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강기영인터뷰 사진제공=나무엑터스

"대한민국 곳곳 어딘가에 참멘토가 숨어있지 않을까요? 그런 희망을 가지고 연기했습니다.”

‘서브 아빠’, ‘유니콘 상사’, ‘아가 명석’ ‘코코낸내 명석’. 배우 강기영은 신드롬적인 인기를 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우영우)로 많은 별명을 얻었다.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후배 변호사에게 “보통 변호사라는 말은 실례겠다”면서 먼저 사과하고, 공익 사건 하나 때문에 거물급 의뢰인을 놓치게 됐다며 소리 치는 동료에게 사과한 뒤 후배들에겐 “우리 그래도 ‘그깟’ 공익 사건이라고 생각하진 말자”며 다독인 정명석 변호사는 ‘우영우’ 만큼이나 화제가 된 인물이었다. “40대가 가질 수 있는 모든 ‘멋짐’을 다 갖춘”(문지원 작가)는 정명석 변호사 역할을 맡은 강기영 배우를 최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우영우’, 이렇게 큰 인기를 얻을 줄 알았나요

“믿음은 있었어요. 감독님, 작가님, 배우님들에 대한 믿음은 있었는데 이렇게 신드롬이라고 할 정도로 흥행할 줄은 몰랐어요.”

-인기 요인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남녀노소가 모두 보기 편했던 것 같아요. 또 코로나19 시기를 겪으면서 피로해진 마음을 우영우로 달래지 않았나 생각해요.”

-촬영장 분위기는 어땠나요?

“너무 좋았아요. 다들 얼떨떨해했고요. 주종혁 친구에게는 ‘너한테 이런 작품이 너무 빨리 왔다’고 말했어요. ‘나는 지금 14년 만에 왔는데 너한텐 너무 빠르다. 배아프다’고 장난치고 그랬어요.”

-‘한바다즈’와의 호흡도 궁금해요

“친구들이 정말 재밌어요. 하윤경 배우는 제가 ‘여자 강기영’이라고 할 정도로 재미있어요. 저희가 하도 떠들어서 음향감독님 청력이 떨어졌다는 소리가 있었어요. 하하. 주종혁 배우는 울보예요, 울보. 정말 착한 아이이고 박은빈 배우는 정말 놀라웠어요. 명석이가 위암 3기인 게 알려졌을 때 계속 울더라고요. 그 대사가 너무 슬펐나봐요. 감동했죠.”

-사실 갑작스런 위암 설정이 시청자 입장에선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어요

“드라마적인 스토리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일만 바라보고 살다가 중요한 건 놓치는 명석이를 위암 3기로 표현한 것이 시청자들은 안타깝고 서운하실 수 있지만 그런 실패로 인해 성장하는 명석이를 그리기 위해 필요한 설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위암 환자의 사망 확률에 대해 우영우가 계속 얘기하는 게 아쉽다는 반응도 있었고요

“물론 드라마 자체는 13~14부에 나왔지만 이들의 관계는 엄청 길다고 봐요. 실제라면 케미스트리를 맞춘 기간이 오래인 것 같아서 명석이는 우영우를 파악하고 있었을 거에요. 하지만 실제로 그런 아픔을 겪고 계신 분들이 봤을 때에는 불편하실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정명석 변호사는 판타지죠. 실제 본인하고 닮은 점이 있나요? 다른 점은 어떤 것일까요?

“우선 저는 일을 잘 해내고 싶지만 워커홀릭은 아닙니다. 제겐 일상도 중요해서요. 그런데 너무 허구의 인물을 연기하는 느낌은 힘이 안 생기잖아요. 그래서 전 대한민국 구석구석에 숨어있을 참멘토가 있다는 희망으로 연기했어요. 명석이처럼 저도 좋은 영향을 주고 받고 하고 싶어요.”

-배우님에게 정명석 변호사와 같은 멘토가 있었나요?

“연극할 때 항상 긴장했었는데 박훈 배우가 ‘기영이 잘 하고 있어’라고 말하면서 툭 치고 가셨어요. 그게 지금까지도 기억나는 걸 보면 그런 칭찬이 엄청 제게 큰 힘이 됐던 것 같아요.”

이미지 크게보기강기영2 사진제공=나무엑터스

-전작들이랑 캐릭터가 많이 달라요

“사실 전 정명석을 보면서 눈을 못 마주치겠더라고요. 하하. 스스로는 좀 어색했는데 너무 좋아해주셔서 자신감을 얻었어요.”

-주로 감초 역할, 유쾌한 역할들을 많이 하셨죠

“네. 그래서 대중들이 나한테 안 궁금해하면 어떡하지, 이런 걱정을 했어요. 강기영은 재밌는 역할을 많이 하는 친구로만 기억될까봐. 그런데 정명석이 그걸 깨준 것 같아요. 다른 스펙트럼의 연기도 할 수 있겠구나.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오 나의 귀신님’, ‘열여덟의 순간’ 등 전작들도 인기를 얻고 있어요. 한 작품을 추천하신다면요?

“제가 무슨 복인지 몰라도 ‘열여덟의 순간’ 도 참선생님 역할이었어요. 역할 덕을 많이 보고 있는 것 같아요. 딱 하나만 추천한다면 ‘오 나의 귀신님’이요. 정말 겁없이 연기했을 때의 기영이를 보는 것 같아요. 하하.”

-앞으로 하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요?

“제가 ‘나의 해방일지’를 무척 재밌게 봤고 손석구님에게 빠져 있었어요. 그런 역할도 너무 해보고 싶고 빌런도 해보고 싶고, 상처가 가득 담긴 우수에 젖은 역할도 해보고 싶어요.”

-우영우 시즌2 이야기도 나오더라고요

“너무 반가웠어요. 전 계속 시즌2를 주장해왔어요. 재미삼아 주장했는데 이렇게 거론이 될 정도니. 하하. 제작이 된다면 당연히 달려가야죠!”

박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