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민심은 개혁개방으로 향한다”… 중국 공안들이 지난 15일 중국 베이징 영화자료관 화장실 벽면에서 발견된 반정부 낙서를 살펴보고 있다. 아래 ①은 이 화장실 벽면에 스프레이로 적혀 있는 ‘반독재, 반핵산(PCR)’이라는 문구. ②는 상하이의 한 화장실 벽면에서 발견된 ‘핵산 말고 밥을, 봉쇄 말고 자유를’이라는 문구이며, ③은 중국의 한 대학 건물벽에 적혀 있는 “민심은 개혁개방으로 향하고 있다”라는 문장. 트위터 캡처

■ ‘쓰퉁차오 현수막’ 시위 확산

베이징 영화자료관 화장실 등
공개적 장소 ‘같은 표어’ 등장
체포된 펑짜이저우 지지 목소리
해외서도 반독재 현수막 내걸려
SNS선 구호 찍는 ‘밈’ 돌기도

중국 당국은 ‘모르쇠’로 일관

베이징=박준우 특파원

16일 개막한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에서 확정되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3연임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중국 내외부에서 커지고 있다. 당 대회에 앞서 베이징(北京) 시내에 걸렸던 현수막 시위에 동조하는 익명의 낙서가 중국 내부에서 잇따라 발견된 데 이어, 해외에서도 공개적 장소에서 같은 문구가 담긴 현수막이 내걸리고 있는 것. 중국 당국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지만 시 주석 독재에 저항하는 기류가 감지된 것이어서 중국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17일 현재 중국 SNS에서는 중국 전역의 화장실에서 발견된 반정부 문구를 찍은 사진들이 무더기로 돌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15일 베이징의 영화자료관 화장실에서 발견된 ‘반독재, 반핵산(PCR검사)’이라는 문구를 찍은 사진. 사진 속 화장실 바닥에는 당 대회가 개막하는 16일 도심에서 자동차 경적 등을 울리며 시위에 동참하라는 선전 유인물도 보인다.

베이징뿐 아니라 상하이(上海)와 광둥(廣東)성 선전 등의 화장실에서도 유사한 문구가 적힌 낙서가 발견됐다. 산시(陝西)성 시안(西安)의 한 버스정류장에서도 관련 문구가 확인됐다.

대부분의 문구는 펑짜이저우(彭載舟)가 지난 13일 베이징 하이뎬(海淀)구 쓰퉁차오(四通橋)에 내걸었던 대형 현수막 두 개에 적혀 있던 ‘핵산 말고 밥이 필요하다’ ‘봉쇄 말고 자유가 필요하다’ ‘독재자인 시진핑을 파면하라’ 등과 유사하다. 이 때문에 중국 내 화장실 등에서 발견된 낙서는 지난 13일 현장에서 체포됐던 그에 대한 소극적 지지를 표명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해외에서도 펑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트위터 등에는 ‘펑짜이저우’ ‘쓰퉁차오 용사’ 등의 해시태그와 함께 그의 구호를 각국 언어로 번역해 놓은 팻말을 든 채 인증샷을 찍어 올리는 밈이 돌고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 캐나다 맥길대를 비롯해 많은 대학에서는 해당 문구가 학내 게시판에 걸리기도 했다. 그의 가족들이 중국을 탈출하도록 돕고 싶다는 의견도 올라오고 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마오닝(毛寧)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4일 외신 브리핑에서 해당 사건을 묻는 질문에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다만, 베이징 시내 육교나 고가도로에는 평소에 없던 경찰 병력이 배치되는 등 경비가 한층 삼엄해져 당국이 해당 사건을 신경 쓰고 있음을 암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