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홍선표 인그린 주식회사 영업부장이 지난 7월 27일 경기 안성베네스트골프클럽에서 라운드를 앞두고 드라이버 스윙을 연습하고 있다. 홍선표 제공

■ 우리 직장 고수 - 홍선표 인그린 주식회사 영업부장

美 유학시절 중고채 등 받아
낡은 교본으로 방에서만 연습
레슨 영상 보며 실력 일취월장
티칭프로 취득뒤 연습장 운영

페어웨이 좁고 OB구역 많은
한국 골프장에 적응못하기도
초심으로 돌아가 연습 매진
마지막 목표는 ‘60대 타수’

홍선표(52) 인그린 주식회사 영업부장은 2002년 한일월드컵의 열기가 채 식기도 전에 단돈 45달러로 유학 중이던 미국에서 골프를 시작했다. 대학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하고 미국 미시간주로 유학을 떠난 그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했던 식당에서 만난 동료가 선물한 골프 교본과 중고 클럽, 그리고 집에 있던 전신 거울로 골프를 시작했다. 평소 운동을 좋아했던 홍 부장은 10달러짜리 골프 교본을 읽고 동료가 10달러를 주고 샀다는 중고 9번 아이언을 쥐고 기초부터 몸에 익혔다. 집에 있던 거울은 15달러를 주고 구입한 것. 지금 환율로 계산해도 홍 부장의 골프는 6만 원이라는 저렴한 비용으로 출발했다.

홍 부장이 살았던 미시간주는 10월부터 3월까지 1년 중 절반이 눈으로 덮인 지역으로 3월 중순이 되면 눈을 뚫고 싹이 돋는 잔디를 보고 우울한 마음을 씻어낼 수 있었던 곳이다. 미국에서도 골프장이 많은 지역으로 꼽히는 만큼 4월부터 9월까지 눈이 없는 6개월은 많은 이가 골프를 즐겼다. 지난달 25일 경기 하남의 사무실에서 만난 홍 부장은 “미국에서 공부할 때도, 회사를 다닐 때도 철저하게 외부인일 수밖에 없었다. 골프가 힘든 시절에 큰 위안이 됐다”면서 “당시엔 5달러 정도를 내면 이른 아침에 혼자 카트 없이 트롤리를 끌고 한 시간 반 정도면 18홀을 돌 수 있었다. 라운드를 많이 할 땐 하루에 54홀을 돌기도 했다. 그게 유학생이던 내 삶의 위안이고 즐거움이었다. 골프를 통해 목표가 생기고 그것을 이뤄가는 즐거움을 찾았다”고 말했다.

300페이지가 넘는 교본을 읽으며 방에서만 골프 연습을 했던 홍 부장이 처음 제대로 된 연습장에서 스윙하는 모습을 본 이들은 “골프를 몇 년은 해본 사람 같다”고 칭찬했고, 이 경험은 더욱 골프의 매력에 빠지는 계기가 됐다. 2003년 미국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뒤에도 골프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유명한 골프 교습가 데이비드 레드베터의 레슨 영상을 보며 기술을 익혔고, 편한 복장으로 찾은 골프장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과 즐겁게 골프를 즐기는 사이 실력은 일취월장했다.

그 덕분에 입문 3년 만에 미국골프지도자연맹(USGTF) 티칭프로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골프의 천국이라고 불리는 플로리다주까지 찾아가 이틀 동안 77타, 76타를 쳐 최소 기준인 평균 78타를 넘겼다. USGTF 자격증을 취득한 홍 부장은 회사를 그만두고 미시간주 이스트랜싱에서 3년간 골프연습장을 운영했을 만큼 골프에 깊이 빠졌다. 회사를 다니는 것보다 더 많은 돈을 벌면서도 즐거웠던 시절이었다. 홍 부장은 “미국에서 보낸 30대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의미가 있다. 골프에 빠져 6개월 동안 150번이나 라운드를 나갔을 정도로 열심히 골프를 했다.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2008년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귀국한 홍 부장은 골프에 흥미를 잃었다. 미국에서 골프를 한창 즐길 때는 174㎝, 74㎏의 평범한 체구지만 드라이버를 평균 270m까지 보냈다. 홍 부장이 드라이버를 멀리 보내는 비결은 ‘드라이버와 퍼터는 강하게, 아이언은 부드럽게’라는 원칙을 세운 덕이다. 하지만 한국에 와서는 드라이버를 230m까지 줄여야 했다. 미국과 달리 페어웨이가 좁고 아웃오브바운드(OB) 구역이 많아 마음껏 드라이버를 휘두를 수 없었고, 스코어도 나빠졌다.

홍 부장이 자신을 찾아온 골프 갱년기를 극복한 비결은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생각이었다. 홍 부장은 “골프를 처음 시작할 때의 마음으로 돌아가 열심히 연습했다. 즐기란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연습을 하지 않으면 뒤처질 수밖에 없다. 골프를 더 잘하기 위해 근력 운동도 열심히 한다”고 말했다. 그 덕분에 다시 드라이버 비거리는 250m까지 늘었고, 미국에서 한 차례 경험했던 홀인원도 2010년 영광CC에서 또 한 번 만날 수 있었다. 골프에 빠져 살았던 미국에서 기록했던 라이프베스트 기록인 72타도 한국에 돌아와 다시 맛봤다.

몸담은 회사가 국내 농·수·임산물 가공 및 제조업체 중 업계 선두를 달리는 데 앞장서온 홍 부장은 일도, 골프도 진심이다. 최근 세운 골프 목표는 언더파, 그중에서도 60대 타수다. 그래서 최근에는 여러 골프장을 다니며 자신의 경기 스타일에 적합한 곳을 찾는 중이다. “내가 60대 타수를 할 수 있는 곳을 찾는 중”이라는 홍 부장은 “OB 구역이 많지 않고 그린이 평평해서 최대한 미국의 환경과 비슷한 곳이라면 내 꿈이 이뤄질 수 있을 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

오해원 기자 ohwwh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