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린 총리 “찍지 말았어야 할 부적절 사진”
앞서 ‘광란의 파티’ 동영상 이어 연일 논란

이미지 크게보기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의 친구들이 핀란드 총리관저에서 찍은 것으로 알려진 부적절 사진. SNS 캡처

최근 ‘마약 의혹’까지 제기될 정도로 춤과 노래를 즐기는 파티 영상으로 물의를 빚은 30대의 핀란드 총리가 이번엔 친구들이 관저에서 찍은 것으로 보이는 부적절한 사진으로 재차 사과하게 됐다.

23일(현지시간) 핀란드 언론에 따르면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는 관저에서 친구들이 부적절한 사진과 영상을 찍은 것에 대해 사과했다. 이날 SNS에는 핀란드 총리 관저에서 유명 여성 인플루언서 두 명이 상의를 걷어 올린 채 ‘핀란드’라고 쓰인 팻말로 가슴을 가린 채 키스하는 사진이 퍼졌다.

해당 사진에는 마린 총리가 포함돼 있지는 않았지만, 마린 총리는 지난 달 뮤직페스티벌에 다녀온 뒤 친구들을 관저로 불러서 함께 사우나와 수영을 즐길 때 찍은 사진이라고 인정했다. 마린 총리는 “관저의 아래층 손님 화장실에서 찍은 것으로 보인다”며 “사진이 부적절했다. 해당 사진은 찍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앞서 마린 총리는 지난주 핀란드 가수와 방송인, 국회의원 등과 함께 ‘광란의 파티’를 즐기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온라인에서 떠돌아 논란이 된 바 있다. 또 헬싱키의 한 유명 클럽에서 핀란드 유명 가수가 춤을 추며 마린 총리의 목에 키스를 하는 것 모습이 담긴 영상도 퍼졌다.

특히 앞선 파티 영상에서는 ‘마약’을 뜻하는 은어가 들렸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마린 총리는 파티 당시 술은 마셨지만, 마약은 하지 않았다고 부인하며 자진해서 마약 검사를 받아 음성 판정이 나오기도 했다.

이를 통해 마린 총리는 마약 의혹 논란에선 벗어날 수 있었지만,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과 러시아 위협 등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부적절한 처신이었다는 비판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핀란드 MTV3 방송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3분의 2가 “심각한 실수”라고 답하는 등 여론은 좋지 않다. 하지만 총리도 여가를 즐길 권리가 있다는 옹호론도 만만치 않다. 영상 유출로 마린 총리가 심각한 사생활 침해를 당했다는 시각도 있다.

마린 총리는 지난해 12월에도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외무부 장관과 밀접접촉을 한 뒤 업무용 전화를 집에 두고 새벽 4시까지 친구들과 나이트클럽에 머물렀던 일이 포착돼 사과를 하기도 했다. 이 같은 사실은 당시 현지의 한 집지에 의해 보도되면서 알려졌다.

당시에도 그는 페이스북 글에서 “남편과 외식을 하고 쇼핑을 한 뒤에 친구들을 만났다”며 “(방역) 지침을 확인했어야 했다. 죄송하다”고 밝혔다. 그 당시 핀란드는 2차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의 경우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했더라도 별도로 격리 조치하지 않지만,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자발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도록 권장하고 있었다.

이미지 크게보기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한편 27살 때 시의회에 참여하면서부터 정계에 입문한 마린 총리는 34세이던 지난 2019년 12월 핀란드 제1 정당인 사회민주당 당대표로 선출되며 당시로선 세계 최연소 현역 총리에 등극한 바 있다. 사민당은 그해 4월 총선에서 16년 만에 제1당 자리를 되찾고, 다른 4개 중도·좌파 정당과 연합해 중도·좌파 연정을 구성한 상태였다. 여성 총리로서도 핀란드 역대 3번째였다. 현지 정치권에서는 마린 총리 취임 당시 성별과 나이에 대한 관심이 고조됐지만, 선출 당시 마린 총리는 “나이와 성별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할 일이 많다”고만 강조했다.

박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