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시계는 거꾸로 매달아도 흘러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군 생활이 고되지만, 결국 시간이 흘러 전역 날짜가 다가온다는 의미죠.

하지만 요즘, 국방부 시계가 고장 난 것 같은데요.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병역 문제를 둘러싼 논의는 제자리걸음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특정 사안을 두고 유독 시계가 느리게 가니, 이를 곱지 않게 바라보는 시선도 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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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국방부가 ‘장고 끝에 악수’를 두는 모양새입니다. 지난달 31일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BTS 문제를 빨리 파악해 대처하는 게 필요하다. 빠른 시일 안에 BTS에 대한 여론을 참고해서 정책을 결정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하자,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오늘 아침에 ‘데드라인을 정해놓고, 결론을 내리라고 했다. 그리고 여론조사를 빨리 하자’고 참모들에게 지시했다”고 답했죠. 한국을 넘어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BTS의 거취를 두고, 주무 부서인 국방부가 이리저리 눈치만 보다가 여론조사에 기대겠다는 심산으로 읽히는데요. 어떤 결정에 어떤 반응이 나와도 여론 탓으로 돌리겠다는 속내가 엿보이는 대목입니다.

병역은 국민의 의무입니다. 이 대전제를 놓고 봤을 때, BTS가 군대에 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죠. 하지만 이 같은 논의가 불거진 건, 이미 수많은 문화예술체육인이 여러 성과를 바탕으로 대체복무 기회를 얻었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BTS의 대체복무를 둘러싼 핵심 키워드는 ‘형평성’과 ‘기준’입니다. 확인 결과, 현재 문화예술인들이 병역 특례를 받을 수 있는 대회는 총 42개입니다. 국악, 클래식, 무용 관련 경연 등이고, 이 대회에서 일정 수준의 입상 경력을 갖추면 대체복무 적용을 받는 거죠. 이를 통해 매년 수십∼수백 명이 병역 특례를 받는데, 그들과 비교했을 때 BTS의 성과가 모자란 것인지 형평성을 따질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아울러 체육계에서 올림픽 동메달, 아시안게임 금메달 이상 수상자들이 대체복무 기회를 얻듯, 국민이 납득할 만한 기준을 수립하는 것이 BTS의 병역 문제를 둘러싼 가장 적확한 접근법이라 할 수 있죠.

그러나 국방부가 꺼내 든 카드는 ‘이제 와서’ 여론조사입니다. BTS의 맏형 진이 연령상 연내 입대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국방부는 둘러가기 바쁜 모양새인데요. 그렇게 시간을 다 소진한 후, “어이쿠, 국방부 시계가 이렇게 빠른지 몰랐네”라고 머리를 긁적이진 않을지 의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