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문헌일 구로구청장이 G밸리 한국수출산업공업단지 근로여인상 앞에서 “민선 8기 동안 ‘미래경제 중심의 첨단산업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김선규 기자

■민선8기 서울 구청장에게 듣는다 - 문헌일 구로구청장

주민 등 참여 재개발추진단 설치
市와 소통해 신속통합기획 추진

ICT집약 G밸리, R&D거점 육성
창업지원센터로 청년 유입 강화

40년 넘게 터 잡고 살아온 토박이
이웃처럼 격의 없이 현장 누빌 것


“구로구가 서남권 일류 도시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습니다.” 문헌일 구로구청장은 최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구로는 신도림역, 구로역, 온수역 등 주요 지하철 노선과 경부·경인선이 지나는 서울 서남권의 관문 역할을 하는 교통의 요충지”라며 이같이 밝혔다. 문 구청장은 “구로구에는 저층 낙후 주거지가 밀집해 있으며 오랜 기간 미개발지들로 인해 지역 발전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주민 삶의 질 저하가 심각하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전문적이고 체계화된 재건축을 추진해 지역 발전을 촉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구청장은 40년 넘게 구로구에 터를 잡고 살아온 지역 토박이다. 정보기술(IT) 기업인 출신인 그는 지난 6·1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로 나서서 12년 만에 구로구를 탈환했다. 전체 25개 자치구 중 17개를 국민의힘이 차지했을 정도로 여풍(與風)이 거셌지만, 더불어민주당의 오랜 텃밭인 구로구마저 밑바닥 민심이 크게 달라진 건 이례적이고 상징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여졌다. 문 구청장은 “12년 만에 이뤄진 정권교체는 구로의 발전과 변화를 바라는 주민들의 염원이 모인 결과”라며 “지역 출신인 제가 변화하는, 살기 좋은 구로를 만들겠다고 선거 기간 끊임없이 말씀드렸는데 그런 저의 진심이 구민들 마음에 닿은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는 민선 8기 역점 사업으로 서남권 일류 도시를 꺼냈다. 행정기관, 전문가, 주민이 참여하는 ‘재개발·재건축 사업 추진지원단’을 설치해 추진력 있게 밀고 나가겠다는 각오다. 문 구청장은 “주민과 구청, 전문가가 활발한 논의를 펼쳐 나감으로써 사업 추진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며 “노후·불량주택을 단시간 내에 신규주택으로 정비하겠다”고 공언했다. 대규모 개발이 어려운 저층 밀집 주거지에 대해서도 복안을 내놨다. 문 구청장은 “서울시의 개발 사업을 적극 활용하겠다”면서 “지난해 정비구역 지정 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신속통합기획 후보지로 지정된 곳들이 있는데, 시와 원활한 소통으로 선정 사업들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신속통합기획에 선정된 후보지는 가리봉2구역과 궁동 우신빌라이며, 올해 6월엔 노후·저층 주택을 공동 개발하는 모아주택 대상지로 구로동 728번지, 고척동 241번지 일대가 뽑혔다. 그는 “재건축·재개발로 구로 곳곳이 좋아지고 탄탄한 인프라가 형성되면 지역 경제 활성화는 물론이고 문화, 교육 등 변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과거 구로공단으로 불리며 산업 발전의 한 축을 맡았던 구로디지털단지 일대는 현재 IT·ICT 소프트웨어 산업 집약지인 G밸리로 변모했다. 문 구청장은 “산업 특성상 젊은 벤처인의 비율이 높지만, 구 전체적으로 날이 갈수록 청년층 인구가 감소하고 있어 청년 유입 방안, 혹은 유입된 청년을 장기간 머물게 할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을 꺼냈다.

그러면서 민선 8기를 ‘미래경제 중심의 첨단산업도시’라는 구로구의 정체성을 확립해야 하는 시기라고 규정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4차 산업형 청년취업사관학교’ 설립을 제시했다. 문 구청장은 “G밸리는 미래 4차 산업과 관련한 IT, ICT 업체가 밀집해 있어 취업·창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적합한 곳”이라며 “기존 G밸리 업체들도 전문지식과 실무경험을 갖춘 맞춤형 인재가 필요한 만큼, 이를 측면 지원할 조직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청년창업지원센터 설치, 숭실대 등과의 협력체계 구축 등도 G밸리를 연구·개발(R&D) 거점으로 육성하는 동시에 주요 청년 유입 정책이 될 수 있다고 거론했다.

