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직장 고수 - 윤주문 에이아이디피 대표

이미지 크게보기 윤주문 에이아이디피 대표가 지난해 7월 강원 춘천의 파가니카CC를 찾아 자신의 주무기인 퍼트를 앞두고 코스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윤주문 제공

디자인회사 운영… 구력 23년
제대로 배우기 위해 3년 레슨
연습장을 빠진 날은 단 3일 뿐

1년 만에 ‘싱글 골퍼’연전연승
고교 총동문회 골프대회 3연패
아마추어 투어에서 실력차 절감

노선 바꿔 핑 동호인 대회 주력
3회 우승으로 명예의 전당 헌액
피팅 장비 갖춘 개인 연구실도

윤주문(56) 에이아이디피 대표의 골프는 ‘무제한(No Limit)’이다. 1999년 처음 골프를 배우기 시작할 당시 레슨프로가 어느 정도의 골퍼가 되길 원하느냐는 물음에 윤 대표는 단순한 아마추어 수준에 머물지 않겠다는 의미에서 “제한을 두지 않겠다”고 답했다. 그렇게 시작한 골프는 단순히 필드 위에서만 즐기는 평범한 아마추어 골퍼의 수준을 뛰어넘어 직접 자기 채를 피팅하고, 가까운 지인과 함께 골프를 연구하고 가르침을 나누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제는 골프를 통해 새로운 미래를 그릴 정도로 단순한 취미 이상의 의미가 됐다.

디자인전문회사를 운영하는 윤 대표는 1999년 골프채를 처음 쥐었다. 집이 있는 구리에서 회사가 있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을 오가는 길에 있던 워커힐호텔 내 골프연습장에서 골프를 배웠다. 그 전에도 몇 차례 골프를 배울 기회가 있었지만 이왕 배울 거라면 제대로 배우자는 생각에 거액을 들여 3년가량 탄탄하게 기초를 쌓았다. 라운드를 다녀와 그대로 연습장을 찾아 실수를 되짚고, 텅 빈 연습장에서 홀로 연습하기를 수없이 반복했다. 지난 12일 경기 구리의 개인 연습실에서 만난 윤 대표는 “무엇이든 인생에 한 번 정도는 제대로 배우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골프를 택했다. 3년 동안 연습장을 빠진 건 3일뿐”이라며 “우리나라에서 제일 비싼 골프연습장에 등록해 절대 흔들리지 않는 이론과 실력을 쌓았다. 지금 생각해도 그때 내 결정이 옳았다”며 활짝 웃었다.

탄탄한 이론과 실기로 무장한 윤 대표는 1년도 되지 않아 아마추어 골퍼의 꿈인 싱글 골퍼가 됐다. 어려서 서울시 정구 대표를 지내고, 골프를 시작하기 전 사회인 야구까지 즐긴 덕에 실력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고교 선배들과 어울려 골프를 즐기던 윤 대표는 가벼운 내기에서 매번 지기만 하는 것이 서러워 연습에 매진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골프모임을 하던 선배들을 뛰어넘었다. 단순히 가까운 선배들만 실력으로 제친 것이 아니라 고교 총동문회가 주최하는 골프대회에서도 실력 좋은 선배들을 제치고 우승까지 해냈다. 윤 대표는 “개인적으로 만족할 만한 성적을 내고 ‘우승을 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동점자가 나오면 선배가 우선이라는 규칙이 있어 김칫국을 한 번 마셨다. 그래서 그다음 해에는 완전히 이겨야겠다는 생각에 우승했고, 내리 3년을 이겼다”고 소개했다.

평범한 아마추어 이상의 골프 실력에 만족하지 못한 윤 대표는 프로 못지않은 실력까지 키워보겠다는 목표로 각종 대회에 출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막상 아마추어 대회에 출전해보니 자신보다 더 실력 있는 아마추어가 많다는 점에 새삼 놀랄 수밖에 없었다. 비록 프로 대회는 아니지만 마치 투어 대회를 출전하는 것처럼 골프에만 집중하는 이들을 넘어설 순 없었다. 사업체를 운영하는 자신의 상황에서는 대회에 집중할 여건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깨닫고는 더욱 현실적으로 골프를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찾았다.

그렇게 참여하게 된 대회가 바로 골프용품업체 핑이 주최하는 동호인 대회다. 해당 업체의 클럽을 사용하는 이들이 모여 아마추어 대회를 개최했는데 초대 대회를 포함해 2회 연속 우승했고, 7회 대회에서도 최고수로 공식 인정을 받았다. 그 덕분에 가장 먼저 자체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는 기쁨도 맛봤다. 윤 대표는 “그때는 선수의 느낌으로 대회를 준비하고 집중해서 경기에 나섰다”면서 “그런 보람을 느끼며 즐겁게 골프를 하던 시절이다. 더 도전할 수도 있었지만 계속 같은 사람이 우승하게 되면 대회의 권위가 떨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의미가 있는 좋은 추억으로 남겨두기로 했다”고 말했다.

165㎝, 69㎏의 큰 체구가 아닌 윤 대표는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 210m를 보내는 데 만족한다. 거리는 특출나지 않아도 언제나 공은 페어웨이로 정확하게 향한다. 여기에 정교한 퍼트를 더해 라이프 베스트스코어인 5언더파를 세 번이나 경험했다. 가진 퍼터가 100개가 넘는다는 그는 “어렸을 때부터 구슬치기를 잘한 덕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퍼트가 장기가 됐다”면서 “가족과 함께 사는 아파트의 방 하나를 아예 퍼터만 두고 연습하는 공간으로 사용한다. 술을 먹고 들어오거나 자다가 새벽에 깼을 때도 퍼트 연습을 할 정도로 감각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라며 자신만의 특별한 비법을 밝혔다.

오랫동안 골프를 사랑한 결과 개인 연습실과 프로 자격증(USGTF)까지 갖춘 윤 대표는 전문 피팅숍에서나 볼 법한 전문 장비도 구매해 자신만의 연구실을 완성했다. 자신의 골프채를 다양하게 사용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된 시도가 전문가에 준하는 실력으로까지 성장했다. “한동안 골프가 재미보다 노동처럼 느껴질 때가 많았는데 최근 들어 동네 사랑방이 된 이곳에서 가까운 사람들과 골프 이야기를 하며 다시 즐거움을 찾고 있다. 은퇴 후에는 아내, 딸과 함께 골프를 즐기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오해원 기자 ohwwho@munhwa.com