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훈아 데뷔 55주년 안동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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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탐욕때문에 지구가 아파”

안동 = 박현수 기자 phs2000@munhwa.com

“인간들의 무분별한 탐욕 때문에 지구가 마이 아프다캅디더. 인간들이 하는 짓이 하도 이러니 벌 받는 기라예.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합니데이 ”

지난 23일 오후 7시 30분 경북 안동시 안동체육관 공연장. ‘가왕(歌王)’이 아닌, ‘가황(歌皇)’으로 불리는 나훈아의 데뷔 55주년 전국 투어 콘서트 ‘드림55’여섯 번째 공연에서 2003년 발표 곡 ‘공’의 ‘띠리~띠리~띠리~리리~’ 후렴구를 부르던 도중 꺼낸 말이다.

올해 75세인 그는 첫 곡 ‘테스형’부터 앙코르 곡 ‘갈무리’까지 총 22곡을 찬조출연자 없이 혼자 무대를 이끌었다. 나훈아는 이날 오후 3시부터 2시간 30분간 진행한 1부 공연에 이어 7시 30분부터 시작한 2부 공연까지 반나절에 5시간 동안 열창을 했음에도 지친 기색 없이 공연을 펼쳐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강인한 체력을 과시했다.

언론과의 인터뷰를 좀처럼 하지 않는 나훈아는 항상 자신의 공연에서 발언을 쏟아내 주목을 받았다.

이날도 부산 사투리와 특유의 화법으로 2003년 발표곡 ‘공’의 ‘띠리~띠리~띠리~리리~’ 후렴구를 부르던 도중 “지금 지구가 많이 아프다”면서 인간들이 로켓과 미사일을 마구 쏘아대 지구가 화나서 이상기온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해 박수가 쏟아졌다.

그는 관객에게 직접 쓴 편지 ‘안동에 계신 여러분 전 상서’를 읽은 뒤 발언을 이어갔다. 55년 만에 처음으로 써 보는 손편지라고 말문을 연 뒤 “코로나가 처음 나왔을 때 맥주가 새로 나온 줄 알았다 ” 또 “달에 계수나무와 토끼가 사라졌다. 인간들이 하는 짓이 하도 이러니 벌 받는 거다”라는 주장을 폈다. “아마존 밀림 온갖 것 다 잘라 불태우니 원숭이 두창인지 세창인지가 오고, 동굴 근처에 아파트를 다 지으니 박쥐가 갈 데 없어 코로나를 다 옮기는 기라. 인간들 정신 차려야 합니다” 라고 말해 객석에서 박수가 터졌다.

특히 대부분 관객이 중장년층인 것을 의식해 히트곡 ‘청춘을 돌려다오’를 부를 땐 민소매 차림에 구멍이 뚫린 청바지 차림으로 노래했고, 신곡 ‘맞짱’을 노래 부를 땐 말을 타고 관객석에서 무대에 올랐다. 그는 “앙코르 대신 좋은 우리 말을 사용하자”며 ‘또, 또’로 관객 호응을 유도하더니, 당초 예정된 2시간보다 30분 더 공연을 이어갔다.

나훈아는 나이가 들면서 건강에 제일 나쁜 것이 스트레스받는 것이라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방법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우선 좋은 경치를 많이 둘러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갈 때는 딸린 식구들 데려가지 말고 혼자 가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리고 “가수 중에 나이에 비해 늙어 보이는 사람을 봤는교? 으이?”하고 반문한 뒤 음악을 즐겨듣고 노래를 자주 부르라고 권했다.

그는 39살 때 ‘내가 누구인지, 인생이 무엇인지’ 심각하게 고민했었는데 어떤 책 한 권을 읽고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처럼 깨달은 게 있다면서 “인생은 정답이 없심더. 정답을 찾으려고 하지 마이소.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무조건 하며 사시이소. 큰 결심하고서 할 일이 아닙니더. 당장 행동에 옮기시소. 알겠는교? 으이?” 하고 특유의 이빨 웃음을 짓자 객석에선 환호가 터져 나왔다.

나훈아는 이어 “주위에 병을 얻어 석 달밖에 살 수 없다는 사람이 있었는데 산에 올라가더니 30년을 더 살더라”면서 “병이 오면 병에 지지 말고 ‘왔나. 그래 같이 가제이’하며 함께 살아가라”고 조언하며 코로나19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또 “거짓말을 하지 말아야 합니더. 거짓말을 하면 사람들이 다 압니더”라며 진실한 삶을 강조해 공감을 얻었다. 이어 “상대가 어디 가면 ‘어디에 가냐’고 묻지도 말고, 어디 가려면 ‘갔다 올 게 ’하고 선 무조건 떠나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지난 6월 부산공연을 시작으로 대전, 창원, 인천, 대구 공연을 마쳤다. 이날 안동공연에 이어 오는 9월까지 고양, 서울, 천안, 광주 등 10개 도시, 총 23회 공연이 열린다. 나훈아 공연은 표 구하기가 어렵기로도 유명하다. 예매를 마친 공연은 전부 3~8분 만에 전 좌석 매진됐다. 공연 표 정가는 약 12만~16만 원이다. 그러나 암표가 50만 원 선에 팔리기도 한다. 기자도 어렵게 공연 표를 구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나훈아 콘서트 티켓 사진

중·장년층이 대부분인 객석을 향해서는 “집에 가면 아(애)들에게 나훈아가 그러더라면서 ‘고맙다. 수고했다’고 하이소”라면서 “어렵게 공연장에 오신 만큼 그냥 돌려 보내드리지 않겠다. 젖 먹던 힘까지 다 쏟아 내겠다”고 말해 “와~”하고 함성이 터졌다.

공연이 끝날 무렵 나훈아는 “카메라로 내 얼굴 함 땡기 봐라. (무대 앞 대형 스크린을 가르키며) 잘 보이소. 늙었는가. 세상이 이렇더라도 꼭 세월에 맞서 이기라”며 힘줘 말했다.

앞서 지난 6월 11일 부산 공연에서 나훈아는 특유의 부산 사투리로 “지는 노래가 전부 서정적입니더. 근데 뚱뚱한 저거(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는, 저거 고모부를 고사포로 쏴 직이고, 저거 이복형을 약으로 직이고, 당 회의 할 때 꿈뻑꿈뻑 존다고 직이뿌고. 그런 뚱뚱한 사람 앞에서 이 세상에~ 하나밖에~ 둘도 없는~(나훈아의 ‘사랑’), 이기 나옵니꺼? 으이?” 라고 말해 관중들의 웃음이 터져 나왔다. 2018년 문재인 정부 시절, 조용필 이선희 레드벨벳 등 유명 가수가 총출동했던 ‘평양 예술단 방북 공연’ 참가를 거절했던 이유를 처음 밝힌 것이다.

또 지난해 7월 대구 공연에서는 당시 이재명 대선 후보에 대해 “내 바지가 지 바지보다 비쌀 긴데”라고 꼬집은 발언이 화제가 됐다. 이 후보가 그 직전 TV토론회에서 여배우 스캔들을 해명하며 ‘바지 내릴까요’라고 한 발언을 비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