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2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문화산업포럼 2022’ 두 번째 세션에서 패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왼쪽부터 남기태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 주영섭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특임교수, 김현우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 기술기획팀장, 이현아 SK텔레콤 최고제품책임자(CPO). 김호웅 기자

■ 문화산업포럼 2022 - 2세션:생존과 초격차 첨단기술·인재양성

“해외선 파격적 인센티브 부여
인재확보 위해 더 많은 지원을

기술확보 넘어 제품화도 핵심
탄소중립 기술이 기회될수도”

글로벌 시장의 최전선에서 치열한 생존 경쟁을 펼치고 있는 기업들이 ‘경제안보’ 시대를 정면으로 돌파하기 위해서는 ‘초격차 기술’ 지위를 확보해야 할 것으로 분석됐다. 단순한 기술 확보를 넘어, 다양한 기술을 하나로 엮어 사용자에게 ‘경험의 혁신’을 제공하고 주도면밀한 전략 아래 양질의 인재를 육성하고 적시에 공급하는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할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문화산업포럼 2022’ 두 번째 세션(생존과 초격차 첨단기술·인재양성)에서 연사 및 토론자들은 “글로벌 패권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생존하는 길은 결국 기술”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패널로 나선 김현우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 기술기획팀장(부사장)은 “삼성은 앞선 기술력을 토대로 30년 동안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에서도 ‘앞선 경쟁사가 있긴 하지만 기술만큼은 앞서자’는 큰 목표를 가지고 기술 우위를 점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 부사장은 “독보적인 초격차 기술만 확보하면 다른 나라에 대한 의존도를 크게 줄일 수 있다”며 “이는 지금과 같은 패권경쟁 시대에 기업을 넘어 정부에도 큰 힘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 지원 방향에 대해서는 “반도체는 특성상 전 세계의 모든 앞선 기술을 확보해야 겨우 한 단계 도약할 정도인데,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우리가 특정 국가를 회피한다면 좋은 기술을 확보하기 무척 어려워진다”며 “정부가 이를 고려해 외교 분야에서도 좀 더 세밀한 정책을 수립한다면 기업에 큰 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현아 SK텔레콤 최고제품책임자(CPO·부사장)는 기술 확보 못지않게 해당 기술들을 활용한 ‘프로덕트(Product)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부사장은 “전략 기술 확보가 국가경쟁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지만, 핵심 기술 못지않게 중요한 게 바로 ‘프로덕트화’”라며 “각 기술이 구슬이라면 이들을 묶어서 보배로 만드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 부사장은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이유는 기술력보다는 해당 기술을 제품화하면서 고객에게 혁신적인 경험을 전달했기 때문”이라며 “고객에게 감동을 전해주는 건 결국 혁신 기술보다 혁신 제품과 서비스”라고 말했다.

토론 좌장을 맡은 주영섭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특임교수는 “핵심 원천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고객 접점에 있는 ‘감성 기술’이 매우 중요하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이 분야에 강점이 있는 만큼 기업과 정부가 이에 역량을 더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이 앞으로 집중 육성해야 할 기술 분야로는 ‘탄소중립’을 비롯한 ‘친환경’ 분야가 꼽혔다. 2세션에서 강연한 남기태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는 “‘탄소중립’ 달성이 각국의 주요 과제로 떠올랐는데, 이 분야에서 우리가 기술적으로 앞선다면 많은 기회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사장은 “예전에는 ‘탄소중립’이라고 하면 현장에서는 ‘기술 개발도 힘든데 그런 부분도 신경 써야 하느냐’고 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며 “오히려 요즘은 관련 기술 확보가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중요한 기회로 인식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우수 인재 육성을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남 교수는 “교육 정책 규제들을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 부사장은 “미국과 대만 등에서 우리나라의 우수 인재를 탐낼 정도로 최근에는 인재 확보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한정된 인재 풀(Pool)에서 필요한 인재를 어떻게 확보할지가 기업 입장에서는 큰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인재육성 방향에 대해서는 “우수 인재에게 더 많은 지원과 인센티브가 주어지는 획기적인 정책 지원이 있어야 한다”며 “해외 경쟁사는 그런 부분에서 지원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부사장은 “국가 경쟁력을 높이려면 전체적인 구성원의 ‘레벨(수준)’을 높여야 하는데, 이제는 기존의 초·중·고·대학 교육뿐만 아니라 이미 사회에 진출한 기업 구성원을 대상으로 한 재교육 체계를 정비하는 방안을 국가, 정부 차원에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가장 시급하게 할 수 있는 건 기존 프로그램의 한계를 벗어나 1학년 때부터 대기업과 긴밀하게 협력하는 산학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안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장병철·이희권·김호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