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박완수 경남지사가 계획도시로 조성된 창원시 의창구 사림동 경남도청 앞에서 4년간 펼칠 도정 구상을 설명하며 활짝 웃고 있다. 신창섭 기자

■ 민선8기 시도지사에 듣는다 - 박완수 경남지사

‘부울경 특별연합’ 실익 적어
행정통합 거친 메가시티 제안

민군 MRO 구축·수출지원 등
중소기업 기술 적극육성 방침

도내 산업현장 인력난 해소엔
자체 청년 내일채움공제 활용
외국인근로자 확대 건의 계획

창원=박영수 기자

“취임 100일을 맞는데 도정을 운영해 보니 어떠시냐”는 첫 질문에 박완수 경남지사에게서 “차라리 모르는 게 낫지. 급해서 그런지 하고 싶은 일이 많은데…”라는 말이 돌아왔다. 매너리즘에 빠진 공직 사회, 형식에 치중한 도청 직원들의 일 처리에 대한 답답함이 묻어났다.하지만 그것이 도정에 대한 강한 애착과 의욕의 표현이라는 것을 알아채기까지는 채 몇 초도 걸리지 않았다. 박 지사가 공직 사회에 갑갑함을 느끼는 것은 오랜 시간 도지사를 준비해 왔기 때문이다. 그는 경남도 경제국장, 창원시장을 지낸 정통 관료 출신이다. 재선 국회의원을 거쳐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경남지사에 당선됐다. 도전 10년, 공직 입문 43년 만에 경남에 대한 발전 구상을 펼칠 기회를 얻었다. 박 지사는 도민이 선출한 경남을 대표하는 지방정부의 수장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래서 도민과 경남의 이익이 도정 운영에서 최우선이다. 최근 ‘옥상옥’ ‘부산 빨대’ 효과 등을 우려하며 부산·울산·경남 특별자치단체연합 대신 ‘부·울·경 행정 통합’을 역제안해 이슈의 중심에 서게 된 것도 박 지사의 ‘경남 우선주의’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부·울·경 특별연합이나 부산 물 공급 문제 등 이웃 지방자치단체와 관련된 현안을 다루는 것을 보면 ‘경남 우선주의’ 정책이 가장 눈에 띈다.

“국회의원이라면 정치적 상황에 따라 거시적으로 일해야 하지만, 도민들의 투표로 당선된 도지사이기 때문에 경남과 도민의 입장을 대변하는 게 당연하다. 부·울·경 특별연합이 내년 1월 사무를 개시하면 1년에 160억 원씩 예산이 들어가고 공무원도 140여 명을 뽑아 나중에 ‘옥상옥’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웃 지자체와의 협업도 중요하지만, 권한과 재정이 없는 특별연합을 만들어 효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도민에게 돌아온다. 도지사는 도민에게 이익이 되고 경남 발전에 이익이 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실체와 실익이 없는 ‘부·울·경 특별연합’ 과정을 생략하고 행정 통합을 통해 부·울·경 메가시티로 가자고 제안한 것이다.”


―경남에서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현안은.

“산업화를 선도하고 수도권 다음가는 경제력을 가졌던 경남 경제의 위상을 되찾아야 한다. 주력 산업 부진 등으로 1인당 소득이 전국 최하위 수준으로 떨어졌고, 최근 고용률과 실업률도 나빠졌다. 그래서 경제 회복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기업과 투자 유치를 도정의 중점 과제로 삼았다. 특히 항공우주산업과 원전, 방위산업 세 가지는 장기 계획을 수립해 집중적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10조 원 투자 유치 목표를 세우셨는데.

“민선 8기 경남도정 슬로건이 ‘활기찬 경남 행복한 도민’이다. 활기찬 경남은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이고, 행복한 도민은 골고루 잘사는 복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경제 활성화는 결국 투자 유치를 통해서 이뤄진다. 4년간 10조 원 투자 유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투자 유치 전문기관 설립을 추진 중이다. 지난달에는 대기업 CEO를 지낸 경남이 고향인 분들을 모셔 서울에서 경남투자유치자문위원회도 출범시켰다. 계획대로 투자 유치가 진행되면 4년 후 경남은 기업과 일자리가 늘어나 도민의 삶의 질이 크게 향상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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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산업과 항공우주산업 생태계 구축 구상은.

“경남은 방위사업청 지정 업체 28개 사가 위치한 전국 최대 방위산업 중심지다. 정부와 협력해 민군 MRO(정비·Maintenance Repair Operation) 체계 구축을 비롯해 방산중소기업 기술 개발, 수출 지원을 통한 방산 혁신클러스터 조성 등 방위산업을 적극 육성할 생각이다. ‘항공우주청’ 사천시 설치는 정부 국정과제에 이미 확정됐다. 조기 설립을 위해 국회, 중앙 부처와 적극적으로 연계하고 있다. 아울러 민간 주도의 우주개발 역량 강화와 자생적 항공우주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우주클러스터 지정도 추진 중이다.”


―조선업 등 지역 중소기업 인력난이 심각하다.

“창원 국가산업단지에 입주한 중소기업 대표들을 만나 보면 한결같이 사람을 구하지 못해 죽겠다고 난리다. 산업 현장에 필요한 인력이 공급돼야 하는데, 미스매치가 발생해 이런 현상이 나오고 있다. 모두 그런 건 아니지만, 일부 젊은이 중에는 차라리 실업수당을 받지 중소기업에서 일을 안 하겠다고 한다. 그래서 실제 산업 현장에는 사람을 구하지 못하고, 실업률은 높은 상황이 나오고 있다. 우리 경남에 있는 대학만이라도 산업 현장의 인력 수요를 매치시켜 줘야 한다. 해결을 위해 도내 대학 총장들과 머리를 맞댈 생각이다. 외국인 근로자 개방도 과감하게 할 필요가 있다. 이 부분은 정부에 건의할 생각이다.”


―떠나는 청년을 붙잡을 경남만의 정책은.

“주요 청년정책 중 하나로 전국 지자체 차원에서는 처음으로 ‘경남형 청년내일채움공제’ 제도를 내년부터 시행한다. 청년내일채움공제는 임금이 낮아 인력을 구하기 어렵고 이직률이 높은 중소 협력업체의 신규 채용과 고용 인력(34세 이하)에 대해 원청과 경남도, 근로자, 협력사가 각각 월 12만 원씩 5년간 공제금(3000만 원가량)을 모아 해당 근로자가 5년 이상 장기 재직할 경우 성과보상금 형태로 지급하는 제도다. 이를 통해 청년들이 지역에서 좋은 일자리를 찾고 중소기업도 안정적으로 인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에 요구할 부분 있다면.

“사실 지금 대한민국의 지방자치는 제대로 된 지방자치가 아니다. 지방분권을 많이 했다고 하지만, 알맹이 있는 권한은 전부 중앙정부가 쥐고 있다. 중앙정부가 재정까지 모두 갖고 있다. 대통령께서 정말 지방자치를 실현할 의지가 있다면 혁명적인 수준의 권한과 재정을 지방정부로 이양해야 한다고 본다. 무엇보다 중앙정부는 지자체를 ‘지방정부’로 인식해줘야 한다. 그래야 지방정부가 권한과 필요한 재정을 갖고 관광 개발, 물류단지, 산업단지 조성 등 특성에 맞게 지역을 주도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