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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호종료’… 막막한 18세

자립정착금까지 사기 당하기도
50% “극단적인 생각 해봤다”
전문가 “전 국가적 노력 필요”

A 씨는 10여 년 전인 고3 시절을 떠올리면 지금도 온몸에 불안감이 밀려온다. 머잖아 보육원 밖으로 나가야 하는데, 준비가 전혀 돼 있지 않았다. ‘과연 내가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하루에도 몇 번씩 이어졌지만, 보육원을 나가는 것 외에 대안이 없었다.

A 씨는 유년 시절 아버지의 가정폭력으로 인해 보육원에 들어왔다. 그런 아버지 품으로 돌아간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결국 A 씨는 샛별이 초승달을 따라 지는 어느 추운 겨울, 떠밀리듯 보육원을 나섰다. 아직 너무 어린 18세, 감당하기 어려운 ‘삶의 무게’가 긴 터널처럼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연간 2100여 명의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이 불안감과 상실감, 외로움 속에 시설 밖으로 나온다. 만 18세(연장 경우 만 24세)가 되면 국가의 보호는 끝난다. 아이들은 보호가 종료되기 전 ‘내던져질까’ 불안하고, 세상 밖으로 나와서는 ‘기댈 곳 없다’는 절망감을 느끼게 된다.

아이들은 보호가 종료되면 500만∼1000만 원가량의 자립정착금과 월 35만 원씩 5년간 지원되는 자립지원수당을 받는다. 하지만 이마저 가로채거나 사기로 등쳐먹으려는 덫에 놓이기도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극단적인 생각을 하는 청년도 많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20년 9∼11월 보호종료아동 310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인 1552명이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보호종료아동 지원단체인 청소년그루터기 관계자는 “아이 하나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속담이 있듯이, 보호아동을 키우기 위해서는 온 국가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유근·김대영 기자 6silver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