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축제로 첫방한 日 무라타

‘편의점 인간’등 파격설정 주목
평범하지 않아 괴로웠던 적도
이제보니 저마다 조금씩 이상

“편의점에서 20년을 일해서 한국인 동료도 많았는데…. 이제야 처음 와보네요. 친구들이 기사를 보고 ‘와 무라타가 소설을 쓰네’ ‘편의점에서 아직도 일하나’ 하고 있을 것 같아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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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경험을 녹여 쓴 ‘편의점 인간’(살림)으로 아쿠타가와상을 받은 무라타 사야카(사진) 작가가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그는 2016년 수상 당시에도 여전히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어 화제가 됐다. 지난 22일 저녁 서울 마포구의 한 호텔에서 만난 그는 “이제 완전히 전업 작가”라며 환하게 웃었다. 방한은 23일 개막한 서울국제작가축제에 참석하기 위해서. 마침 새 장편 ‘지구별 인간’(비채)의 한국판도 나왔다.

무라타 작가는 독자들 사이에서 ‘크레이지(미친) 무라타’로 불린다. 독특한 시선, 파격적 설정으로 익숙한 것들을 의심하게 만들어서다. 예컨대, 반향을 일으켰던 ‘편의점 인간’은 죽은 새를 보고 불쌍하다 대신 ‘구워 먹자’고 말하는 ‘감정 없는’ 아이가 나온다. 그는 30대 중반이 돼 보통의 삶을 위해 노력하는데, 연애, 결혼, 취업 활동 없이 18년째 편의점에서 같은 일만 반복한다. 그 속에서 평온과 정체성을 얻으며. 일상적 풍경에서 ‘조용한 충격’을 끌어내는 작가는 이후 ‘살인 출산’ ‘무성 교실’ 등을 통해 일관되게 사회가 요구하는 ‘평범’과 ‘정상’에 의문을 제기해왔다. 작가는 “평범치 않아 괴로웠던 시절이 있었지만 평범도 정상도 존재하지 않는 것들이었다”고 했다. “사람은 다 조금씩 이상하잖아요. 저마다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를 품고 있죠.”

최근 나온 ‘지구별 인간’은 현지에선 ‘편의점 인간’을 뛰어넘는다는 평을 들었다. 스스로 ‘지구별 인간’이 아니라고 믿는 세 사람이 등장한다. 자신들은 외계인이고, 지금 지구인에게 세뇌당하고 있다는 것. 환상적 요소가 가득한 소설은, 현실성 짙은 전작들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무라타 작가는 “상상력의 끝까지 가보고픈 욕망에 이끌렸다”면서 “도저히 통제할 수 없는 무의식 속에서 글을 써보고 싶다”고 했다. “작가축제 주제가 ‘월담’이잖아요. 나에게 담은 상상이고, 전 정말 그걸 뛰어넘고 싶어요.” 일본 내 주요 문학상 5개를 모두 휩쓸며 ‘무라타 신드롬’을 일으킨 비결을 물으니 작가는 “소설의 노예가 된 것뿐”이라고, “나는 소설을 맹신한다”고 했다. “ 사람들은 저마다 무언가에 빠지잖아요. 일종의 ‘신앙’인데, 그러면 내 신앙은 소설이고 또 계속될 실험입니다. 말하고 보니 좀 무섭네요. 하하.” 그는 코로나19를 지켜보며 거대한 심리실험의 장에 놓인 기분이 들어 두려웠다고 했다. 그는 “사람들이 나뉘는 걸 봤다”면서 “같은 세계를 사는 줄 착각했던 거다. 우린 원래 갈라져 있었고, 그걸 코로나19가 확인시켜 줬다”고 했다.

불안과 괴로움, 두려움을 작가는 자신의 신앙으로 견뎌냈다. 즉, 소설을 썼다. 그는 “몸속에 잠든 음악을 깨워 흐르게 해준다”며 자신의 문학론을 설명했다. “소설은 악보이고 독서는 연주”라면서. 소설을 쓰지 않을 때는 음악을 듣는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하염없이 걸으며 상상을 한다. 그걸 본 지인들이 연락을 준다. “ ‘무라타 상, 엄청 웃으면서 걷고 있던데요’ 하는 얘기를 종종 전해 듣곤 해요. 아마 기분 좋은 상상을 하고 있었나 봐요.”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