이 ‘불필요한 일’에 주민들을 함부로 동원하지 못하도록 조치한 김 위원장의 ‘애민정치’ 사례를 부각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이 지난 2014년 12월 밤 현지지도 귀환 길에 도로에 나와 눈을 치우는 주민들을 보고 “이렇게 추운 겨울밤 인민들이 얼마나 힘들었겠는지 일군들이 실지 느껴봐야 한다”며 당 조직지도부 부부장들과 황해남·북도당 집행위원들에게 직접 눈 치우기를 시켰다는 것이다. 영화는 이런 조치의 결과를 김 위원장이 보고받은 사실을 서류로 전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17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관한 새 기록영화 ‘인민의 어버이’에서 간부들이 주민들에게 눈을 치우게 한 사실을 알게 된 후 김 위원장이 간부들에게 직접 험한 일을 해보도록 지시했다는 문서를 공개했다. 조선중앙TV·연합뉴스

또 2013년에는 평양 서성구역에서 새벽부터 주민들을 동원해 잔디를 심게 하고, 2017년 함흥시 흥남구역에서는 주민들에게 도로 바닥선을 그리게 했는데 이를 뒤늦게 안 김 위원장이 “그토록 분격(격분)했다”고 영화는 전했다. 이처럼 김 위원장에 대한 새 기록영화가 그동안 북한 주민들이 몰랐던 의식주 관련 당 문서를 무더기로 공개한 것은 주민들의 불편을 헤아리고 의식주 문제를 해결하려는 김 위원장의 통치 활동을 부각해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박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