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 LPGA 11개 대회 연속 무승… 길어지는 부진 왜?

韓, 세대교체 늦어 젊은 선수 부족
KLPGA 상금 늘자 국내에 안주
美·유럽 선수들은 기량 급성장

고진영·전인지 부상으로 고전
올해 개인상 하나도 못받을 듯

2022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한국 선수들의 환호가 잦아들고 있다. 우승 소식이 들리지 않은 지가 벌써 11개 대회째다. 11회 연속 무승은 2013년 10월부터 2014년 6월까지 17개 대회에서 우승이 없었던 이후로 약 8년 만의 부진이다. 연간 약 30개의 대회 중 이제 남은 건 5회뿐. 시즌 초반 4승이 있지만 지금의 경기력이 계속된다면 자칫 2011년 3승 이후 LPGA투어에서 가장 적은 우승을 합작한 해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우승이 없는 것뿐 아니라 상위권에 드는 선수의 수도 크게 줄었다.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고진영과 7위 전인지가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하고 있고, 10위 김효주는 지난달 10일 크로거퀸시티챔피언십 컷 탈락 이후 국내에 머물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대회에만 2차례 출전했다. 오랫동안 LPGA투어를 주름잡았던 박인비 역시 최근 들어 부상 등의 여파로 세계랭킹이 22위까지 밀렸다. 박인비가 세계랭킹 20위 밖으로 밀린 것은 2012년 7월 LPGA투어 에비앙마스터스 우승으로 15위에 오른 이후 처음이다. 이런 이유로 2014년 이후 8년 만에 한국 선수들이 LPGA투어 개인상(올해의 선수, 신인, 최저타수)을 하나도 받지 못하는 일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LPGA투어에서 한국 선수들이 부진한 이유는 대체로 세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은 늦어진 세대교체다. 골프 전문가들은 최근 LPGA투어뿐 아니라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등 주요 프로골프의 주축을 20대 초중반의 어린 선수들로 분석한다. 과거 다양한 코스 경험을 가진 베테랑이 좋은 성적을 냈던 것과 달리 클럽 제작 기술의 발달, 선진화된 훈련법 등의 도입으로 나이 어린 선수들이 선배들을 뛰어넘고 있다는 것. LPGA투어에서 활약하는 한국 선수들 대부분은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이다. 최혜진, 안나린 등 신인이 올 시즌 합류했지만 과거에 비하면 그 수가 크게 줄었다.

둘째는 최근 급성장한 KLPGA투어의 영향도 크다. 그동안 LPGA투어로 간 선수들은 KLPGA투어에서 일정 기간 활약 후 새로운 도전을 하는 방식을 택했다. KLPGA투어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2년 KLPGA투어에서 총상금 10억 원이 넘는 대회는 1개. 대부분은 5억∼6억 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2022년 KLPGA투어는 13개 대회가 10억 원이 넘는다. 상금이 가장 적은 대회가 7억 원일 정도로 크게 성장했다. 굳이 LPGA투어에 도전해 낯선 언어와 환경 등의 어려움을 감수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셋째는 외적 요인이다. 체격 조건이 우월한 미국과 유럽 선수들이 과거 한국 선수들의 방식을 따라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훈련을 소화해 기량을 끌어올린 것과 태국 선수들의 급부상도 영향을 줬다는 평가다. 태국 선수들은 2018년 에리야 쭈타누깐이 LPGA투어 최고 선수로 인정받았고, 코로나19 영향에 잠시 주춤했다가 2021년 패티 타바타나킷이 신인상을 받았다. 올 시즌엔 신인 아타야 티띠꾼이 2승을 하며 인상적인 활약을 하고 있다.

오해원 기자 ohwwh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