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2019년 10월 2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40주기 추도식 행사장 모습. 왼쪽부터 필자, 좌승희 박정희학술원 원장, 고 장경순 전 국회부의장, 정홍원 전 국무총리. 자료사진

■ 그립습니다 - 장경순 전 국회부의장(1922~2022)

하늘이 허락하신 임의 100년 세월은 이 나라 영욕의 파란만장한 현대사에 뜨겁게 각인된 대서사시입니다. 그 한복판을 몰아세운 비바람 고비마다에 진하게 서려 있는 수백 년 가난의 서러운 눈물 자국.

“싸우면서 건설하자” 목젖이 벌겋게 쉰 구호가 흩뿌린 벅찬 감동의 땀방울. 그러나 결코 역겹지 않은 소금기 저린 눈물과 땀방울이었습니다. 목덜미와 겨드랑이에 흠뻑 맺힌 땀 냄새가 차라리 보람찬 격정으로 곰삭은 행복감을 안겨주었습니다. 지구촌은 하나같이 꺼지지 않는 동방의 등불 ‘한강의 기적’을 노래하였습니다.

5·16 무혈혁명의 불꽃은 위대한 새 아침을 약속한 하늘의 축복이었습니다. 허허벌판에 부국강병의 대들보를 굳건히 세웠습니다. 불세출의 영웅 박정희 장군과 무릎 맞대어 사생결단의 ‘무인궐기(武人蹶起)’를 도모한 임들의 ‘불같은 가슴’들이 우람하게 열매 맺은 대한민국의 오늘 앞에 머리 숙여 가신 임들을 하염없이 그리는 까닭 여기에 있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하 수상하여 나쁜 권력, 못된 수작으로 금쪽같은 5년 1825일 허송세월 나라 동강 나고 자주, 자조, 협동에 길들여졌던 백성들의 고운 심성 뿔뿔이 흩어져 서릿발, 삿대질 날로 심하니 아픈 가슴 달랠 길 아득한 오늘입니다.

주위의 근심 뿌리치고 망백(望百)의 노구 앞장서서 전국 8도 누비며 우국충정 토해 내셨던 임의 빈자리 이다지도 넓고 큰 줄 미처 몰랐으니 원통한 맘 달랠 길 없어 ‘일자일루(一字一淚)’ 심정에 육필로 꾹꾹 눌러 쓰는 글씨 반듯할 리 없습니다. 허탈한 마음 가눌 길 없는 못난 글 용서를 빕니다. 임의 공직 역정은 정직일변도(正直一邊倒)였습니다. 바를 정(正) 길 도(道)를 잇는 정도란 낱말은 임의 삶을 담보하는 마음의 뿌리였습니다. 오랜 시간 굵직한 자리 두루 누렸으나 한 점 헛소문조차 근접할 수 없었던 임의 청교도 정신은 잠시도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새마을운동의 불씨를 지핀 ‘새마을금고’를 창시한 발상은 오늘도 싱싱하게 살아 숨 쉬는 전설이 됐습니다. 헐벗은 산림녹화 농림협동조합운동의 선제적인 이론 정립은 임의 꿈과 열망이 농축된 으뜸가는 역작입니다. 2016년 6월에 펴낸 ‘나는 아직도 멈출 수 없다’ 회고록은 호호탕탕(浩浩蕩蕩) 드넓은 강물처럼 유유히 전개된 인간 승리의 진면목이 물씬한 차라리 ‘인간극장’이란 평판을 받았습니다.

유도 10단의 우람한 체력이 수반하는 넉넉하고도 유순한 성정으로 후학들을 보듬어 주셨던 따뜻한 미소가 벌써 마냥 그리워지는 영전입니다. 주군(主君)으로 모셨던 박정희 각하와 먼저 건너가신 혁명동지들이 한자리에 둘러앉아 못다 한 정담 나누는 그림을 아련히 떠올려봅니다.

늘 그랬듯이 조금은 살진 멸치 가늘수록 맛있다는 오징어 다리 따위 마른안주 몇 점과 풋고추 박힌 큼직한 김치 파전에 유별나지도 않은 갈비탕 한 그릇. 푸짐한 막걸리면 족했던 임들의 소탈한 술상 차림이 가슴 저리게 합니다. 5월 혁명의 마지막 장수(將帥) 당신 임께서 하늘 가시는 날 임의 보살핌 크게 누린 전국의 민족중흥회 회원들은 일제히 가슴에 손을 붙여 기도 올리기로 다짐했습니다.

작년 3월 11일 먼저 가신 문정원 영부인 서둘러 상봉하시어 이승에서 못다 하신 정담 여한 없이 푸시어 부창부수 천상화락(天上和樂) 하소서. “하늘이시여! 큰일 하신 착한 영혼 거두어 주소서.”

정재호 민족중흥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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