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수·파손으로 아수라장…복구 잰걸음
수업하지만 정상화는 멀어, 일부 학교 도시락 제공
교육청, 피해 학생 지원· 23일까지 성금모금운동

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6일 태풍 ‘힌남노’가 몰고 온 폭우로 경북 포항시 대송면 남성초등학교 운동장이 흙탕물에 잠겨 있다. 남성초등학교 제공

포항=박천학 기자

“학교 1층이 모두 잠겨 폐허가 됐습니다. 학생들은 등교하지만, 각종 시설이 침수돼 언제 정상화될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경북 포항시 대송면 남성초등학교. 이 학교는 지난 6일 태풍 ‘힌남노’가 몰고 온 물 폭탄으로 지상 2층 건물 중 1층이 모두 물에 잠겼다. 운동장에 심긴 나무 끝이 겨우 보일 정도로 삽시간에 물이 차올랐기 때문이다. 1층에 있는 교장실, 교무실, 행정실, 체육실, 과학실, 유치원, 급식실 등은 초토화됐다. 이 학교 관계자는 “인근 칠성천이 범람하면서 학교는 물론, 주변 마을과 농경지가 쑥대밭이 됐다”고 말했다.

물이 빠진 지난 12일 찾아간 이 학교는 밀려온 쓰레기와 교내 집기 등이 운동장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1층 교무실 등은 모두 진흙탕으로 변했다. 학교 관계자는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었다”며 “겨우 학교 모습을 드러내고 있으나 1층에 있는 각종 시설과 장비 등의 복구는 시간이 꽤 걸릴 것 같다”고 13일 전했다. 이 학교 학생은 41명으로, 2층 교실은 다행히 물난리를 피해 13일부터 정상 등교했으나 급식실 침수로 학생들은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있다.

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6일 내습한 태풍 ‘힌남노’로 경북 포항시 대송면 남성초등학교 1층이 폐허로 변해 있다. 남성초등학교 제공

태풍으로 포항지역 각급 학교가 큰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교육청에 따르면 포항지역 초·중·고교 총 28개교가 태풍으로 침수, 파손, 산사태 등의 피해를 봤다. 다행히 이들 학교의 수업은 14일부터 대부분 정상화됐다. 대흥중은 학교 뒷산에서 산사태가 발생했다. 교육청 측은 2차 경사면 붕괴를 막기 위한 작업과 함께 비탈 아래에 흙 가마니를 쌓는 작업을 하고 있다. 특별실, 지하실의 침수와 토사 유입, 담장·교문 파손 등의 피해를 본 오천중은 학교 측과 봉사 인력 등의 도움으로 복구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하천 범람으로 교사동이 침수된 인덕초는 해병대 등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청소 작업을 하며 마무리단계다.

이들 학교 중 피해가 심한 남성초와 인덕초에는 오는 19일까지 도시락이나 간편식이 점심으로 제공되고 있다. 학교 밖 수도 배관 공사로 급식이 어려운 오천중·고교는 16일까지 도시락이 배달된다.

이미지 크게보기 태풍 ‘힌남노’로 경북 포항시 대송면 남성초등학교 운동장에 쌓여 있는 쓰레기를 학교 측이 12일 중장비를 투입해 치우고 있다. 포항= 박천학 기자

교육청은 피해를 본 학교 중 희망 학교(원)를 대상으로 초·중학교는 학습 준비물 1인당 3만 원, 병설 유치원은 교구 구입비 500만 원 정도를 지원하기로 했다. 또 초·중·고교 피해 학생에게 1인당 20만 원을 장학금으로 지급하고 피해 가정당 100만 원 안팎의 긴급 복지서비스(교육복지 119)를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교육청은 피해 학생 지원을 위해 경북지역 교직원과 학생 등을 상대로 23일까지 성금 모금 운동을 펴고 있다.

한편 이번 태풍으로 포항 28개교를 비롯해 경주 12개교, 경산과 영덕 각각 2개교, 구미와 봉화 각각 1개교 등 경북지역에서 총 46개 학교가 피해를 봤다.

이미지 크게보기 태풍 ‘힌남노’로 쑥대밭이 됐던 경북 포항시 대송면 남성초등학교 본관 앞. 복구 작업으로13일 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남성초등학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