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의료원에 분향소 마련
警, 업무상 과실 책임 조사

8일 오전 ‘지하주차장 침수 참사’로 숨진 이들의 빈소가 마련된 경북 포항의료원의 공기는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빈소가 차려진 지 이틀째인 이날 해병대를 갓 전역한 서모(22) 씨의 분향실에는 아버지와 어머니, 형이 망연자실한 채 바닥에 앉아 있었다. 어머니는 울음을 터뜨리며 몸을 가누지 못해 지인의 부축을 받기도 했다. 아들 김모(15) 군을 잃고 어머니 김모(여·52) 씨는 살아 돌아온 유가족의 분위기도 침울했다. 10명에 달하는 김 군의 친인척들은 밤을 새워 빈소를 지켰다.

지난 6일 사고 당시 김 군의 어머니 김 씨는 평소 몸이 좋지 않아 이동이 불편했고, “너라도 살아야 한다”며 아들을 먼저 내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김 군은 “그동안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하고 출구로 향했지만 쏟아지는 물에 결국 주검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배관 위에서 버틴 김 씨는 15시간 만에 극적으로 구조됐다. 지게차 운전을 하는 남모(72) 씨와 그의 아내 권모(여·65) 씨도 차량을 옮기기 위해 함께 지하로 내려갔다가 변을 당했다. 유족들은 부부에 대해 “모두 건강했고, 사이가 좋았다”고 전했다.

유가족들은 장례 절차와 향후 대응 등을 모여 논의한 뒤, 포항시와 합동분향소 운영 등에 대해 협의할 계획이다.

경찰은 7명이 숨진 이번 참사의 원인 규명을 위해 68명 규모의 전담수사팀을 꾸렸다. 수사팀은 관리사무소 직원, 주민 등을 상대로 목격자 조사를 하는 한편, 아파트 CCTV, 차량 블랙박스 등을 확보해 참사 당시 상황을 살펴볼 방침이다. 경찰은 현재 아파트 옆 냉천이 범람해 지하주차장으로 밀려든 시점, 관리사무소 측의 안내 방송 시점과 이유, 침수 당시 주민들이 차를 옮기려고 현장에 모여 있던 상황과 탈출 과정, 사망자들이 제때 빠져나오지 못한 이유 등을 조사 중이다. 수사팀은 또 인근 냉천 범람 당시 포항시가 재난문자를 보내지 않았다는 주민들의 진술이 있어 이와 관련한 포항시의 대처 등에 대해서도 따져 볼 계획이다.

이예린 기자 yr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