초선인 문 구청장은 지난달 서울 등 중부지방을 강타한 집중호우 사태를 겪으며 현장 밀착형 구정 필요성을 절감했다. 무엇보다 신속한 결단이 추가 위험 및 인명 피해 방지에 얼마나 중요한지 온몸으로 느꼈다고 한다. 휴가도 사실상 반납하고 산사태가 발생한 개봉동 아파트, 개명교 일대, 구로시장 등 침수 피해 현장을 누빈 문 구청장은 군 장병 등에 긴급 지원을 요청해 복구 기간을 크게 단축하면서 주민들로부터 호응을 얻기도 했다. 그는 “‘(그동안) 구청에서 도대체 뭐 한 거냐’라는 원망의 목소리를 새겨듣겠다”며 “쓴소리도 칭찬도 모두 잊지 않고 구정을 이끌어가는 자양분으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문 구청장은 격의 없는 친근한 이웃의 모습으로 현장을 자주 누빌 것이라 약속했다. ‘내가 곧 주민’이라는 마음으로 가장 가까이에서 주민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이를 용광로처럼 녹여낸 정책을 펴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문 구청장은 “구로에 대한 깊은 애정과 지역 발전을 바라는 마음으로 주민들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도울 수 있는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며 “따뜻한 저의 진심이 구로의 변화를 넘어 구로의 기적이 될 수 있도록 아주 작은 목소리까지 놓치지 않겠다. 기대해달라”고 덧붙였다.

■ 문 구청장 역점사업 - 중장년일자리센터 추가 설치 … 신중년 경력 활용 방안 마련

기업경영 30여년 노하우 활용
취약·노년층 종합복지관 건립
치매안심센터 분소 증설 추진


문헌일 구로구청장은 지난 7월 1일 취임 이후 매일 숨 가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7월 공약 검토보고회와 지난달 내년도 업무계획수립 보고회 등을 잇달아 여는 등 분·초 단위로 시간을 쪼개다시피 하며 정책 수립·실행에 올인 하고 있다.

13일 구로구청에 따르면 문 구청장은 지난 7월 초 분야별 공약사업 검토보고회를 진행했다. 이 결과 첨단 산업 도시, 공감·소통하는 도시, 공부하기 좋은 도시, 안전하고 건강한 도시, 일자리가 많은 도시, 골고루 잘사는 도시 등 6개 분야 75개 공약사업을 확정했다. 문 구청장은 “정해진 대로 실행에 옮기는 게 아니라, 이 내용을 구체적으로 구민들에게 알리고 필요하다면 수정도 해갈 것”이라며 “신중하게 고민해서 민선 8기 주민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현실성 있는 공약과 정책으로 구체화하겠다”고 언급했다. 내년은 민선 8기가 실질적으로 시작되는 중요한 해라는 게 문 구청장의 인식이다. 이에 따라 문 구청장은 지난달 부서별 내년도 주요 업무계획수립 보고회를 진행해 구체적인 주민 숙원, 역점 사업의 내용을 가다듬었다.

문 구청장은 ‘구청장도 구로라는 기업을 이끄는 경영인’이라고 여긴다. 그는 “제가 30년 넘게 기업을 운영하는 동안 2가지가 없었다”면서 “바로 노조와 부채”라고 말했다. 그는 “그만큼 직원 만족도가 높았고 경제적 상황도 좋았다”며 “이처럼 기업을 성공적으로 이끈 경영 능력을 구정에 접목해 보려 한다”고 강조했다. 그 첫걸음으로 구청 내 변화부터 시도하고 있다. 소통과 공정을 바탕에 둔 운영이다. 그는 “간부회의를 단순 보고 형태가 아닌, 자유토론 방식으로 바꿨다”면서 “취임 첫날 700여 명 직원과 일일이 눈을 맞추며 악수했듯, 직원들에게 먼저 다가가 소통하고 신뢰를 쌓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승진이나 부서 전보 등 인사에는 공정의 원칙을 적용해 성과를 낸 직원에게 그에 마땅한 보상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문 구청장은 “주머니 속 송곳은 티가 난다는 ‘낭중지추(囊中之錐)’라는 말처럼 뛰어난 인재는 어디에서건 그 능력과 재주가 드러날 것”이라면서 “직원들이 성과에 따라 보상을 받고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조직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현장 속에 답이 있다는 신념을 지닌 문 구청장은 틈나는 대로 현장을 찾고 있다. 구로디지털단지 대표와의 약식 간담회, 관내 전통시장 상인과의 만남, 복지시설, 경로당·치매센터 어르신과의 회동 등을 수시로 하고 있다. 향후 돌봄센터에서 청소년, 학부모와 시간을 정해두지 않고 릴레이 대화시간도 가질 예정이다. 문 구청장은 “주민과의 소통은 거창한 행사나 특별한 사건이 생겼을 때만 이뤄지는 게 아니다”라며 “주민의 행복을 궁극적 가치로 삼아 정치적·행정적으로 현안들을 풀어갈 방안을 여러모로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이 밖에 문 구청장은 민선 8기 기간 취약계층과 노년층을 위한 종합복지관 추가 건립, 치매안심센터 분소 증설을 추진할 예정이다. 중장년일자리센터를 추가 설치하고 50∼70대 신중년의 경력을 활용하는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곽선미 기자 gs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