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추모공간 찾는 시민들 16일 오전 한 시민이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에서 스토킹 가해자로부터 살해당한 여성 역무원을 추모하고 있다. 신창섭 기자

■ 정부, 처벌법 보완 검토

“피해자들은 보복 두려워서
처벌의사 적극적 표현 못해”
전문가들 친고죄 폐지 주장

보호조치도 피해자에 부담줘
“가해자 적극 감시로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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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스토킹 방지법’이 제정돼 시행됐는데도 불구하고 지난 14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에서 여성 역무원이 전 직장 동료가 휘두른 흉기에 사망하는 참극이 발생하면서 전문가들은 여전히 피해자가 가해자에 대해 처벌을 원치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 불벌죄’ 규정 등을 손보지 않고선 이 같은 사고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법적 제도적 미비로 인해 막을 수 있었던 스토킹 살인 사건이 또다시 발생했다는 것이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속적 또는 반복적 스토킹 행위를 징역형 등으로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 처벌법)에선 피해자가 구체적으로 밝힌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스토킹 행위를 ‘상대방의 의사에 반(反)하여’로 제한하고 있는 탓이다.

이미지 크게보기피의자 호송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성 역무원 ‘스토킹’ 살인 사건 피의자 전모 씨가 15일 서울 남대문경찰서 유치장으로 호송되고 있다. 뉴시스

스토킹 사건 상당수가 과거 연인 사이 등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만큼, 보복 등이 두려워 어쩔 수 없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힐 수밖에 없다. 실제 신당역 사건의 경우에도 전 직장 동료에 의해 발생했다. 지난 2019년 11월 첫 고소를 한 뒤 지난해 10월까지 300차례 이상 전화와 메시지 등을 남겼다고 한다.

이와 관련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문화일보와 통화에서 “친고죄 조항이 유지되면 수사기관에서는 스토킹 범죄를 단순 고소 사건으로 볼 수밖에 없어 적극적으로 수사하기 어렵다”라면서 “성폭력 범죄에 대한 친고죄 조항이 폐지돼 수사가 적극적으로 이뤄진 선례를 되새겨야 한다”라고 했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스토킹 범죄가) ‘사소한 범죄’라는 편견을 넘어서야 스토킹 처벌법은 실제로 가해를 멈추게 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법으로 존재할 수 있다”며 “반의사 불벌죄를 폐지하고 수사, 재판 단계에서의 결정례를 사회적으로 공개하고 분석하며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적으로 피해자의 보호를 넘어 가해자를 적극 감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교수는 “수사기관의 보호 조치는 외려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어 피해자들이 부담스러워 한다”라면서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를 감시하는 식으로 법이 바뀌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선진국 중에서는 재판 중에도 가해자에게 전자장치를 부착하는 등 다양한 감시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피해자와 가해자 분리도 보다 강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김학자 여성변호사협회 회장은 “인권 이슈와 얽혀있긴 하지만,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신당역 사건 가해자는 1심 선고를 하루 앞두고 범행을 저질렀다.

한편 법무부도 스토킹 범죄의 반의사 불벌죄 폐지 검토에 본격 나섰다. 법무부 관계자는 “반의사불벌죄 폐지를 중심으로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했다.

윤정선·김무연·장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