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 명분쌓기용 실시 의구심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
“다수가 ‘법적 근거 없다’ 지적”

2019년 11월 ‘귀순 어민 강제 북송’ 사건 당시 통일부가 어민 강제 북송이 끝난 뒤 내·외부 전문가들을 불러 ‘뒷북’ 법리 검토를 진행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귀순 어민 나포 하루 전 청와대가 중대 범죄자 북송 사례를 국가정보원에 문의했다는 정황도 나와 검찰 수사는 귀순 어민들에 대한 정부 합동조사와 무관하게 북송 결정이 이뤄졌다는 의혹을 규명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25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통일부는 지난 2019년 11월 7일 어민 2명 강제 북송 이후부터 그해 12월까지 통일연구원 소속 연구위원 등 내·외부 전문가들을 불러 강제 북송 관련 법리 검토를 논의했다. 관련 논의는 통일부 주관 3차례 정도 회의 형식으로 진행됐다고 한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귀순 어민 북송이 타당한지를 점검하는 회의가 통일부 주도 아래 약 3차례 있었다”며 “하지만 해를 넘기고 이슈가 가라앉으면서 추가적인 논의는 사실상 중단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시 회의 참석자 대부분이 정부의 북송 결정이 법적 근거가 없다는 지적을 했다”며 “회의 참석자 중 (북송 결정을 내린) 정부 입장을 옹호하는 사람은 없었다”고 전했다.

통일부가 강제 북송 이후에서야 관련 전문가들을 불러 법리 검토를 논의한 것을 두고 ‘사후 명분 쌓기용이 아니었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판문점을 통한 귀순 어민 북송 3시간 전에 청와대로부터 법리 검토 요청을 받은 법무부도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었다. 북송 전 통일부에 파견된 검사가 “북송 시 위법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냈지만, 이를 묵살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황이다.

귀순 어민 강제 북송 이후 3년 가까이 지났지만 흉악 범죄 혐의를 받는 귀순자 북송과 관련된 법적 근거도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 법조계 관계자는 “귀순 어민 강제 북송의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에 지난 정부에서 법적 미비점을 보완하는 움직임도 없었던 게 아니었겠느냐”고 말했다.

윤정선 기자 wowjot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